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지기 옐런·파월 '한배'…美경제 위해 MMT까지 꺼낼까?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21.01.27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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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왼쪽)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오른쪽). /AFPBBNews=뉴스1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왼쪽)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오른쪽). /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스티브 므누신 전 재무장관과 의견 충돌을 보이며 압박에 시달렸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이번에는 마음에 맞는 짝을 만나게 됐다.

자신에게 의장직을 물려주고 떠났던 재닛 옐런 전 의장이 25일(현지시간) 상원 인준 통과로 미국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이 되면서다. 두 사람이 경제 회복을 위해 현대화폐이론(MMT)에 근접하는 정책적 실험에까지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0년 가까운 인연. 파월과 옐런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년전 옐런 장관이 연준 의장직을 파월에게 넘겨줄 당시, 파월이 메릴랜드주 체비 체이스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직접 송별회를 열어줬다고 전했다. 그만큼 파월과 옐런은 긴 시간 함께 일해온 인연이 있다.

조지 H.W. 부시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92년 재무차관을 맡았던 파월은 당시 UC버클리대 교수였던 옐런과 정책 논의를 종종 했고, 이는 옐런이 1994년 연준에 들어오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파월과 옐런은 2012년 연준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파월을 연준 이사회에 포함시키면서다. 미 대통령이 상대당으로부터 연준 이사회 인사를 지명한 것은 1988년 이후 처음있는 일이었다.

2018년 옐런 장관이 의장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두 사람은 직장 동료로 일하게 된다.

WSJ는 두 사람이 연준 의장으로서 서로 경제적 관점이 비슷했다고 전했다. 경제학자로 70~80년대를 보낸 두 사람은 실업률이 매우 낮으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고 믿고 있었다. 이 때문에 옐런 장관은 연준 의장 시절인 2015년부터 점진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고, 바통을 건네받은 파월 의장 또한 취임 첫해에는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갔다.


MMT까지 실험하나?
다소 보수적인 경제학자들이었지만, 위기에 통 큰 변화를 꾀하는 모습도 닮았다는 분석이다.

파월 의장은 취임 초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금리 인하 압박을 받았다. 2019년초가 되어서야 마지못해 금리 인상을 멈추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가 터지자 선제적으로 문제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시장 예상보다 더 빠르게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추며 금융 공황으로 빠지는 것을 막은 것이다.

옐런 장관도 최근 "지금은 나라 빚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공격적인 부양책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WSJ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파월 의장과 므누신 전 재무장관이 연준의 긴급대출 프로그램 중단을 놓고 갈등을 빚은 점을 고려하면 두 사람이 더 나은 호흡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수석 경제보좌관을 맡았던 글렌 허버드는 "므누신과 파월은 겉모습부터 각종 조율에 있어 의견이 맞지 않았지만, 파월과 옐런은 더 가깝다"고 말했다.

아예 두 사람이 현대화폐이론(MMT)에 근접한 수준의 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MMT는 정부가 재정적자를 줄이고 통화긴축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류 경제학과는 정반대되는 이론이다. 미국 같은 기축통화 국가는 정부가 균형 재정에 집착할 필요 없이 자유롭게 경기부양책을 실시하고 화폐나 국채를 발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이미 이러한 판이 깔렸다고 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통 경제학에서 벗어난 정책을 통해 오히려 낮은 실업률이나 막대한 재정 적자에도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걸 배웠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파월이 연준에 있고, 옐런이 재무부에 있으며, 민주당이 연방정부의 지갑을 쥐게 되면서 MMT와 비슷한 수준의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취임 초기에도 MMT를 실험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지만 당시엔 연준이 2016년 12월부터 2018년까지 여덟 차례나 금리를 인상하는 등 완벽한 조건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옐런 장관과 파월 의장은 23개월 전만 해도 서로 MMT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미 실업률은 6.7%까지 오른 상황이고, 옐런과 파월은 남은 임기를 모두 경제 회복에만 쏟아부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WSJ는 "옐런 장관은 올해 임기 마지막인 파월 의장의 연임 여부를 놓고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핵심적인 조언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서 연임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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