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가장납입...'개미' 애태우는 문제株 징계는 '뒷북'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21.02.26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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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사옥 / 사진제공=뉴스1금감원 사옥 / 사진제공=뉴스1


# 터치스크린 모듈 개발업체 트레이스는 2018년 10월 상장폐지됐다. 허위로 매출 100억원을 계상하는 등 고의 회계분식 혐의 등의 이유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허위 재무제표 제출 혐의로 과징금 1600만원을 부과했다. 적발된 분식회계 금액의 0.16%수준이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의 최종 징계조치는 이로부터 2년이 지난 2020년 1월에서야 결정됐다. 증선위는 회사가 이미 상장폐지된 만큼 "실효성이 없어 회사에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CCS충북방송은 하지도 않은 공사를 진행한 것처럼 꾸미고 이를 회계 처리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재무제표를 조작한 것.



이 회사는 대주주일가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170억원대 횡령혐의로 검찰 고발돼 이미 재판을 받고 1심 유죄 판결을 받은 상태였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추가 회계 조작 등의 혐의로 회사에 15억원의 과징금 및 전(前) 대표이사를 또다시 검찰 고발했다. 씨씨에스충북방송은 현재 거래 정지로 1만명이 넘는 소액주주가 묶여있다.

금융당국이 회계부정 신고제 등을 활용해 상장사의 고의 분식회계를 적발하고 있지만 짧게는 2년 길게는 10년이 지나서야 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온다.


조작된 결산보고서나 감사보고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올라와 잘못된 정보로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거나 이미 거래정지로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한참 지나서야 '한 발 늦은' 조치가 이뤄진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재무제표 심사·감리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징계 등의 조치를 내린 상장사는 15개다. 이들 회사는 매출 과대계상 등 재무제표 관련 위반을 저질렀다.

증권신고서 허위작성 등 자기자본까지 변하는 중요 위반이 걸려 지적받은 회사는 63개에 달한다. 한 회사당 평균 2건 이상의 회계기준 위반이 지적됐다.

문제는 위반 시점과 징계시점의 간극이 너무 길다는 점이다. 금감원이 중대한 위반혐의 등을 발견해 심사·감리에 돌입한다 해도 이를 시장에 공개하지 않는다. 징계안이 증선위로 넘어가 의결을 거치기 전까지 '비공개'가 원칙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된 사례 외에도 위장 해외계열사를 재무제표에서 고의로 누락시킨 혐의로 징계를 받은 엘엠에스 (6,200원 ▲20 +0.32%)의 경우 위반 회계연도는 2011년과 2012년이다. 징계는 이로부터 8년이 지난 2020년에 결정됐다.

관계기업에 투자했다가 입은 손실을 재무제표에 덜 반영하는 등의 수법이 뒤늦게 발각돼 1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이수화학 (12,200원 ▼50 -0.41%)도 위반 연도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다.

에스제이케이 (18원 ▼24 -57.14%)는 2013~2014년도 재무제표에서 매출원가(약 150억원), 개발비(약 15억) 등을 과대계상하고, 50억원이 넘는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도 재무제표에서 누락시킨 혐의다. 7년이 지나서야 과징금 2억4000만원, 과태료 2500만원의 처분을 받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미 대표이사가 바뀌었거나 이미 상장폐지 수순을 밟고 있어 주식시장에 제 때 '경고' 장치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증선위 처분 중 하나인 '대표이사 해임권고'가 유명무실해지고 퇴직자 위법사실 통보라는 '솜방망이' 처분에 그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회사의 정보를 주로 공시에 의존해야 하는 개인 투자자에 대한 보호 장치도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와관련 금감원은 "개별 기업에 대한 조사 착수 정보는 소액주주에 '위험성 경고'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확실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있어 비공개 원칙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계분식과 관련해 회사뿐만 아니라 감사인과 회계법인에 대한 과징금 등 조치가 강화해 감사 시스템을 통한 검증 강화 및 기업 품질관리를 높이는 방법이 현재로선 최선"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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