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삼성 회장은 왜 ‘관상’으로 신입사원을 뽑았나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21.01.09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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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믿습니까 믿습니다’…별자리부터 가짜 뉴스까지 인류와 함께해온 미신의 역사

이병철 삼성 회장은 왜 ‘관상’으로 신입사원을 뽑았나


‘총, 균, 쇠’의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농경을 “인류 최대의 실수”라고 했고, ‘사피엔스’의 유발 하라리는 농경을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기”라고 표현했다. 이를 응용한 이 책의 저자는 농경을 “인류 최대의 미신”이라고 정의한다.

인류는 농경으로 탄수화물 덩어리만 섭취해 영양 불균형에 시달리고 저장을 통한 소유할 재산이 생기면서 부족 간 싸움이 이어졌다. 그러나 인류는 농경이 우리를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비합리적 신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믿음을 바탕으로 무작정 뛰어드는 신념의 도약, 이런 행동들은 비록 수백 수천 번 실패할지언정, 가끔 성공했고 이는 역사의 한 단계를 뛰어넘는 선택이 되었다고 저자는 해석한다.

저자는 이처럼 인류의 탄생 그 순간부터 인류에게 종교와 비슷한 미신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들 삶의 너무 많은 부분이 ‘운’으로 결정됐기 때문. 불안정한 기후, 맹수 같은 위험 요소에서 무사히 지내는 일은 그야말로 ‘천운’이었다.



동굴벽화도 미신의 한 증거다. 프랑스의 쇼베 동굴벽화는 5000년의 시차를 두고 대를 이어 조금씩 그려졌다. ‘미신’이라는 집단적 믿음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알렉산더 대왕, ‘셜록 홈즈’의 작가 아서 코난 도일, 도널드 레이건, 명성황후, 삼성의 이병철 회장의 공통점은 모두 미신에 심취한 사람들이다. 알렉산더 대왕은 점쟁이를 불러 “세상을 제패할 손금인가?”를 묻고 “다소 짧다”는 대답을 듣자, 그 자리에서 칼을 꺼내 손바닥을 그어 손금을 늘렸다.

아서 코난 도일은 영매를 통해 영혼을 불러온다는 ‘강신술’의 열렬한 신봉자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이전에 도널드 레이건의 점성술사 ‘조앤 퀴글리’가 있었고 그 이전에는 명성황후를 미혹시킨 무당 ‘진령군’이 있었다. 이병철 삼성 회장은 ‘관상’ 면접을 통해 신입사원을 뽑기로 유명했다.


우리는 흔히 미신을 별자리, 점성술, 사주팔자 등 한정된 범주에서만 생각하기 쉽지만, 저자는 미신이라는 큰 틀에는 정치, 역사, 철학, 종교 등 인류사를 관통한 모든 주제가 담겨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종교보다 더 종교적인 사상인 ‘공산주의’,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인류의 믿음을 담은 ‘민주주의’, 그 모든 것을 자본의 논리로 수렴해버리는 ‘자본주의’까지 모든 사상을 저자는 ‘미신’으로 통칭한다.

저자는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이성과 합리의 시대가 아닌 ‘미신의 시대’”라며 “어떤 사상을 따르는 이들이 지도자를 신성시할 때 그 사상은 곧 미신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믿습니까 믿습니다=오후 지음. 동아시아 펴냄. 384쪽/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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