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ℓ콜라에 세금 110원…"설탕세? 소금세도 걷겠네" 조롱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1.03.22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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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국회에서 '설탕세'(Sugar Tax)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비만, 당뇨 등 성인병의 주범인 당(糖)류 섭취를 줄이기 위해 당류가 첨가된 음료 등 가공식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다. 건강부담금만큼 음료 가격이 상승해 저소득층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국민건강을 앞세워 결국 세금을 걷으려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설탕세' 논의 본격화…당 섭취 감소로 국민건강 증진 목적
22일 식음료업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당류가 들어있는 음료를 제조·가공·수입·유통·판매하는 회사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긴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이른바 '가당음료부담금'이다.

담배에만 부과하는 건강부담금을 당류 첨가 음료에도 부과해 판매·소비 감소와 대체음료 개발 등을 유도하고, 국민건강을 증진시키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에 따르면 음료 100L당 당이 20kg을 초과하면 2만8000원, 16~20kg이면 2만원 등 설탕 함량이 많을수록 더 많은 부담금을 물린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 1캔(250ml)에는 당 27g이 들어있어, 100L로 환산하면 당을 10.8kg을 함유한 셈이다. 총 1만1000원의 세금이 더 부과되며 1캔당 27.5원씩, 1L당 110원씩 세금이 더 붙는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공식품 당류 섭취량이 총 열량의 10%를 초과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비만 위험이 39%, 고혈압 66%, 당뇨병은 41% 각각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며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설탕세, 30여개국에서 시행 중…실제 당류 섭취 감소 효과 有
2019년 1월 영국 런던의 한 공원에서 남성이 패스트푸드를 먹고 있다./사진=AP/뉴시스2019년 1월 영국 런던의 한 공원에서 남성이 패스트푸드를 먹고 있다./사진=AP/뉴시스
설탕세는 1922년 노르웨이가 가장 먼저 도입했다. 2010년 이후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설탕세가 도입됐다. 현재 설탕세를 부과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 프랑스, 영국, 미국, 멕시코, 핀란드, 말레이시아, 이탈리아, 노르웨이 등 30여개 국가다. 이들 국가들 중 상당수는 실제 당류 섭취 감소로 이어지는 등 정책 효과를 보고 있다.



인구의 70% 이상이 과체중·비만인 멕시코는 2013년 설탕이 들어간 음료에 1L당 1페소(약 60원)의 설탕세를 부과한 후 청량음료 소비가 6% 줄었다. 노르웨이도 설탕세 도입으로 2018년 설탕 섭취량이 24㎏을 기록해 10년 전보다 27% 감소했다.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설탕 과다 섭취가 비만, 당뇨병, 충치 등의 주요 원인"이라며 "건강한 식품 및 음료 소비를 목표로 세금과 보조금 등의 재정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WHO가 권장하는 하루 설탕 섭취량은 25g이다. 그러나 250ml 탄산음료 한 캔에만 약 25~40g의 설탕이 포함돼 있다.

설탕세 도입 논의에…"세금 걷겠다는 것 아니냐" 비판 여론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는 사진./사진=뉴스1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는 사진./사진=뉴스1
하지만 설탕세 도입을 두고 '취지는 좋지만 결국 세금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등 반발 여론이 거세다. 한 누리꾼은 "국민건강은 핑계일 뿐. 어디 돈 뜯어낼 데 없을까 눈이 시뻘건 정부"라며 "이참에 고혈압 환자 많으니까 소금세 걷고, 한식은 탄수화물 덩어리니까 탄수화물세도 걷어라"라고 비꼬았다.



다른 누리꾼들도 "설탕 규제는 필요해보이지만 세금까지 붙이는 건 아닌 것 같다", "비싸면 안 먹는다는 건 언제적 논리냐", "그렇게 해도 먹을 사람은 다 먹는다", "결국 세금 걷겠다는 것" 등 비판했다.

설탕세 도입으로 식음료 가격이 올라 저소득층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건강부담금이 부과될 경우 탄산음료, 요거트 등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지며 이는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한 누리꾼은 "당 섭취만 줄이는 게 아니라 제품 가격도 오르지 않냐"며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 탄산음료 가격까지 인상되면 서민들만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덴마크는 2011년 고열량 식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시행했지만, 가격이 비싸지자 국민들이 국경을 넘어 원정 쇼핑을 하는 바람에 1년 만에 폐지됐다. 프랑스는 2011년부터 탄산음료 한 캔에 1%의 '설탕세'를 부과한 뒤 첫 해에는 판매가 약 3% 줄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에 익숙해져 인상된 가격이 기준가가 된 이후부터는 판매 억제 효과가 약해지면서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송민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설탕세는 찬반 의견 및 효과에 대한 논란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며 "설탕세 도입 검토 시에는 이해당사자, 전문가 등을 포함한 국민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침으로써 설탕세 도입 목적에 대한 공감대 형성, 재정 수입 사용 방안 등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성인 비만율은 34.6%다. 남성 42.8%, 여성 25.5%다. 2006년 11.6%에 불과했던 청소년 비만율도 2019년 25.8%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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