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이후 에어비앤비에 주목해야 할 이유…'저평가 성장주'가 뜬다[부꾸미TALK]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1.02.23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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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미시간투자자문 대표①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전세계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테마는 성장주다. 0%에 가까운 저금리와 양적완화가 만들어낸 유동성 시장은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

투자자들의 궁금증은 과연 성장주 랠리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느냐다. 테슬라와 같은 대표 성장주들의 주가 흐름은 최근 며칠 간 지지부진하다. 글로벌 경제 회복은 역설적으로 성장주의 상대 가치를 떨어트린다. 시장 금리 상승과 유동성 증가 속도의 둔화도 성장주 투자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머니투데이 증권 전문 유튜브 채널 '부꾸미'(부자를 꿈꾸는 개미)는 여의도 증권가에서 성장주 투자 전문가로 꼽히는 김태훈 미시간투자자문 대표를 모시고 성장주 투자 전략과 전망에 대해 짚어봤다.

김 대표는 "모멘텀(상승 재료), 단기 투자가 아니라 앞으로 계속 성장할 만한 산업에 장기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며 "저평가 성장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주목할 만한 저평가 성장주로 에어비앤비, 우버, 리프트와 같은 긱이코노미(노동 유연화) 플랫폼 제시했다.



성장주에 장기투자 해야하는 이유
백신 이후 에어비앤비에 주목해야 할 이유…'저평가 성장주'가 뜬다[부꾸미TALK]


▶김사무엘 기자

대표님의 투자 철학은 '성장주에 장기투자 하라'인데 이유가 뭔가요?

▶김태훈 대표


과거에 종합주가지수나 나스닥 지수가 상승했던 걸 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만 보더라도 나스닥 지수는 한 8배 넘게 올랐습니다. 코스피에서도 2008년 1000대에서 지금 3000대까지 오르는 동안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성장주였습니다.

성장주들을 단기적으로 봤을 때 변동성도 크고 차익 실현 욕구도 굉장히 큰 종목들이 많은데, 이걸 좀 긴 시야로 넓혀서 장기투자를 하다보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김사무엘 기자

성장주라는 게 딱히 사전적 정의가 없는데요.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성장주란 무엇인가요?

▶김태훈 대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생각해요. 단기적으로 실적이 1~2개 분기 빠졌다가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그런 기업이 아니고요.

예를들어 코스피의 최근 10년 간 상승을 이끌었던, 그리고 나스닥의 10년을 이끌었던 4차 산업 관련주들, 성장성이 높은 산업에 놓여 있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낼 수 있는 종목들이 성장주라고 생각합니다.

그 종목이 성장주냐 아니냐를 볼 때 우선 그 기업이 놓여 있는 시장이 얼마나 성장성이 있는 지가 첫번째로 중요합니다. 미국에서는 TAM(Total Addressable Market, 전체 시장 규모)이라고 하는데요. 기업이 놓여 있는 접근 가능한 시장의 규모와 성장성이 그 회사의 매출 상승 여력을 결정하죠.

전기차처럼 지금 당장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해당 시장의 성장성이 높다면 충분히 높은 밸류에이션(기초체력 대비 주가 수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량적 분석 못지 않게 정성적 요인도 중요합니다. 가장 중요한건 그 회사의 CEO(최고경영자)가 누군지 보는 거죠. 일론 머스크처럼 경영 전략, 마케팅 등 제품이 고객에게 도달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CEO들이 있거든요.

CEO의 경영 철학은 새로운 시장이 열렸을 때 여기에 도전할 지 여부나 전략적 M&A(인수·합병)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CEO의 세계관과 마음가짐, 인력관리, 비즈니스 확장성 등이 기업 가치에 투하되는 거죠.

▶김사무엘 기자

성장주 주가가 많이 올라서 부담스럽긴 한데요. 최근 인기있는 아크 인베스트 같은 성장주 ETF(상장지수펀드)나 펀드에 간접투자하는 방식은 어떤가요?

