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해상경계 분쟁 패소에 남해 어업인들 망연자실

뉴스1 제공 2021.02.2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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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 관계자들 연락 두절 '충격 못 벗어나'
경남도 "전남도와 협의해 공동조업수역 설정 노력"

남해군의회가 지난해 10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과 전남 해상경계를 등거리 중간선으로 적용하라"고 촉구했다. © 뉴스1남해군의회가 지난해 10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과 전남 해상경계를 등거리 중간선으로 적용하라"고 촉구했다. © 뉴스1


(경남=뉴스1) 한송학 기자 = 10년간 이어온 경남도와 전남도 해상경계 분쟁이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전남의 손을 들어주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해상경계 다툼은 경남과 전남 어민들의 멸치잡이 등 황금어장을 더 확보하기 위한 갈등으로 그동안 양 지역에서는 한치의 물러남도 없이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왔다.



다툼의 발단은 2011년 경남의 어선이 남해군 남쪽 해역에서 조업 중 전남해역 조업구역을 침범했다는 주장에 따라 여수해경에 입건되면서 양 지역 간 어업분쟁이 촉발됐다.

2015년 6월 대법원은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행한 지형도상 해상경계를 도(道)간 경계로 봐야 한다고 판단해 전남 구역에서 조업한 경남어선들의 유죄를 확정했다.



하지만 남해군과 경남도는 종전의 국가지형도상의 해양경계선을 인정하지 않고, 새로운 법리로 등거리 중간선 원칙 적용을 요구하며 권한쟁의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헌법재판소가 홍성군과 태안군 간 해상경계 판결에서 형평성의 원칙에 입각한 등거리 중간선을 적용하는 결정을 내린 것도 예로 들었다.

지난해 11월에는 경남지역 7개 연안 시군 어업인 4300여명의 탄원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기도 했다. 탄원서는 조업구역을 상실한 경남 어업인들이 일궈 온 삶의 터전에서 안정적인 조업을 할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해 줄 것을 호소했다.

하지만 헌재는 25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경남도와 남해군이 청구한 해상경계선 설정에 관한 권한쟁의심판을 기각했다.


헌재는 쟁송해역이 전남 관할구역에 속한다는 점을 전제로 장기간 반복된 관행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며, 각 지자체와 주민들의 법적 확신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또한, 쟁송해역의 관할권한이 경남에 속한다고 볼 수 없으며, 전남이 행사할 장래처분으로 경남의 자치권한이 침해될 위험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남해군과 지역 어업인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이날 판결에 어느 정도 기대를 걸었던 남해군 관계자는 아쉬움을 표현하면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해상경계 분쟁에서는 졌지만, 현재 남해~여수 해저터널 사업의 일관예비타당성 조사가 시행 중이며, 2차 용역 결과를 앞두고 있어 남해와 여수 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게 이유다.

남해 지역 어업인들은 헌재의 판단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 대부분이지만 입을 굳게 닫고 어떠한 의견도 내지 않고 있다. 남해군 관계자는 "어업인들의 실망이 너무 크다. 이번 결정에 충격을 넘어 분노하고 있어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그동안 경남 어업인들의 안정적 조업을 촉구해 온 대책위원회와 지역 수협 관계자, 남해군의회 의장도 연락 두절 상태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도에서도 이번 헌재의 결정에 대해 "결론은 기각됐으니 패소라고 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해상경계선 자체가 전남 측에서 주장하는대로 움직인건 아니고, 현행 그대로니 좋게 생각하겠다"며 "수산업법에서는 공동조업수역을 설정할 수 있는데, 소송을 떠나 전남도와 협의해 어업인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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