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줄줄새는' 車보험 한방 치료비, 국토부 세부기준 만든다

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권화순 기자 2021.04.05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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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줄줄새는' 車보험 한방 치료비, 국토부 세부기준 만든다


국토교통부가 자동차보험 한방수가 기준을 세분화한다. 자동차보험 진료비를 증가시키는 주원인으로 한방진료비가 지목되면서다. 국토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첩약, 약침 등 시술횟수와 시술기간 등에 대한 수가기준을 세분화할 방침이다.

국토부 "한방 진료수가 연구용역"...차보험 한방진료비 5년새 3배↑, 한방 환자 숫자 48만명→127만명 급증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일 "최근 자동차 사고 후 한방진료를 받는 환자의 수와 진료비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데 한방진료수가 기준은 양방에 비해 촘촘하지 못하다"며 "연구용역을 통해 이 기준을 세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해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의 주요 원인을 두고 대한한의사협회와 대립중이다. 2001년부터 2019년까지 10조2000억원의 만성적인 영업적자를 기록중인 손해보험업계가 자동차보험 손해율의 주요원인 중 하나를 한방진료비로 꼽으면서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9년 자동차손해율은 91.4%로 2018년보다 5.5%포인트(p) 증가했다. 보험개발원은 병원치료비의 46.4%를 차지하는 한방진료비가 28.2%p 증가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 측은 2019년 자동차보험 전체 손해액은 14조7000 억원으로 전년대비 1조1560억원 늘었는데 이중 한방치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13.5%p에 불과하다고 맞서고 있다.



1999년 한방진료가 자동차보험에 도입된 이래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손해보험업계와 한의업계 간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이다.

실제 최근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는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는 2014년 2700억원에서 2019년 9500억원으로 252% 증가했다. 양방진료비는 같은기간 1조1500억원에서 1조2600억원으로 9.2% 증가한 것에 비해 증가속도가 매우 빠르다. 환자 수 역시 양방을 이용한 자동차보험 환자수는 2014년 179만명에서 2019년 189만명으로 6% 증가한 반면 한방진료를 받은 환자는 48만명에서 127만명으로 167% 늘었다.

세부기준 없는 느슨한 한방수가, 1회 처방시 첩약 10일치 한꺼번에...국토부 "증상, 질병 따라 세부기준 마련 필요"
문제는 최근 들어 자동차보험 진료비 중에서 한방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데 수가체계가 세분화돼있지 않다는 점이다. 자동차보험은 일부 예외항목을 제외하면 대부분 건강보험수가 체계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비급여항목은 국토부가 자동차보험수가를 정하게 되는데 비급여 항목이 많은 한방진료의 경우 진료수가기준이 없거나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돼 왔다.


예컨대 양방약제는 적용 대상, 용량기준 등이 건강보험 수가 기준에 세세하게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의료진은 3~5일 간격으로 환자상태를 확인 후 처방하도록 규정돼 있다. 반면 자동차보험수가 상 한방첩약 기준은 1회 처방시 10일치를 한번에 첩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일부 한의원에서는 일정 간격으로 환자상태를 관찰하며 적합한 약제를 처방하지 않고 1회 처방시 무조건 10일씩 첩약을 처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약침의 경우도 투여횟수, 대상상병, 용량 등에 대한 세부기준이 없어 동일한 증상에대해 의료기관별 시술횟수, 기간 등의 차이가 크다.



또 유사한 목적, 유사한 효과의 진료를 동시에 행하더라도 삭감할 근거가 없다. 하루에 침술, 부항, 약침, 추나, 온냉경락요법, 구술(뜸), 한방파스, 경근간섭저주파요법 등 8가지 진료를 일시에 진행하더라도 보험회사가 전부 보상하도록 돼 있다는 얘기다.

국회에서도 지난해 이같은 지적이 제기됐다. 김창호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은 지난해 7월 '자동차보험 한방진료 현황과 개선과제' 정책보고서를 통해 "한방진료 비급여 항목의 진료수가와 인정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의료행위의 효과와 필요성에 대한 검증없이 자동차보험이 적용되고 있어 과도한 진료 유인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한방진료수가 체계가 세분화돼 있지 못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다. 국토부는 앞으로 연구용역을 통해 첩약의 경우 환자의 증상, 질병정도에 따라 적절하게 투여될 수 있도록 기준을 세분화하고 약침, 다종시술 등에 대한 세부기준도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양방과 다른 한방의 특성도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연구용역 발주를 위한 기초작업을 진행중 이라며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수가기준을 만들기보다 손해보험업계와 대한한의사협회가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 손해보험업계와 한의사회가 함께 연구방향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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