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모 학대로 16개월만에 숨진 정인이 사건 첫 재판을 이틀 앞둔 11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 담장 앞에 정인양의 추모와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근조화환이 설치돼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전문가들은 췌장 손상이 있을 땐 고의성을 강하게 의심해야 하고 '정인이 사건'의 경우에도 가해자가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인지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검찰에 전달했다. 또 췌장이 복부 내에서도 가장 안쪽에 있어 일상적인 사고로 손상될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고 판단했다.
13일 법원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0분 남부지법에서 정인이 양모 장모씨와 양부 안모씨의 첫 재판이 진행된다. 장씨는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안씨는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이하 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정우)는 최근 법의학자에게 의뢰한 '정인이 사건' 사인 재감정 결과를 통보 받고 살인죄 적용을 최종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장은 "이 사건이 왜 '아동학대치사죄'가 아니라 '살인죄' 혹은 '미필적고의에 의한살인죄'로 기소돼야 하는지를 의학논문 등을 찾아가며 객관적 근거를 담아 검찰에 제출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인이 사건'의 경우 수일 전에 피해자 복부에 고의적 가격이 이미 있었고 재차 치명상에 입을 정도의 가격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피고인은 살인의 의도가 분명하게 있었거나 최소한 가해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을 인지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달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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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자들의 재감정 보고서에도 '췌장이 절단될 만한 힘을 가했다면 양부모가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했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췌장, 쉽게 손상 안 돼"…황소 머리에 배를 받히거나 높은 곳에서 추락해야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외력에 의한 복부 장기 손상이 있더라도 장간막이나 대장, 소장이 먼저 손상되고 췌장은 마지막에 외력이 미친다. 이 때문에 췌장까지 손상되는 것은 매우 드물다는 설명이다.
의사회는 "많은 의학논문에서 췌장 손상의 원인으로 드는 전형적인 경우는 고속으로 충돌하는 자동차 대 자동차 사고나 일상적인 높이 보다 더 높은 곳에서 추락한 경우, 주먹이나 발로 세게 배 부위를 가격 당한 경우를 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학 논문 보고 케이스로는 축구 경기 도중 배를 발로 차인 경우나 황소 머리에 배를 받힌 경우 등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법의학자들도 췌장 손상이 일상적인 사고로 발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영식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은 "췌장은 다른 장기로 쌓여있어 쉽게 다치는 장기가 아니다"라며 "위에서 떨어지거나 배를 누른다고 다치는 부위로 볼 수 없고 내지르는 강한 힘에 의해서 손상됐다고 봐야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