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며 직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3.4/뉴스1
-안대표 전 측근 A씨, 윤총장 측에 '3가지 제언'...향후 행보 주목
-"한 달내 입당하라, 대통령 철학 갖춰라, 욕 먹을 각오 하라"
윤석열 검찰총장측이 지난해 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과거 최측근을 만나 대통령 선거 출마에 관한 조언을 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5일 관련 당사자들에 따르면 윤 총장의 측근이 찾아가 만난 인사는 안대표가 2011년 정계에 입문해 대중 정치인으로 급부상했을 당시의 측근 A씨이다. 안대표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신분이던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나섰다가 고 박원순 서울시장(당시 희망제작소 이사)에게 양보한 바 있다. 2012년 대선에서는 무소속으로 대통령 후보로 나서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 담판까지 가는 등 단기간에 정치권의 거물로 부상했다.
A씨와의 만남이 윤 총장 본인의 직접 결정에 따른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윤 총장의 최측근이라는 걸 주변사람들은 금방 알 수 있는 인물이었다.
A씨는 그러나 '제3지대 출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B씨가 대선 방안에 대해 거듭 묻자 A씨는 세 가지를 조언했다.
첫째는 검찰총장 직에서 물러나 정치에 뛰어들면 한 달 내에 정당에 입당하라는 것이다. 조직과 자금을 갖지 못한 무소속 후보로서 갖는 한계를 안대표의 정치입문 시절 실감했기 때문이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역시 2017년 1월 귀국 이후 한때 범 보수진영의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꼽혔으나 당시 새누리당 합류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한달 만에 불출마 선언으로 뜻을 접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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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왜 대통령이 되려는지 철학부터 확립하라는 조언이다. 안대표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는 강했으나 대통령이 돼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콘텐츠'를 정리하지 못했다는 것. 결국 최종적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고 이후 여야 보수-진보를 오가며 세를 잃었다.
A씨는 윤 총장이 검찰총장으로서는 범 보수진영의 지지를 받을수 있지만 국가를 경영할 정치철학과 비전을 제시하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해줄 인사들을 곧바로 영입하라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 전직 부총리를 지내 경제를 잘 알고 대중적 이미지가 좋은 모씨를 적임자로 거론했다.
마지막으로 욕 먹을 각오를 하라고 조언했다. 검찰총장 자리에 있는 동안은 야당과 현정부에 비판적인 보수 지지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고 여권과 진보진영의 비판도 상대적으로 약했지만 정치권에 뛰어들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개인과 가족에 대한 신상털이에서부터 과거 행적 등이 일제히 도마에 오르게 된다. 심지어 보수진영 내에서도 박근혜 전대통령 국정농단 수사에 대한 비난이 없지 않다.
이같은 공격에 대한 각오와 대응 방안 없이는 대통령 선거에서 완주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A씨는 윤 총장이 실제로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고 당선될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다. 윤 총장이 대중적 흡인력을 가질 수 있는 화두로는 '공정'을 꼽았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절실하게 와닿는 문제인데다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의 화두가 되고 있는 '공정'을 주된 캐치프레이즈로 내걸만 하다는 것이다. 윤 총장이 대중적 지지를 바탕으로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합류, 당을 대대적으로 변화시키고 인적쇄신을 이룬다면 성공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 경우 당내 기존 보수세력과 갈등을 겪고 있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야권 윤전총장 당내 입지확보에 우군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실제로 김 비대위원장은 윤 총장이 사퇴한 직후 윤 총장에 대한 기대와 국민의힘 합류가능성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윤 총장은 4일 총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며 사실상 보수 후보로서의 출사표를 던졌다.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사퇴한 윤 총장의 향후 행보에 A씨의 조언이 실제로 반영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