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배 오른 주가에 투자자들은 탄성을 질렀지만 LG생건의 질주는 시작에 불과했다. '멈출 줄 모르는 혁신'을 거듭하며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린 LG생건은 2012년 60만원을 넘어섰고 2015년 100만원 돌파, 2018년 120만원대를 추가로 상향 돌파했다. 그리고 코로나19(COVID-19)라는 초유의 위기에도 올해 신고가 행진을 거듭하며 160만원대 '황제주'에 등극했다.
◇위기에 뒤바뀐 1,2위의 운명=LG생활건강의 2020년 매출액은 7조8445억원으로 2019년 대비 2.1% 성장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화장품 매출액(뷰티와 데일리뷰티(바디·헤어케어 합산)은 5조5524억원으로, 아모레퍼시픽을 누르고 K-뷰티 1위에 등극했다.
LG생건 뷰티 사업부 매출은 지난해 6.1% 감소에 그쳤는데 럭셔리 화장품이 실적 방어의 최전선에 섰다. 핵심 브랜드 '더 히스토리 오브 후'는 2020년 매출이 1% 늘며 2.6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 디지털 채널이 급성장하며 4분기 화장품 중국 매출은 전년비 41%, 지난해 전체로는 21% 성장세를 기록했다.
2019년까지 '레드오션'으로 성장이 정체됐다고 지적받던 생활용품과 음료 사업부도 2020년 구원투수로 분전했다. 불황에 강한 체질을 가진 두 사업부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활용품과 음료의 프리미엄 전략'으로 닥터그루트, 벨먼 등 신규 브랜드를 시장에 안착시키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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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B(생활용품)는 매출 1조8733억원, 영업이익 2053억원을 달성해 전년 대비 각각 25.9%, 63.0% 성장했고 리프레시먼트(음료)는 매출 1조5132억원, 영업이익 1928억원을 달성해 4.3%, 26.2% 신장했다. 차석용 부회장이 취임 5년 만에 완성한 '세발자전거' 이론이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위기에 빛을 발했다.
차 부회장은 일찍이 "생활용품, 화장품만 가지고는 두발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발자전거는 안정적"이라며 2007년 코카콜라 음료를 인수했다. 외부 충격에 대비해 완성한 '성장의 내진설계'는 미래를 예측이라도 한 듯, 2020년 위력을 발휘했다.
LG생활건강의 프리미엄 헤어케어 브랜드 '닥터그루트'는 론칭 3년 만에 탈모 샴푸 시장에서 급성장하며 최상위 브랜드로 성장했다 /사진=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의 '성장DNA'는 독보적인 세계 1위 화장품그룹 로레알과 매우 닮은 꼴이어서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으로의 도약도 기대된다. 세계 화장품 시장에서 28년간 정상을 지킨 로레알은 1964년 랑콤 인수를 시작으로 50년간 공격적인 M&A를 단행해 지금의 로레알 그룹을 일궜다. 지칠 줄 모르는 M&A로 성장한 '로레알과 닮은 꼴' LG생건은 글로벌 뷰티 전쟁의 주요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매출 10조원을 향해 전진하는 LG생활건강은 이제 K-뷰티 대표 화장품 기업으로 어깨가 무겁다. 대표 브랜드 '후'에 필적하는 후속 럭셔리 브랜드의 육성과 중국 시장에서의 더마 코스메틱 전쟁 승리 등 과제가 산적해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도 모든 사업부가 치열하게 노력했다"며 "덕분에 사업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뷰티, HDB, 리프레시먼트 3개 사업이 모두 국내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