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돌 수입 금지는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통관시켜라"…靑 청원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1.01.28 14:32
글자크기
이용주 무소속 의원이 2019년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성인용품인 리얼돌을 보여주며 질의하고 있다./사진=뉴시스이용주 무소속 의원이 2019년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성인용품인 리얼돌을 보여주며 질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최근 '리얼돌'(여성 신체와 비슷하게 만든 성인용품) 수입을 허용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세관이 수입을 보류하자, 관세청을 막아달라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이에 따라 리얼돌 수입을 둘러싼 논쟁도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리얼돌 통관 불허, 개인 행복 침해…수입 허가하라" 국민청원
지난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헌법과 사법부를 무시하고 리얼돌 통관을 무조건 불허하는 관세청을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대법원에선 리얼돌이 풍속을 해치지 않는다고 못박은 상태"라며 "리얼돌과 같은 성기구는 은밀한 사생활로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 통관 불허 행위는 국가가 정당한 사유 없이 개인의 행복과 헌법이 부여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타인에게 피해가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리얼돌 수입·판매, 구매·소지는 정상"이라며 "관세청은 관련 판례가 있음에도, 리얼돌 수입을 원천적으로 틀어막고 있다. 통관하고 싶다면 개별적으로 행정 소송을 걸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리얼돌 사용이 성범죄를 유발한다는 주장도 근거가 빈약하다"며 "국민을 인형과 실제 여성을 구분 못 하는 바보로 미리 정해놓은,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또 "(관세청이 리얼돌 수입을 막는 것은) 성인용품 문제가 아니라 일개 행정청에서 가르치려 든다는 것 자체가 월권행위이자 헌법적 질서를 흔드는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보다 일부 국민 정서가 상위에 있냐"고 반문했다.

청원인은 "제품을 원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묵살하지 말고 리얼돌 수입을 정상화해달라"고 덧붙였다. 이 청원은 28일 오후 2시 기준 1200여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리얼돌 수입 두고…"성적 자기결정권 추구" vs "여성 존엄성 훼손"
리얼돌을 둘러싼 논쟁은 2년 째 지속되고 있다. 대법원은 2019년 6월에도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할 정도는 아니"라며 리얼돌 수입통관 보류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와 26만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인간이 아니라 남자의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는 것 아니냐"며 "움직임 없는 리얼돌에 만족하지 못한 이들은 여성에게 성범죄를 행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이번 대법원 판결은 리얼돌 수입을 전면 허용하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며, 소를 제기한 물품에 한해 수입을 허가하라고 한 것"이라며 "당사자 동의없는 '특정 인물 형상 리얼돌' 제작·유통에는 엄정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법적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관세청은 리얼돌 수입 통관을 현재까지도 보류하고 있는 상태다. 정치권에서도 리얼돌 제작과 수입·판매·대여 등을 금하는 법안들이 발의되는 등 규제 입법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해 11월 "리얼돌을 '단순 성인용품'으로 취급하며 개인 영역에 법과 규제가 개입하는 것을 비판하는 이도 있다"며 "그러나 리얼돌은 여성 신체를 핏줄 하나, 솜털 하나까지 정교하게 재현했고, 한 판매업체는 구매옵션으로 여성의 질막까지 고르게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리얼돌 체험방'이란 이름으로 불법 오피스텔 성매매와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는 전국 86개 시설도 지적됐다"며 "여성이 극도로 성적대상화되는 상황에서 리얼돌을 성인용품의 하나로 봐야하는지 머리맞대고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