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치솟고 코로나 덮치고…작년 혼인건수 '역대 최저'

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세종=안재용 기자 2021.03.19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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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혼인 건수가 21만여건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2년 이후 9년 연속 감소세다. 주거비 상승 등 경제적 부담이 커진 데다 지난해 코로나19(COVID-19)까지 덮친 결과다. 출산의 간접적 선행지표 격인 결혼 건수가 줄면서 지난해 시작된 인구 감소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혼인 11% 감소한 21.4만건…통계작성 이후 최저치
집값 치솟고 코로나 덮치고…작년 혼인건수 '역대 최저'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020년 혼인·이혼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건수는 21만3502건이다. 2019년에 비해 2만5657건, 10.7% 감소했다. 인구 100명당 혼인건수인 조혼인율은 4.2건으로 전년 대비 0.5건 줄었다.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다.



국내 혼인건수는 2012년 전년대비 0.6% 감소한 이후 9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감소율 역시 1971년 18.9% 감소한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김수영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결혼의 주된 연령층인 30대 인구가 계속감소하고 있고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하고 있다"며 "주거비와 고용 등 경제적 여건변화에 코로나로 결혼을 연기하거나 취소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연령과 성별에 따라 나눠보면 남자는 30대 후반에서 전년 대비 14.2%, 여자는 20대 후반에서 9.1% 혼인이 줄어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초혼 연령은 남성이 33.2살, 여성은 30.8살이다. 여성은 통계작성이후 최고치를 이어갔고, 남성은 30~40대 혼인 감소 영향으로 전년대비 0.1살 내려왔다. 남성 초혼 연령이 어려진 것은 1990년 초혼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취업에, 집값에…안 그래도 어려운 결혼, 코로나까지 덮쳤다
집값 치솟고 코로나 덮치고…작년 혼인건수 '역대 최저'
20~30대 청년층이 결혼을 꺼리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3포(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것) 세대라는 말이 일반화될 정도로 주거비와 취업 등 결혼을 위한 경제적 부담이 커졌다. '결혼을 꼭 해야할 필요가 없다'는 비혼주의자도 늘고 있다.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A씨는 "경제적으로 안정감이 없는데 어떻게 마음 놓고 결혼을 하겠느냐"며 "집 사는 것도 힘들고 아이를 낳으면 최소 5~10년 부담이 될 것 같다"고 결혼을 미루는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요즘 집값이 오르는 것을 보면 20억원은 있어야 안정감이 있을 것 같다"고도 말했다. 지난해 여자친구와 식을 올린 C씨는 "배우자가 취업 준비를 4년 동안 했다"며 "취직할 때까지 결혼을 미루다 보니 지난해에야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확산한 코로나19는 줄어든 결혼마저 미루게 만들었다. 올해 초 서울에서 결혼한 직장인 A씨는 "'1년이면 지나가겠지'했던 희망도 연말이 되자 사라졌다"고 말했다.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탓에 흔한 청첩모임 한번 제대로 못한 A씨는 결국 양가 가족·친지만 참석한 채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

김수영 과장은 "예식장업이 포함된 개인서비스업 생산지수가 2019년 95에서 지난해 62.2로 32.8포인트 감소했다"며 "코로나19로 결혼이민자 입국이 72% 줄면서 외국인과의 혼인 건수가 35.1% 감소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혼 감소는 인구 감소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 동거 등 미혼 가정보다 혼인 가정이 많은 우리나라 문화에서 혼인 건수는 출산의 선행지표로 꼽힌다. 지난해 출생아는 27만2400명이다. 사망자수 30만5100명에 비해 3만2700명이 적어 연간 기준 인구자연감소(데드크로스)가 나타났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한 0명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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