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업은 내가 주인"…힘들어도 '쓰리잡' 뛰는 직장인, 이유가 있다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정유라 인턴 2021.02.1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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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파이어]마케터·결혼식사회자·싱어송라이터 '쓰리잡' 30대 직장인 노하우









"취미와 재능을 살려서 월급 말고 월 100만원! 남 눈치 보지 말고 일단 시작해"

사이드잡을 한다고 주변에 이야기하면 당장 '편견'에 부딪힌다.



"본업 하나라도 제대로 해야지", "야근으로 힘들어 죽겠는데 태평한 소리다", "부업 해봐야 고생만 하고 큰 돈 안된다", "뛰어난 재주가 있는 소수의 이야기일 뿐"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면 여기에 개의치 않고 취미나 재능을 살려 사이드잡을 해서 원하는 꿈을 이룬 사람들이 많다. 내가 잘하는 것을 시장에서 '거래'하기 위한 준비, 나와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을 찾을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주변의 시선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용기'만 있으면 가능하다.

마케터로 일하는 33살 직장인이면서 '싱어송라이터', '결혼식 사회자'로 활동 중인 '쓰리잡러' 요익(활동명)이 그 노하우를 공유한다.


"음반 내고 저작권료 받는 직장인 싱어송라이터"
Q
유튜브 채널 '싱글파이어'는 2030 밀레니얼 세대의 행복한 일상과 경제적인 독립을 위한 '꿀정보'를 모았습니다.유튜브 채널 '싱글파이어'는 2030 밀레니얼 세대의 행복한 일상과 경제적인 독립을 위한 '꿀정보'를 모았습니다.


. 자기소개


A. 본업은 '마케터'고 8년 전부터 사이드잡을 시작해 '결혼식 사회자',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는 평범한 30대 직장인이야. 요익(Yoik)이란 이름으로 '서른 요즘에', '자가격리' 음원 두 곡을 발표했어.

Q. 결혼식 사회자도 직업이 될 수 있어?

A. 친구 결혼식 사회를 봤는데 지인들이 '잘한다'고 여기저기 소개를 했어. 할 때마다 고맙다고 정장도 받고 봉투도 받고 그랬지. 그러다 '이거 잘 키워보면 부업이 되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사회를 봐주면서 찍은 사진과 영상을 모아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웨딩 에이전시나 결혼식 관련 커뮤니티에 뿌렸지. 프리랜서처럼 여기저기에서 의뢰를 받아 사회를 봐주고 돈을 벌게 됐어.

Q. 직장인이 싱어송라이터가 될 수 있나?

A. 작사가가 꿈이어서 1년 정도 학원을 다녔어. 학원비는 비싼데 입봉은 안되고 '희망고문'이더라고. '차라리 내가 노래를 만들고 직접 부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게 시작해서 벌써 두 번째 곡이 나왔고 세 번째 곡을 준비 중이야. 음원으로 소소한 저작권료도 들어오고 있어.

Q. 쓰리잡 한다니까 주변 반응은?

A. 결혼식 사회자는 그래도 수긍했는데 싱어송라이터는 "네가?", "꿈 깨라" 이런 반응이 대부분이었어. 무시하는 거지. 별로 개의치 않았어. 내가 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하고 싶은 걸 한다는데 누군가의 피드백이 그렇게 중요한가 싶어. 지금은 음원 나오면 친구들이 먼저 SNS 프로필 배경음악으로 해놓고 주변에 홍보해주고 그래.

"월 100만원 쏠쏠한 부가 수입, 저작권료는 적어도 뿌듯"
Q. 사이드잡으로 얼마나 벌어?

A. 결혼식 사회자는 시즌과 비시즌 차이가 나지만 월 100만원 정도 벌어. 3·5·9월이 수입이 많은 달. 저작권료는 가수들처럼 소속사가 있고 인지도가 높아 홍보가 잘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아직 소소해.

