'성과급 갈등'에 IT업계 잇딴 노조설립, 카뱅·한컴이어 웹젠도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2021.04.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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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코로나19(COVID-19) 비대면 특수를 누린 IT(정보·통신) 업계에서 노동조합 설립 바람이 심상찮다. 경력 개발자 모시기 과정에서 불거진 연봉·성과급 갈등이 노조 설립의 동력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은 5일 '뮤', 'R2M' 등을 서비스하는 게임사 웹젠에서 노조 '웹젠위드'(WEBZENwith)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2018년 게임 업계 첫 노조인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엑스엘게임즈에 이은 4번째 노조 설립이다.



이번 노조 설립 움직임은 최근 게임 업계 연봉 인상 릴레이에서 웹젠이 임직원 평균 연봉 2000만원을 인상한 것이 계기가 됐다. 막상 인상액을 확인하니 일부 개발자나 유통 사업부에 연봉 인상이 집중됐고, 100여명의 인력은 평균 인상률의 10% 수준인 200만원에 그쳤다는 것.

웹젠 노조 측은 "노사의 공동노력으로 당기순이익이 작년에 비해 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등 많은 성과를 이뤄냈으나 함께 고생하며 이뤄낸 많은 성과에 대해 공정한 평가와 투명한 분배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웹젠은 지난해 매출원을 다변화하며 역대급 실적을 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67% 증가한 2940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9% 성장한 1082억원,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104% 증가한 862억원을 기록했다.

이같은 노조 측 주장에 대해 웹젠 관계자는 "노조에서 사전에 예고를 하거나 교섭을 제안한 것이 없어서 아직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했다.

이직 잦았던 IT 업계, 급성장 그늘 속 노사 갈등…"공정 등 목소리 커져"
'성과급 갈등'에 IT업계 잇딴 노조설립, 카뱅·한컴이어 웹젠도
이런 흐름은 기존 IT 업계는 노조 설립이 활발하지 않다는 인식과 궤를 달리한다. 평균 근속연수가 4~6년 수준일 정도로 이직이 잦은 IT 업계는 경력자가 많아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대기업 수준으로 성장하면서 조직관리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다는 평가다.


앞서 지난달 25일에는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에서 노조가 출범했고, 같은 달 23일에는 한글과컴퓨터에서 2004년 노조 해산 이후 17년 만에 노조가 부활했다. 지난 2월 25일에는 LG전자에서도 사무직 직원들이 중심이 된 제3 노조가 출범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노조 설립 움직임이 IT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성과급 논란을 기회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노조가 있는 기업들이 평가·보상에서 눈에 띄는 모습을 보인다면 노조 설립 목소리는 더 힘을 얻을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 등 많은 IT 기업의 성장이 성숙 단계에 이르고 성과도 넉넉하게 발생하면서 구성원들 사이에서 '공정'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며 "최근 네이버나 카카오에서 임원과의 성과급 차이를 지적하며 발생한 갈등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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