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가 돈다발 들고 찾는 전기차 시대 '신병기'[테크업팩토리]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1.03.1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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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업팩토리]①감각치환기술-시각 대신 촉각으로 안전 확보

편집자주 ‘테크업팩토리’는 스타트업과 투자업계에서 가장 '핫'한 미래유망기술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우리의 일상과 산업의 지형을 바꿀 미래유망기술의 연구개발 동향과 상용화 시점, 성장 가능성 등을 짚어봅니다.

글로벌 완성차가 돈다발 들고 찾는 전기차 시대 '신병기'[테크업팩토리]


글로벌 완성차가 돈다발 들고 찾는 전기차 시대 '신병기'[테크업팩토리]
#, 뿌연 미세먼지로 목이 칼칼해진 김 과장은 전기차 내부 15인치 터치스크린 화면에서 공기청정기 앱(애플리케이션)을 누른다. 내비게이션, 오디오, 자동차 기능 설정, 충전 상태 확인 등의 여러 앱들이 깔려 있지만, 앱마다 각기 다른 진동이 느껴지게 설계돼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아도 무엇을 눌렀는지 알 수 있다. 이 기능은 운전자가 자칫 화면 속에서 원하는 앱을 찾다 전방주시를 소홀히 해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는 효과를 보여준다.

전기차가 ‘바퀴 달린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면서 차 내부 대시보드엔 차량제어·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손쉽게 조절할 수 있는 대형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부착된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런 장치와 함께 ‘감각치환기술’도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앞의 사례에 빗대면 시각 대신 ‘촉각’을 통한 인식 기술을 말한다.



자동차 실내공간이 ‘콘텐츠 플랫폼’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가운데 안전운전 기술 개발·보급이 당면 과제로 부상했고, 굴지의 자동차 회사들이 이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거액의 연구비를 투자할 정도로 가장 ‘핫’한 영역이으로 떠올랐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기차 내부 대형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에 각종 기능을 지원하는 앱들이 배열돼 있는 상상도/사진=푸조   전기차 내부 대형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에 각종 기능을 지원하는 앱들이 배열돼 있는 상상도/사진=푸조
국내에서도 관련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휴먼증강연구실이 개발한 ‘LED(발광다이오드) 기반 필름형 햅틱(Haptic) 기술’이 대표적이다. 현재 상용화된 햅틱 기술은 기기 전체가 모노 스피커와 같이 떨린다면 ETRI가 개발한 기술은 손가락 위치에 따라 모두 다른 진동이 느껴진다. 연구진은 낮은 출력의 광신호를 진동으로 변환하는 기술을 개발해 이 같은 기능을 구현했다. 구체적으론 빛에너지와 열에너지를 전환하는 변환층이 코팅된 특수필름에 빛을 쬐면 가열 또는 냉각이 유발하는 열팽창률 차이에 따라 필름이 변형·회복되면서 진동을 만드는 방식이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공개한 컨셉트카 ‘45’의 내부 공간 이미지/사진=현대차현대자동차가 지난해 공개한 컨셉트카 ‘45’의 내부 공간 이미지/사진=현대차
신형철 ETRI 휴먼증강연구실장은 “최근 자동차 전장은 버튼·다이얼 대신 터치스크린 하나에 내비게이션, 미디어, 공조 등 여러 제어기능이 통합되는 추세”라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면 다이얼을 돌리는 촉감, 버튼을 누르는 촉감 등을 다양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진동 말고도 ‘초음파’를 이용한 비접촉식 UI(사용자 환경) 개발도 시도된 바 있다. 해외 자동차 브랜드 B사의 경우 지난해 손가락을 터치스크린에 직접 갖다 대지 않아도 어떤 버튼 위에 손이 와 닿아있는지를 알 수 있는 ‘초음파를 이용한 비접촉 제어 기술’을 국내 연구진과 함께 연구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인지할 수 있는 세기가 명확하지 않아 상용화에는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TRI가 개발한 LED 필름형 햅틱 기술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 적용시킨 모습/사진=ETRIETRI가 개발한 LED 필름형 햅틱 기술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 적용시킨 모습/사진=ETRI
LG경제연구원, 카이스트(KAIST) 등 15곳의 전문가들이 현 시점에서 감각치환기술 및 서비스의 △사회적 수요 대응 가능성 △경제적 파급효과 △내부역량을 7점 척도로 평가한 결과, 각각 5.21(약간 높음). 3.79(약간 낮음), 5.43(약간 높음)점을 받았다. 이르면 5년 이내 상용화 전환점에 도달해 해당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임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센터장은 “아직 원천기술 태동기이나 시장 선점에 뒤처질 경우 중요 미래 먹거리를 놓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부 주도의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KISTEP 기술예측센터, ETRI 기술정책연구본부가 공동 발간한 ‘디지털 휴먼증강 유망기술·서비스'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촉각 인식용 햅틱기술 외에도 △수화(손 근육 자극)-음성 변환기 △자동 초점 조절 디스플레이 △귀 고막 임플란트 △필터 코 △원격 냄새 분석 등 다양한 감각치환기술 및 서비스 개발이 한창이다. 임 센터장은 “고령 인구 증가, 생산성 향상에 대한 수요 증대 등의 사회적 변화로 이른바 ‘디지털 휴먼증강’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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