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 리조트업계 "전지훈련 오세요"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01.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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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전지훈련 막힌 국내 스포츠계, 국내로 리턴…국내 고급 리조트들 비수기 시즌 수익 창출원으로 활용

한화리조트 거제 벨버디아 피트니스 시설에서 훈련하는 모습. /사진=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리조트 거제 벨버디아 피트니스 시설에서 훈련하는 모습. /사진=한화호텔앤드리조트


코로나19(COVID-19)로 시린 겨울을 나고 있는 국내 리조트업계가 시즌 개막을 앞두고 담금질에 들어간 스포츠구단들에 러브콜을 보내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꽉 막힌 하늘길로 해외 전지훈련을 가지 못하는 구단들의 겨울 훈련 베이스캠프를 제공하며 신(新)수익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안전이 보장된 객실과 각종 부대시설을 활용할 수 있어 프로 구단을 비롯, 중·소규모 스포츠 단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프로·아마추어 스포츠 구단들이 동계 전지훈련 계획을 세우면서 국내 리조트업계도 바빠지고 있다. 코로나19로 해외로 나가는 것이 어려워지며 국내에서 훈련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다. 방역 우려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동계훈련을 아예 취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일부 구단들은 제주와 거제 등 남부 지역에 자리잡은 리조트들에 숙소를 문의하고 있다.



오는 4월 개막하는 국내 프로야구 구단들이 대표적이다. 통상 2월부터 일본이나 미국·호주·필리핀 등 따뜻한 해외 지역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하며 기량을 끌어올렸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출국이 불가능해지자 국내로 눈을 돌렸다. 감염 우려 뿐 아니라 귀국 후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해 컨디션 조절 등에 애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전지훈련을 진행하는 한 축구팀 모습. /사진=뉴시스지난해 1월 전지훈련을 진행하는 한 축구팀 모습. /사진=뉴시스
겨울에도 따뜻한 날씨를 보이는 남부 지역에 자리 잡은 국내 고급 리조트 입장에선 반갑다.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지는 고강도 방역조치로 여행심리가 곤두박질치며 객실점유율(OCC)은 물론 식음·레저 업장 매출까지 하락한 상황에서 반전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지훈련이 진행되는 2월은 여행 비수기라 노는 객실이 많다는 점에서 많게는 수백여명까지 몰리는 스포츠구단 고객은 새로운 수익 창출원이 될 수 있단 기대가 크다.

국내 대표 리조트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거제 벨버디아는 프로야구 오는 2월1일붵 14일까지 2주 가량 진행되는 한화이글스 선수단의 1차 스프링캠프 숙소로 계약을 마쳤다. 한화 거제 벨버디아가 프로야구단 숙소를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리조트 거제 벨버디아에 따르면 최근 들어 프로구단 뿐 아니라 중·소규모 스포츠단체에서도 전지훈련 단체 숙박 여부를 묻는 문의가 늘었단 설명이다.



거제 벨버디아가 숙박 뿐 아니라 선수들에게 필요한 고급 인프라를 갖췄단 점이 한화이글스 구단의 눈길을 끌었다. 최근 들어 국내에도 프리미엄·웰니스(Wellness·웰빙과 건강) 레저 트렌드가 자리잡으며 해외 휴양지처럼 식음부터 피트니스, 스파 등을 갖춘 리조트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는데, 거제 벨버디아 역시 이를 반영한 리조트라 프로 선수단 해외 전지훈련지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한화리조트 거제 벨버디아 전경. /시진=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리조트 거제 벨버디아 전경. /시진=한화호텔앤드리조트
실제 해양 마리나 리조트인 거제 벨버디아는 대형 식음 인프라 뿐 아니라 단체 웨이트 트레이닝이 가능한 피트니스 시설 뿐 아니라 스파와 요가·명상을 통한 심신 케어 프로그램도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일반 고객과 전지훈련 방문 고객의 객실을 분리 운영하는 등 강도 높은 방역 체계를 가동해 안전도 신경쓴다는 방침이다.

강원도 정선의 하이원리조트는 프로 선수들을 활용해 보유하고 있는 스키 인프라 저변을 넓혔다. 국내 최초 알파인 국가대표 선수단 전용 훈련장으로 선정되며 전용 슬로프를 오픈했다. 향후 국가대표 선수단이 리조트에서 합숙 훈련을 실시하게 돼 상당한 반사효과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간 훈련을 위해 일본·뉴질랜드 등 해외로 향했던 프로 선수들을 불러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리조트에서 알파인 국가대표 전용 슬로프 오픈식이 열렸다. /사진=강원랜드지난 8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리조트에서 알파인 국가대표 전용 슬로프 오픈식이 열렸다. /사진=강원랜드
코로나19로 침체된 지역경제 회복을 노리는 지자체들도 국내 전지훈련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라남도에 따르면 사우스링스 영암 골프장은 해외 전지훈련을 나가지 못한 프로골퍼와 지망생, 주니어선수를 대상으로 149만원으로 한 달간 18홀을 이용할 수 있는 동계훈련 패키지를 내놓기도 했다.

한 리조트업계 관계자는 "한 번에 많은 인파가 몰리는 스포츠 전지훈련 수요는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리조트에서도 숙박 뿐 아니라 식음 등 다양한 부대시설도 이용한다는 점에서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크다"며 "스포츠계 전지훈련 문의가 늘어나면서 국내 고급 리조트들도 새로운 수익창출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준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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