▶김태훈 대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다른 직업이 있는 분들은 정보 접근성이나 기업의 이슈를 계속 따라가기 어려우니까요. 전문가들의 식견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전문가 입장에서 봤을때 지금 전체적으로 주가 밸류에이션은 목에 찼어요. 코스피나 S&P(스탠다드 앤드 푸어스)500 모두 역사적 고점이고요. 조그만 악재에도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하죠.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변동성을 줄이고 위험 대비 수익률을 관리할 수 있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해요.

금리인상 우려…성장주 발목 잡나
▶김사무엘 기자

최근에는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큰데요.

▶김태훈 대표

저도 걱정하는 부분이긴 합니다.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올랐던 기업들은 저금리와 글로벌 경기의 역성장에 따른 성장 프리미엄을 받았던 종목이거든요.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시장 금리도 오르고 있죠.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거의 1.5% 가까이 올라온 상황이라 성장주들이 받았던 높은 밸류에이션도 점점 낮아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경기가 정상화 하더라도 어느 시점에서는 결국 성장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다시 생길 수밖에 없어요.

아직 미국 기준금리도 거의 제로에 가깝고, 테이퍼링(유동성 축소)은 시작도 안 했기 때문에 유동성에 대한 우려, 성장주에 대한 밸류에이션 우려는 다소 이른감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한 가지 말씀 드린 건 지난해에는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슈 때문에 성장주들이 굉장히 많이 올랐잖아요.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폭발적인 수익률을 기대하는 건 조금 어렵겠죠. 기대 수익률을 낮추는 게 맞습니다.

저평가 성장주에 주목하라
▶김사무엘 기자
대표님이 올해 주목하시는 국내, 해외 성장주는 어떤게 있나요?

▶김태훈 대표
저는 성장주를 볼 때 ROE(자기자본이익률), 매출 성장성, TAM(접근 가능한 시장)을 봅니다. 이런 요건을 충족하는 성장주 중에서 지난해 코로나19로 피해를 받은 업종이 있어요. 긱이코노미 기반의 공유경제 플랫폼이죠.

에어비앤비, 우버, 리프트 같은 기업이 대표적인데요.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고용인들이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 활동을 못하면서 기업 가치도 굉장히 많이 빠졌거든요. 매출도 실제로 80~90% 빠진 기업도 있고요.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경제가 정상화하면 이연 수요(Pent-up demand)가 발생할 겁니다. 노동 유연성은 더 높아진 상황에서 그동안 억눌렸던 긱이코노미 업체들의 성장은 더 빨라질 수 있죠.

예를들어 에어비앤비는 팬데믹 이후 매출이 거의 80% 가량 빠졌어요. 상장 직전이었던 지난해 2분기 실적이 굉장히 안 좋았는데 3분기 실적이 생각보다 빨리 회복되면서 주가도 빠르게 올랐죠.

오히려 팬데믹이 오니까 사람들이 호텔 같은 곳에 가지 않고 에어비앤비처럼 조금 더 사적인 곳을 찾아다닌다는 거죠. 그동안 인력 구조조정도 많이 됐고, 경제가 정상화하면 실적이 상승할 여력은 충분하죠.

국내에서는 성장주로 대표되는 인터넷, 바이오, 게임, 2차전지 등이 있죠.

NAVER (182,000원 ▼700 -0.38%)카카오 (47,350원 ▼50 -0.11%) 같은 경우는 지난해 4분기나 올해 1분기에는 조금 실적이 더딜 거란 예상이 있었는데, 한 번 '록인'(Lock-In) 된 고객들은 플랫폼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죠.

전기차 시장도 이제 막 글로벌 침투율이 3~5%밖에 안되기 때문에 성장성은 풍부합니다. 배터리 업체 중에서는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싸게 만들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테슬라 같은 여러 고객사에 납품할 수 있는 기업들의 성장성이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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