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광화문광장에서 수도 서울의 역사를 바라본다

머니투데이 이왕무 경기대 사학과 교수 2021.02.17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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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광화문광장에서 수도 서울의 역사를 바라본다


서울은 세계의 대표적 역사 도시이다. 14세기에 왕조 국가의 도성이 되면서 전근대 역사 도시로 기능했고 21세기에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수도로 위상을 지키고 있다. ‘강남스타일’ 같은 한류 문화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면서 서울이 한국의 수도라는 이미지는 널리 인식된 상황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상징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중심 공간은 어디인가.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기념비적 공간은 어느 곳인가. 한강 연변에서 강남까지 빼곡하게 들어선 하이테크 건물에 비쳐진 눈부신 서울의 밤을 통해 역동적인 한국인의 삶을 보여줄 수도 있다. 다만 그곳에서 서울만이 지니는 역사 공간을 보여주기는 어렵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장기 지속되고 있는 서울의 역사적 상징성을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의 역사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장소는 광화문광장이 재조성되고 있는 공간이다. 구글 지도로 보아도 서울의 도심 공간 중심에 위치하는 것이 광화문광장이다. 도심의 광장 조성에서 장소 선정이 중요한 것은 동서고금의 선결 조건일 것이다.

광화문광장은 인위적이면서 자연적인 공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14세기에 왕조의 수도가 되면서 조성된 광화문 전면의 공간은 21세기까지 600년이 넘는 시대에 걸쳐 서울의 역사적 고유성과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왕조의 정치 행위와 행정 운용을 담당하던 궁궐 및 관청이 배치되었으며, 지방으로 왕래하는 도로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으로서 교통과 통신의 중심지로 기능해 왔다. 공간 자체가 역사적 무게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왕조국가부터 민주공화국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가 추진되는 공간은 서울 사람에게 일상의 생활공간이었다. 서울 사람의 일생과 역사에 동반되고 있는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공간적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광화문광장이 보여주는 서울의 역사는 왕조의 유산과 더불어 그 공간에서 나타나는 자연의 곡선이다. 광화문광장에서는 건축물 사이로 도심의 녹지대를 이루는 산악의 형상을 볼 수 있다. 서울이 인공적인 성곽만으로 조성된 곳이 아닌 남산과 백악, 인왕과 낙산이 사방에서 감싸고 있는 에코 지향의 도시라는 점을 말해준다.

무엇보다 광화문 네거리 신호등에서 경복궁을 바라보면 한 눈에 들어오는 광화문 앞 해태, 경복궁, 백악산, 북한산 등이 중첩된 산수화 풍경은 서울의 고유성을 묘사한 풍경이다. 자연 환경 속에 인위적 건축물들이 배치된 장면은 전세계 수도에서 서울의 중심부에서만 바라볼 수 있는 한국 문화이다.


자연과 인공이 조화를 이루던 공간에 사람이 운집하며 소통했다. 광화문 앞의 공간은 14세기에 왕조 수도의 중심이 되면서 지배층과 민인들이 조우했다. 왕조의 국가행사가 거행되면 민인들이 운집해 소통하는 문화가 주변 산세와 어우러지던 역사가 수백 년간 지속됐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은 이 공간의 원래 모습을 되찾는 일이다.

일제의 강압적 식민통치기구인 총독부가 경복궁을 점거하면서 광화문광장 공간은 큰 축이 훼손됐고 광장은 도로가 되면서 분할되었다. 일제가 왜곡한 역사를 바로 잡는다는 취지로 1996년 조선총독부를 해체하고 경복궁을 중건하기 시작했지만, 그로부터 사반세기가 지나서야 공간의 역사성을 복원한다는 취지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시민이 주체가 되어 수많은 토론을 거치면서 방향성을 잡고 추진하고 있다.

역사를 전공하면서 늘 되새기는 일이지만, 지금 세대의 의무는 무엇을 남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전해 받은 것을 잘 보존해서 전해주어야 하는 것에 있다. 코로나로 역사 시간의 흐름이 일시적으로 느려진 지금, 변화하고 있는 광화문광장이 역사적 의미를 지니며 시민들에게 사랑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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