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그렇게 푸는데…미국달러의 '반전' 강세 왜?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21.03.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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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우세했던 '달러 약세' 전망과 달리 올해 들어 달러가 주요통화 대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경제회복이 유럽 등 다른 경제권보다 빠를 것이란 기대와 미 국채 금리 상승 영향이 외환시장에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사진출처=로이터사진출처=로이터


달러, 엔 대비 9개월 고점 근접…유로 대비로도 예상밖 강세
로이터에 따르면 8일 아시아 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9개월 고점(달러 대비 엔화 저점)에 근접한 108.3엔/달러까지 상승(엔화 가치 하락)했다. 올해 들어 약 5% 상승세(엔화 약세)다. 또다른 안전자산인 스위스프랑 대비 달러 가치도 8개월 고점 부근으로 올랐다.



달러/유로 환율 역시 지난주 1.3% 하락(달러 가치 상승)하며 2019년 10월 후 가장 큰 주간 낙폭(달러 대비 유로 가치 하락)을 기록했다. 1월 초 기록했던 고점 1.249달러/유로에서 지난주 1.2달러/유로 밑으로 하락(유로 가치 절하) 해 8일에도 1.19달러/유로 대를 기록 중이다. 6개 주요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월 초 저점 대비 약 3% 가까이 올랐다.

이는 연초 시장에서 우세했던 달러 약세 전망과 상반된 추이다. 시장은 올해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완와 정책 지속과 미국 국가부채 등을 근거로 달러 약세를 예상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팬데믹 국면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고 있고, 미국 국채 금리까지 경기 개선 기대를 반영해 다른 경제권보다 더 크게 오르며 달러도 강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약달러 실현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1월 초 미국 조지아주 상원선거를 기점으로 커졌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상원 다수당 확보가 확정되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재정부양책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재정부양책은 미 국가 부채 규모를 키워 달러 가치에 악재가 될 수 있지만, 시장은 이 부양책이 미국 경제를 더 빨리 회복시킬 거라는 데 방점을 둔 걸로 보인다. 이 시점 이후 미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높아졌고, 유럽보다 미국 자산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도 가속화했다.

최근 3개월간 ICE 달러인덱스 선물 추이/출처=https://www.theice.com/최근 3개월간 ICE 달러인덱스 선물 추이/출처=https://www.theice.com/
유럽보다 빠른 경기회복+ 금리상승에 달러 강세…원자재 통화 대비로는 약세
미국의 백신 보급이 빠르다는 점도 달러 강세의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백신 접종이 빠르면 경제 정상화도 그만큼 앞당겨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집계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국민들은 100명당 24도스(1도스=1회접종분)의 백신을 접종했지만, 유럽연합(EU)은 100명당 8도스에 불과하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도 달러를 끌어 올리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금리가 높은 곳으로 자본유입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미국의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올해 0.5%포인트(p) 이상 상승했고, 지난주에만 16bp(1bp=0.01%포인트) 올라 5일 기준 1.57%를 기록했다.

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최대 경제국인 독일 국채 금리는 지난주 4bp 하락했다. 금리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지난주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 미 국채 10물 금리를 1.9%로 전망했다. 같은 만기 독일 국채 금리( -0.3%→0%), 일본 국채 금리(0.13%→0.3%)보다 가파른 상승세가 예상된다.

달러가치가 예상과 다르게 오르자 경계감도 감지된다. 전세계 경제 회복세가 예상만큼 고르게 일어나지 않은 결과로 달러가 오르는 것일 수 있어서다. 1월 유로존 소매판매는 락다운(봉쇄) 탓에 전년동월 대비 6% 이상 감소했지만, 같은 달 미국 소매판매는 7.4% 늘었다.

달러 차입 의존도가 큰 신흥국에서 달러 강세는 금융여건을 조이며 경기 회복에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피델리티 인터네셔널의 살먼 아흐메드 거시경제 대표는 WSJ에 "달러 움직임을 보고 있다"며 "달러강세가 갑자기 일어나면 신흥국 자산 매도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달러 강세가 미국의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고, 미 경기회복이 현실화한다면 신흥국 경제에 전체적으로 호재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JP모간자산운용의 휴 김버 투자전략가는 "미국 소비가 강력해진다는 건 전세계 수출을 이끌 요인이 충분하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에 신흥국에도 긍정적"이라 예상했다.

한편 달러 움직임이 통화별로 다른 움직임을 보일 거란 예상도 있다. 전세계 교역 회복으로 원자재 통화 대비로는 약세를, 다른 안전자산 대비로는 강세를 나타내리란 관측이다. 유키오 이시주키 다이와증권 투자전략가는 로이터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달러가 호주달러·뉴질랜드달러 대비 오르긴 어렵다"며 "그러나 국채 금리 등으로 인해 엔 대비로는 강세를 보일 것"이라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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