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금광주 손절'은 신의 한수? 금값은 왜 떨어지나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1.03.0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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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10% 넘게 하락…지난해 8월 고점 대비로는 20% 넘게 떨어져

사진=AFP사진=AFP


금값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올해 들어서만 10% 넘게 미끄러졌다. 세계적인 경제 회복과 금리 상승으로 금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시간 8일 오후 3시40분 현재 금 선물 4월물은 온스당 전일비 0.23% 오른 1702.35달러에 거래 중이다. 투자자들이 금에 몰려있던 자금을 빼면서 금값은 올해 10% 넘게 떨어졌다. 지난해 8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2075달러에 비해선 20% 넘게 밀려났다. 이대로라면 거의 40년 만에 최악의 분기를 보내게 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난해 금값은 코로나19 팬데믹 후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부양책 지출에 따른 실질금리 하락에 힘입어 고공행진했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을 뺀 것으로 시중 돈값을 반영하는 지표다. 실질금리가 떨어지면 금 같은 실물자산의 매력이 빛을 발한다. 때문에 역사적으로 금값과 실질금리는 역의 상관관계를 갖는다.

최근 금값은 실질금리 상승으로 강한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는 1조9000억달러 추가 부양책으로 미국 경제 성장률이 빠르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 속에 미국 실질금리는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대표적인 실질금리 지표인 10년 만기 미국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는 올해 초 -1%에 머물다가 최근엔 -0.65%까지 올랐다.



에이곤NV의 로버트 얀반데르 마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에 "최근 미국 실질금리 상승은 기대 인플레이션 하락이 아니라 명목금리 상승이 주도하고 있다"면서 "금값에 도움이 되는 환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진=블룸버그사진=블룸버그
금값 하락을 부추긴 게 비트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헤지수단으로 금의 자리를 넘보면서 금에 있던 돈이 일부 비트코인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과 달리 비트코인은 올해 들어서만 60%가량 올랐다.

씨티그룹의 아카시 도시 애널리스트는 "일부 투자자들은 비트코인과 디지털자산을 금의 대안으로 보고 있다"면서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나온다" 말했다.


이미 많은 투자자들은 지난해 11월 코로나19 백신 출시를 앞두고 금값 낙관론을 접고 포지션 청산에 나섰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철회했고, 헤지펀드들은 금 상승 베팅을 2019년 5월 이후 최저치로 줄였다.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헤서웨이는 지난해 2분기 금광주 배릭골드에 투자했다가 4분기에 손을 털었다.

그러나 향후 금값을 비관하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금값 하락에 세계 최대 금 시장인 인도와 중국에서 실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신호가 포착돼서다. 블랙록의 에비 햄브로 애널리스트는 "신흥시장에서 금 실물 수요가 증가하고 세계적으로 채굴량이 감소하면서 우리는 장기적으로 금값이 오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빨리 상승하면 금의 매력이 다시 돋보일 수 있다. 골드만삭스의 제프리 커리 애널리스트는 "인플레이션 오버슈팅 위험이 커지면 투자자들은 채권에서 금으로 자금을 돌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올해 연말 금값 전망 평균치는 온스당 1974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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