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SSG 쑥쑥 크는데 갈길 먼 '롯데온'…왜?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1.01.1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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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위기의 롯데, 돌파구는] "차별화 없고 허술"

롯데온 자료사진 / 사진제공=롯데쇼핑롯데온 자료사진 / 사진제공=롯데쇼핑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음에도 부진한 사업군이 있는 이유는, 전략이 아닌 실행의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근 계열사 대표 등 130여명이 함께한 올해 첫 VCM(옛 사장단 회의)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 발언은 롯데의 유통업, 특히 롯데온의 부진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빠른 배송, 혁신을 외칠 때 롯데라고 가만히 있었겠느냐"면서 "이미 2014년부터 신동빈 회장이 옴니채널(omni channel)을 강조하며 온라인쇼핑의 중요성을 얘기했지만 진척이 안됐다"고 말했다.



쿠팡·SSG 쑥쑥 크는데 갈길 먼 '롯데온'…왜?
이후 롯데 통합온라인몰 롯데온은 지난해 4월에야 출범했다. 2년간 총 3조원을 투자해 만든 온라인몰 성적은 처참하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롯데온 애플리케이션 월 사용자수는 112만명으로 1위 쿠팡(2141만명)의 5.2%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3분기까지 롯데온이 포함된 롯데쇼핑 기타 사업부문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55.6% 감소한 4280억원, 영업적자는 2180억원으로 불었다.

국내 유통 양대산맥인 신세계그룹과도 비교되는 지점이다. 신세계그룹의 온라인몰 SSG닷컴은 지난해 9월까지 총 거래액 2조 8290억원으로 지속해서 성장 중이다. SSG닷컴은 올해 목표였던 거래액 3조6000억원을 넘어 거래액 4조원에 육박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SSG닷컴은 처음부터 신선식품을 주무기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당일·새벽배송 인프라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면서 e커머스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반면 롯데는 차별화와 전략이 없었다. 롯데가 만들었다고 보기엔 허술했다는 평가가 많다. 트래픽 과부하, 반복적인 전산 오류, 낮은 가격 경쟁력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계열사를 통합해 만든 온라인몰이라곤 했지만 나열하는데 그쳤다는 평가다. 계열사간 조율이 원만히 이뤄지지 않아, 대대적인 물량 공세도 뒤늦게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오픈 5개월 뒤인 지난해 9월에 들어서야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는 정도다.

롯데온 / 사진제공=롯데온롯데온 / 사진제공=롯데온
롯데그룹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본 사람들은 롯데 특유의 관료주의 문화가 변화에 뒤처지게 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통 롯데맨들이 많다보니 윗선에 직언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꺼내는 사람이 잘 없었다"며 "각자가 자기 자리 지키기에 급급한 나머지 그룹 미래를 위한 과감한 결정도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끊임없이 '혁신'을 외쳤지만 실상 그 전략을 총대를 메고 제대로 실행한 사람은 없었다는 것이다.

또 7개 유통 계열사를 합치는 과정에서 내홍도 끊이지 않았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너무 많은 계열사가 있다는 게 오히려 역량을 한 군데 집중하기 어렵게 만든 것"이라며 "상장사간 의사 결정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앞으로 롯데가 가진 핵심 경쟁력이 뭔지 찾고 그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안 되는 것들은 더 과감하게 쳐내고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부동산을 통한 출점 전략이 중요했지만 이제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누가 잘하느냐가 경쟁력"이라며 "롯데가 오프라인 구조조정과 동시에 새로운 시도와 확장을 위해 현재 매물로 나와있는 e커머스 업체나 배달업체와의 M&A(인수합병)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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