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는 지난해 한 해에만 주식시장에서 63조9240억원을 순매수해 -36조924억원과 -24조7262억원을 각각 순매도한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을 압도했습니다. 개미 군단의 막대한 순매수에 힘입어 작년 코스피지수는 32.75%, 코스닥지수는 44.58% 각각 상승했습니다.
게다가 지난해 상장 직후 ‘따상상’ 등의 대박 신화를 기록한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 등 IPO(기업공개) 대어주들은 단기간에 주식투자 성패를 결정지으려는 투자 심리를 부추기면서 주식투자를 더더욱 근시안적으로 바라보게 만들었습니다.
IPO 대어주의 상장 직후 ‘따상상’ 현상은 주식투자로 초단기에 일확천금을 벌 수 있다는 허황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마치 마약과 같습니다. 배정만 받으면 단기간에 초대박을 낼 수 있게 되면서 장기 투자를 할 필요성을 더이상 느끼지 못하게 됐습니다. 게다가 ‘따상상’ 했을 때 얼른 매도하고 차익을 실현해야지 장투(장기 투자)한다고 들고 있다간 공모가 아래로 떨어지는 게 다반사여서 단기 투자의 충동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단기간에 대박 승부를 보려는 투자 분위기가 만연해지면서 장기 투자의 개념도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1년도 아니고 몇 개월 보유하고선 장기 투자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말로는 장투를 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투자한 지 몇 주, 몇 달 안에 수익을 내지 못하면 조바심을 내고 손절하고 마는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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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간에 승부를 보려는 투자 풍토에서 10년 이상 장기 투자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쓸모없는 전략으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단기간에 빨리 대박을 내야지 40, 50, 60년 동안 아주 오래 기다려서 수익을 낸다는 것은 전혀 매력적으로 와닿지 않습니다.
예컨대 주식투자로 100억원을 모으는 게 목표라고 했을 때 최대한 빨리 돈을 증식하는 방법을 들으려고 하지 70, 80년에 걸쳐서 100억원을 모으는 방법에 대해선 눈길조차 주지 않습니다.
주식투자로 단기간에 대박을 꿈꾸는 개인투자자들이 너무나 많은 지금의 투자 풍토에서 역사상 세계 최고 주식부자인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의 성공담은 전혀 다른 모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3일 현재 블룸버그 억만장자인덱스에 따르면 버핏의 순재산은 994억 달러(110조원)에 달하는데, 이는 버핏이 80년 넘게 투자를 해서 얻은 산물이지 결코 10, 20년 투자해서 번 돈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버핏이 모은 순재산의 상당 부분은 그가 50살이 넘어서 축적된 것이고, 그의 순재산 가운데 70%에 달하는 700억 달러(78조원)은 60대 중반 이후에 늘어난 것입니다. 짧은 기간에 초대박을 내서 1000억 달러 가까운 돈을 모은 게 결코 아닙니다. 세계 최고 주식부자인 버핏은 아주 오랜 기간 투자를 했고 그의 순재산은 시간이 갈수록 복리효과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결과입니다. (☞관련기사: 수익률 1등 아닌데 세계 최고 주식부자된 버핏의 비결)
버핏의 성공 사례는 주식투자로 돈을 벌기 위해선 아주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예컨대 주식투자로 100억원을 모으는 목표를 세웠다면, 버핏의 성공은 70, 80년을 투자하라고 가르칩니다.
주식투자를 500만원으로 시작한다면 연평균 10%의 수익률로 79년 후엔 100억원을 모을 수 있습니다. 만약 최초 투자금이 500만원보다 많거나 연평균 수익률이 10%보다 높다면 100억원 목표 달성 기간이 훨씬 빨라지겠죠. 예컨대 1000만원으로 투자를 시작한다면 연평균 10% 수익률로 72년 후에는 100억원을 모을 수 있습니다. 만약 연평균 수익률이 12%가 된다면 500만원으로 시작해 67년 후엔 100억원 주식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버핏의 성공은 우리 모두 주식투자로 100억원을 모을 수 있지만 아주아주 긴 마라톤을 거쳐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단기간에 대박 승부를 보려는 투자 풍토가 만연하면서 그런 마라톤을 하려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