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1도 한파에 핫팩 하나로…" 물류센터 50대 노동자 사망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2021.01.20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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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 쿠팡 서초1캠프에 운송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지난 14일 서울 쿠팡 서초1캠프에 운송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쿠팡 물류센터에서 50대 일용직 근로자가 근무 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근로자는 영하 11도 한파 속에서 핫팩으로 추위를 견디며 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50대 일용직 근로자 A씨는 지난 11일 새벽 5시15분쯤 동탄 물류센터에서는 근무를 마치고 야외 화장실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A씨는 평소 지병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입이 줄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쿠팡 물류센터에서 단기 근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대책위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19일 물류센터 내 강도 높은 노동환경과 환기·난방이 되지 않는 시설을 A씨의 사망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쿠팡대책위는 "고인이 일을 나갔던 1월11일은 유례없는 한파가 이어지던 날이었다"며 "새벽 날씨는 영하 11도 전후였으나 쿠팡은 난방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쿠팡이 난방을 위해 노동자들에게 지급한 것은 하루 종일 핫팩 하나였다"며 "게다가 쿠팡 물류센터는 개인 업무량을 일일이 감시하고 체크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야간노동을 하면서도 식사 시간을 제외하곤 쉴 새 없이 일해야 했다. 이런 환경이 노동자들을 죽음에 이르게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노조는 "대다수 일용직과 계약직으로 이뤄진 고용구조로 노동자들은 재계약이 되지 않을까 두려워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며 "이런 고용구조를 그대로 둬선 안된다"고 했다.

쿠팡 측은 물류센터 특성상 냉난방 설비 설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뉴시스에 "쿠팡과 유사한 업무가 이뤄지는 전국 모든 물류센터는 화물 차량의 출입과 상품의 입출고가 개방된 공간에서 동시에 이뤄지는 특성 때문에 냉난방 설비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식당, 휴게실, 화장실 등 작업과 관계없는 공간에는 난방시설을 설치해 근로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절기 모든 직원에게 핫팩을 제공하고 외부와 연결된 공간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에게 방한복 등을 추가 지급하고 있다"며 "고인의 죽음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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