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인디언 체로키족, 지프에 "부족 이름 쓰지마"

머니투데이 김현지B 기자 2021.02.23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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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사의 최고경영자(CEO) 마이크 맨리가 자사의 SUV 모델 지프 체로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지프사의 최고경영자(CEO) 마이크 맨리가 자사의 SUV 모델 지프 체로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북아메리카의 원주민인 체로키 부족이 자동차 제조사 지프(Jeep)에 자신들의 부족명을 더는 상표로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체로키 부족은 그간 지프사 모델명에 꾸준히 불만을 보여왔지만, 공식적인 사용 중단 요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체로키 부족의 대표인 척 호스킨 주니어는 이날 성명을 내 "기업과 스포츠팀이 원주민 이름과 이미지, 마스코트를 자신들의 제품이나 팀 유니폼 등에 사용하는 것을 그만둬야 할 때"라며 "차량 옆면에 우리의 부족명을 도배하는 건 예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체로키는 인구수가 38만명에 달하는 북아메리카 인디언 최대 원주민 부족이다.

지프사는 지난 1974년부터 자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체로키'라는 모델명을 붙여 사용해왔고, 1992년 판매를 시작한 '그랜드 체로키'는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체로키와 그랜드 체로키 모델은 작년 지프의 전체 판매 중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2002년 북미 시장에서 '체로키' 대신 '리버티'로 모델명을 판매하기도 했지만, 2013년 다시 체로키로 바꿨다. 체로키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더 높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호스킨은 "지프는 수십 년 전부터 체로키라는 이름을 사용했지만 우리는 선사시대부터 이 이름으로 살아왔다"며 "지프가 우리의 이름을 더 이상 자사 제품에 활용해 마케팅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운동을 계기로 기업과 스포츠팀이 제품명이나 팀명에서 인종차별적인 요소를 없애는 노력해 온 것에 힘입어 이번 요구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호스킨은 외신 인터뷰에서 '지프와 로열티나 기부금 등을 놓고 협상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경제적인 혜택은 근본적인 문제를 고치지 못한다"며 거부 의사를 피력했다.

이에 대해 지프는 "우리는 그들을 기리고 존중하는 의미로 지난 수십년간 체로키라는 이름을 사용해왔다"면서도 "앞으로 호스킨을 존중하면서 개방적인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미국 몇몇 브랜드와 스포츠 팀들은 인종적 고정관념을 상징하는 이름 사용을 중단했다. 원주민 이미지를 사용했던 미국 메이저리그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내셔널 풋볼 리그(NFL)의 워싱턴 레드스킨스, 팬케이크 회사 언트 저미마 등이 기존 명칭 또는 로고 이미지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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