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총수, 정몽구 대신 정의선"...공정위, 총수 변경 승인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1.03.30 19:25
글자크기
 [화성=뉴시스]김명원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2021.02.18. kmx1105@newsis.com [화성=뉴시스]김명원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2021.02.18. [email protected]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요청을 수용해 동일인(총수)을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을 계기로 ‘총수 지정기준’을 신설해 향후 다른 대기업에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총수는 정의선” 결론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2021.03.16.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2021.03.16. [email protected]
3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4월 30일 현대차 총수를 정의선 회장으로 지정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현대차로부터 관련 서류를 제출받고 있다.



공정위는 매년 주요 그룹을 상대로 대기업집단 지정자료를 제출받아 자산규모를 산정한다.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이면 이른바 대기업집단인 ‘공시대상기업집단’, 10조원 이상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각 그룹 총수를 함께 지정한다.

현대차는 지정자료 제출 과정에서 총수를 정몽구 명예회장 대신 정의선 회장으로 지정할 것을 요청했다. 공정위는 내부 검토를 거쳐 이런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현대차 총수가 바뀌는 것은 21년 만이다. 현대차는 2000년 9월 현대그룹에서 분리되면서 2001년 처음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는데, 이때 정 명예회장도 처음 총수로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공정위는 기존 총수의 사망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에만 제한적으로 총수를 변경해왔다. 이 때문에 현대차 요청 수용 여부를 두고 공정위 내부에서도 찬반이 엇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논의 끝에 현대차를 ‘사실상 지배하는 자’는 정의선 회장이라고 결론짓고 총수로 지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효성의 요청도 받아들여 총수를 조석래 명예회장에서 조현준 회장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깜깜이 지정기준...이번에 신설할 듯
 [화성=뉴시스]김명원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공동취재사진) 2021.02.18. photo@newsis.com [화성=뉴시스]김명원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공동취재사진) 2021.02.18. [email protected]
공정위는 현대차, 효성 사례를 바탕으로 총수 지정기준을 신설·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공정거래법이나 시행령에 총수에 대한 정의, 지정기준이 규정돼 있지 않아 ‘깜깜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공정위가 총수를 누구로 지정하느냐에 따라 공정거래법상 규제 대상 계열사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대기업은 총수 변경 여부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공정거래법상 ‘총수 단독으로’ 또는 ‘총수와 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이 주식의 30% 이상을 보유한 경우 대기업집단의 계열사가 된다.


예컨대 현대차의 경우 정의선 회장이 총수로 지정될 경우 정 회장의 장인이 지배하고 있는 삼표그룹이 현대차 계열사로 들어온다. 자칫 삼표에서 사익편취, 대기업집단 지정자료 허위제출 등이 발생한다면 정의선 회장이 총수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총수 지정 제도는 1986년 12월 도입됐지만 아직까지 정의·지정기준이 없어 “공정위 재량권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기업들은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기업집단’의 정의를 통해 간접적으로 총수의 정의를 ‘사실상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자’ 정도로 추측할 뿐이었다.



국회도 총수 정의·지정기준 신설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는 ‘2020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를 통해 “공정거래법에 동일인의 정의 조항을 별도로 신설해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이란 ‘사실상 사업 내용을 지배하는 자 또는 법인’으로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성이 있다”며 “기업집단에게 누가 동일인으로 지정될 것인가에 관해 예측가능성을 줄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