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24일(현지시간) 반도체 등의 공급망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직전 반도체 칩을 들고 연설하고 있다. /AFP=뉴스1
☞ '백악관 가는 삼성…美 반도체 대란 회의 초청' 참조
표면적인 이유는 전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대책 논의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의가 결국 미국 내 반도체 생산기지 유치를 위한 압박과 회유의 자리가 될 것으로 본다. 미국 주도의 반중 반도체 동맹의 출발을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바이든 정부로부터 계산서를 받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국제 통상·안보 전문가들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 생산기지를 미국 영토로 유치하는 문제에서 트럼프 행정부 당시의 '아메리카 퍼스트'를 뛰어넘는 강경파다. 전세계 반도체 생산력의 75%가 한국과 중국, 대만, 일본 등 동아시아에 집중돼 있고 이 같은 글로벌 분업 체제가 혁신과 함께 미국의 경제·안보적 취약성을 만들었다는 미국반도체산업협회의 분석이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산업 정책과 맞닿아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공급망 검토를 개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반도체는 21세기 편자의 못"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이라는 말을 뛰게 하려면 말발굽에 좋은 편자를 달아줘야 하는데 편자를 고정하는 못이 없으면 말을 잃고 나라가 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세계 최강국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선 반도체 패권 확보가 필수라는 게 바이든 정부의 기본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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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런 사정과 별도로 백악관 회의 참석이 미국 주도의 반중 동맹에 참여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도 부담이 크다. 미국과 중국은 삼성전자가 놓칠 수 없는 최대 시장이다. 삼성전자는 백악관의 구상을 파악하기 위해 국내외 정보력을 총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청한 반도체업계 한 인사는 "미국 현지 생산시설 신·증설 문제뿐 아니라 미중의 패권경쟁 측면에서도 삼성전자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자의 전략적 판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