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영화, 웨이브 월정액에서 방 뺀 이유

토종 OTT 웨이브 "5월부터 월정액 상품 디즈니 영화 제공중단"
디즈니플러스 곧 한국진출, 디즈니 "월정액 계약 연장않겠다"

디즈니플러스

"디즈니(플러스)는 웨이브를 경쟁 상대로 보는 것 같다".

박정호 SK텔레콤 CEO(최고경영자)가 월트디즈니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제휴 여부에 대해 묻자 최근 했던 말이다. 웨이브(Wavve)는 SK텔레콤이 최대주주로 국내 가입자 수 1위인 토종 OTT다. 디즈니플러스가 웨이브의 경쟁자인 만큼 SK텔레콤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 IPTV와의 제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뜻이었다.

지금은 웨이브 월정액 서비스에 가입하면 볼 수 있는 디즈니 콘텐츠를 5월부터는 못 본다. 디즈니가 올해 하반기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시장 상륙을 앞두고 웨이브에 월정액 영화 상품을 공급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어벤져스' 등 마블스튜디오 영화와 스타워즈 시리즈, '겨울왕국' 등 디즈니 애니메이션 100여편이 대상이다.

웨이브 관계자는 "디즈니와 4월 말까지 체결한 SVOD(월정액 주문형비디오) 공급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며 "권리사인 디즈니 측이 계약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데 따르는 조치"라고 했다. 웨이브는 다만 "월정액이 아닌 디즈니 콘텐츠 단건 구매 상품은 지금처럼 똑같이 제공한다"며 '월정액 서비스의 경우 (디즈니 콘텐츠 대신) 다른 프리미엄 영화 제공으로 보완할 예정"이라고 했다.

디즈니와 웨이브의 제휴 종료는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진출을 앞두고 이뤄진 것이다. 디즈니플러스의 가입자를 늘리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 OTT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공급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OTT 업계에선 디즈니가 다른 국내 OTT와도 월정액 영화 재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디즈니는 2019년 디즈니플러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넷플릭스와도 콘텐츠 공급 계약을 중단한 바 있다.

국내 미디어·콘텐츠 기업들이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사활을 거는 것도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공룡 OTT의 콘텐츠 독식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웨이브는 앞으로 5년 간 1조원을 투자해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KT도 3년간 4000억 원 이상을 투자하고, CJ ENM과 JTBC가 힘을 합친 티빙도 콘텐츠 확보에 4000억원을 투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