Q. 퇴근 후나 주말에 시간내기 힘들지 않아?

A. 힘들어도 하게 되는 이유가 있어. 내가 내 이름을 걸고 일을 하고 있다는 보람이 굉장히 커. 회사 일도 물론 열심히 하지만 내가 주인은 아니잖아. 사이드잡에선 내가 주인이고 주인공인거지.

Q. 나를 알리는 비법이 뭐야?

A. 결혼식 사회자는 포트폴리오 작업이 도움이 됐어. 이후엔 고객들 바이럴을 통해서 계속 추천을 해주고 그런 것도 생겼지. 누군가 앞에서 말을 하는 경험이 쌓이다 보니 본업에도 도움이 많이 돼.

"싱어송라이터 도전이 가져다 준 기회"
Q. 싱어송라이터는 어떻게 된거야?

A. 프로 가수는 아니니까 기획사를 찾는 건 아니고 인디가수로 유통사를 찾아서 컨택하면 돼. 저작권은 처음 곡을 만들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20만원을 내고 등록을 하고 신탁코드를 받으면 돼. 그 코드로 내 저작물이 만들어질 때마다 등록을 할 수 있게 되는거야. 곡이 사용되면 분기별로 정산이 되지.

Q. 활동명 '요익'은 무슨 뜻이야?

A. '영(YOUNG) 장사익'을 줄여서 '요익'이라고 지었어. 장사익 선생님이 소리꾼으로 큰 사랑을 받기 전까지 16개나 되는 직업을 경험했대. 진정한 이 시대의 N잡러 아닐까. 여러 일을 경험해보고 마흔이 넘어서야 자기 인생을 꽃 피울 수 있는 직업을 찾으신 게 존경스러워서 닮고 싶어.

Q. 취미로 하는 것과 사이드잡으로 하는 것의 차이는?

A. 마음가짐부터 다르지. 취미는 자기만족이지만 사이드잡은 프로페셔널하게 해야 해.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곡을 쓰고 녹음실을 빌려 녹음하고 믹싱, 마스터링 같은 과정을 거쳐서 음원을 만들지. 앨범 커버도 작업해야 하고 크레딧 정리, 앨범 소개글 작성까지 다 해볼 수 있어.

Q. 온라인 플랫폼은 주로 어떤 걸 이용했어?

A. 결혼식 사회자는 '사람인', '잡코리아', '알바몬', '알바천국' 같은 곳을 주로 이용했어. 음원 만드는 건 작곡자, 프로듀서, 편곡자, 세션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 '뮬'을 활용했어. '미디 앤 사운드'라는 음악 전문 커뮤니티 구인구직 게시판에서 함께 작업할 사람을 구할 수도 있지.

Q. 싱어송라이터의 가능성을 봤어?

A. 첫곡 '서른 요즘에'는 힘든 일상을 사는 요즘 서른살 또래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고, 두번째 곡 '자가격리'는 코로나19 상황과 이별을 연관 지어 만든 곡이야. 두번째 곡을 작업한 분과 잘 맞아서 세번째 곡도 함께하고 있어. 내가 직접 부르는 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피칭할 여자 솔로곡을 만들고 있어. 잘 되면 제작자로도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거지.

"주변에 알리지 말고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Q. 사이드잡 꿈꾸는 직장인, 시작하는 팁은?
A. 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아이템을 골라. '나보다 전문가가 많은데' 하는 걱정은 버려. 무엇보다 어느 정도 성과를 내기 전에 남한테 이야기부터 하면 안돼. 부정적인 이야기를 듣게 돼서 의지가 꺾이거든. '네가 뭐라든 난 이미 하고 있어' 하는 마인드로 접근해야 해.

Q. N잡러 꿈나무들에게 조언?
A. 가장 중요한 게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거야. 누군가의 피드백에 연연하지 마. 누구나 응원받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그런 것에 기대지 말고 내가 해보고 싶은 걸 하는 게 중요하다는 마인드로 접근하길 바라. 작게 시작해서 조금씩 발전시키면 그게 내 인생에 어떤 기회를 가져다줄지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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