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앤컴퍼니 조현범 사장(왼쪽)과 조현식 부회장(오른쪽).
조현식 부회장은 앞서 감사위원 주주제안을 통해 밝힌대로 지주사 대표이사직을 조만간 사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조 부회장이 내부적으로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그가 선임한 감사위원이 조현범 사장의 향후 경영행보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양측 후보에 대한 득표율은 이례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이사회 의장으로 주종 진행을 맡은 조현식 부회장이 이를 알리지 않고 가결 여부만 공개하면서다.
그런만큼 이번 결과는 차녀 조희원씨와 소액주주(22.61%)들의 선택이 향방을 가른 것으로 보인다. 조희원씨는 한국앤컴퍼니 지분 10.82%를 보유해 역시 3%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개되진 않았지만 조 씨 역시 조현식 부회장쪽에 표를 던진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이날 주총 결과에 따라 조현범 사장과 조현식 부회장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높다. 조현식 부회장이 대표이사직 사임을 예고했지만 부회장 및 이사회 의장, 등기임원 등 다른 직책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앤컴퍼니 보유 주식에 대해서도 앞서 진행항 서면 인터뷰를 통해 "매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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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 지분 분쟁은 이미 일단락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조현범 사장은 지난해 6월 아버지 조양래 회장으로부터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형태로 지분 전량(23.59%)을 넘겨 받아 42.90%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19.32%를 보유한 조현식 부회장을 비롯해 나머지 자녀들의 지분을 모두 합해도 이를 넘기지 못한다. 지난해 조희경 이사장이 신청한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역시 어떤 결과가 나오든 현 지분 상태에 영향을 주지 못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감사위원 선임으로 조현범 사장의 경영 행보는 더욱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향후 투자결정이나 사업방향 등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현식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 역할을 계속 수행할 경우 조현범 사장 의지대로 회사를 경영하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앤컴퍼니는 이날 주총에서 다른 사·내외이사 선임 등 안건에 대해서는 모두 원안대로 의결했다. 지난 2월 이사회 승인을 받은 배터리 전문업체 한국아트라스비엑스의 합병 안건도 통과했다. 합병 기일은 내달 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