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부자 vs 2위 부자, '우주'에서 맞붙는다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21.02.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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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조스 /사진제공=뉴시스베이조스 /사진제공=뉴시스


"시간과 에너지를 블루오리진, 워싱턴포스트, 데이원펀드, 베이조스어스펀드 등에 집중하겠다"

2일(현지시간)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소식을 담은 직원 서한에서 제프 베이조스가 남긴 말이다. 그는 아마존의 중요한 사안에 계속 관여할 것이란 입장과 함께 CEO 퇴임 후 주력할 분야들을 이렇게 나열했다.

그에게 아마존보다 중요한 우주비행회사
베이조스어스펀드(기후변화 대응 펀드), 데이원펀드(노숙자·저소득층 교육 지원 펀드), 워싱턴포스트와 함께 나란히 거론된 우주탐사기업 '블루오리진'에 특별한 관심이 쏠리는 건 베이조스가 지금까지 드러내 온 우주사업에 대한 각별한 관심 때문이다.



블루오리진은 미국 워싱턴주 켄트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항공우주 제조업체이다. 2000년 베이조스가 '더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은 우주여행'을 목표로 사재를 털어 만들었다. 베이조스가 매년 10억달러 규모의 본인 소유 아마존 주식을 팔아 이 회사에 투입하겠다고 밝혔을 만큼 각별하다.

미국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베이조스가 CEO 퇴임 후 '우주여행 변혁'이라는 블루오리진의 목표에 더 깊숙이 참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가 우주여행에 대해 지금까지 보여 온 관심을 근거로 해서다. 그는 2018년 한 인터뷰에서 이 우주비행회사가 그에게 아마존보다 더 중요한 일이었다고 했다.



베이조스의 '우주여행 열정'은 어린 시절부터 비롯됐다고 한다. 베이조스는 어린 시절 여름을 사우스 텍사스에 있는 조부모의 큰 목장에서 기계에 대해 배우며 보냈다. 우주 탐험에 관한 공상 과학 소설을 읽기 위해 지역 도서관에 가며 관심을 키우기도 했다.

[케이프커내버럴=AP/뉴시스]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지난해 1월 1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 센터에서 자신이 세운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드래곤 캡슐 비상탈출 시험 관련 기자회견에서 웃고 있다. [케이프커내버럴=AP/뉴시스]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지난해 1월 1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 센터에서 자신이 세운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드래곤 캡슐 비상탈출 시험 관련 기자회견에서 웃고 있다.
머스크의 '스페이스X', 2년 늦었지만…
자연스럽게 관심은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만든 우주기업 '스페이스X'와의 비교로 쏠린다. 스페이스X는 블루오리진보다 2년 늦게 설립됐지만, 인지도와 가시적인 성과 면에서 그보다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5월 미국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비행사 2명을 우주선에 태워 우주정거장으로 보낸 뒤 3개월 후 지구로 귀환시켰고, 지난해 11월엔 우주인 4명을 태운 유인 캡슐을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시켰다. 반면 블루오리진은 올해 첫 유인 우주비행에 도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머스크와 스페이스X는 이미 번창하는 사업을 구축했다"며 "인공위성을 쏘고, 나사 소속 우주비행사를 태워 우주정거장으로 보냈고, 언젠가 화성에 사람들을 데려다 줄 거대한 우주선을 개발했지만 블루오리진은 뒤처진 것 같다"고 했다.

두 회사는 우주 사업을 둘러싸고 수년간 신경전을 벌여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3년 나사의 로켓 발사대 39A를 장기 임대할 계약자로 스페이스X가 블루오리진을 제치고 선정되자 블루오리진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두 회사는 로켓 기술 관련 특허를 두고 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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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터내버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미국 민간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유인 캡슐 '크루 드래건'을 탑재한 팰컨9 로켓이 15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에 있는 NASA 케네디우주센터의 발사대에서 이륙하고 있다.   ⓒ AFP=뉴스1(케이프터내버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미국 민간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유인 캡슐 '크루 드래건'을 탑재한 팰컨9 로켓이 15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에 있는 NASA 케네디우주센터의 발사대에서 이륙하고 있다. ⓒ AFP=뉴스1
세계 1, 2위 부자들의 '우주 자존심' 대결
두 사람은 우주사업과 관련해 서로를 의식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남기며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베이조스는 2019년 달 착륙선 '블루문'을 공개하면서 달이 화성보다 현실적인 목적지라고 밝혔다. 머스크의 '화성 식민지화 계획'을 겨냥한 발언이다.

머스크도 심심치 않게 베이조스를 '저격'해왔다. 그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베이조스와 블루오리진에 대해 "진행 속도가 너무 느리고 남은 기간도 충분하지 않지만 그가 블루오리진을 가지고 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여전히 기쁘다"고 '애매한' 칭찬을 했다.

공교롭게 테슬라의 주가 급등으로 지난달 베이조스는 '세계 최고 부자' 자리를 머스크에게 내줬다. 아마존 CEO직에서 내려올 그가 우주사업에 집중해 스페이스X의 성과들을 제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두 우주탐사업체는 나사가 2024년을 목표로 추진중인 달 착륙 프로그램에 쓸 유인 우주선 제작 후보로도 경쟁 중이다

2003년부터 2017년까지 블루오리진의 사장을 지낸 롭 마이어슨은 NYT에 "베이조스가 블루오리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면 블루오리진에 매우 좋은 일이 될 것"이라며 아마존 CEO에서 물러난 뒤 베이조스에게 "우주가 중요한 주제가 될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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