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단지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의 TLO(기술 이전·사업화 전담조직) 직원들은 요즈음 속이 타들어 간다. 가뜩이나 "미활용 특허가 넘친다", "기술이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는 윗선의 압박이 많은 데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아서다. 기술 창업의 모태가 돼왔던 출연연 기술이 산업현장에서 차츰 설자리를 잃고 있다.
이마저도 기술이전 선납금이 대부분이고 출연연 IP(지적재산권)에서 나오는 러닝로열티(경상기술료)는 전체의 4% 아래다.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다. 기껏 고생해 만들었는 데 해당 기술이 기업 입장에서 봤을 땐 쓸모가 없다는 얘기다. 이렇게 서랍·창고에 쌓인 기술은 특허료 지출로만 수십억원이 들어간다. “좀처럼 ROI(투자자본수익률)가 안 나온다”는 게 TLO 직원들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기업이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인 최소 7단계에 도달하려면 무엇보다 ‘상용화 R&D’ 지원이 필수다. 그런데 이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등에 따르면 7~9단계에 도달하기 위해선 1~6단계까지 들었던 비용에 6.7배 가량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 현재 출연연 지원 총 예산(약 5조 원) 중 상용화 R&D 예산은 기관별로 다 합해 3000억원 정도에 머무는 실정이다.
또 하나의 걸림돌은 ‘중복지원’이라며 발목을 거는 정부의 태클이다. TLO 직원 B씨는 “만약 만년필을 만드는 기술에 3년간 100억원을 지원했다고 치고, 이후 기술을 시장에서 쓸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정부에 연구비를 더 달라고 하면 안 준다”고 말했다. 같은 대상에 동일 연구비를 지원하는 건 중복사업에 해당하고, 기술 상업화는 출연연이 아닌 기업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만 다듬으면 쓸모가 있어 보이는 기술조차도 상용화하기 어려운 게 출연연이 처한 현실이다. 아울러 출연연이 양적 평가를 우선시해 기술이전 같은 사업화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특허만 남발하는 경향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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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O 직원들은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연구개발 기획 단계에서부터 비즈니스를 잘 아는 전문가가 참여하는 것"을 꼽았다. 현재는 기초, 상용화 모든 연구사업을 출연연의 연구전략부에서 일괄 처리하고 있는 구조다. TLO 직원 C씨는 “파스와 같이 몸에 붙이는 약물투입 패치는 염분 차 에너지 발전 기술을 개발하던 중간 단계의 성과물을 별도의 트랙으로 가져와 응용해서 만든 것으로, 염분 차 발전을 연구하던 과학자에게서 나올 수 있는 아이디어는 아니었다”며 “비즈니스를 볼 줄 아는 사람들이 기술 기획 당시에, 아니면 단계 평가를 할 때만이라도 참여할 수 있게 해주면 기술이전·상업화 문제를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R&D 예산만 따오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연구자들의 소극적인 태도와 최근 불거지는 TLO 전문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받았다. TLO 직원 D씨는 “대충 행정직에 있는 사람을 돌리는 구조로 가다 보니 전체 출연연 TLO 회의에 온 직원이 라이센싱 툴 중 통상실시, 전용실시가 뭔 뜻인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면서 TLO 인력을 전문직군화하고 이 조직을 예산·인사차원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