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잇단 '콜드체인' 눈독…동남아 진출도 기대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21.01.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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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이 저온물류(콜드체인) 사업에 앞다퉈 발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잇따라 투자를 확대하거나 신규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이다. 다음 달 말부터 시작되는 국내 '코로나19'(COVID-19) 백신 접종을 앞두고 백신 유통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사전 준비작업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초저온 보관이 필요한 코로나19 백신과 관련, 가장 앞선 곳은 삼성에스디에스 (158,600원 ▲8,400 +5.59%)다. 기존 의약품 전문유통업체 등과 협력체계도 구축했다. 의약품 전문운송 업체 용마로지스가 배송을, 저온냉동시설을 보유한 한국초저온이 저장을 맡는 식이다. 삼성에스디에스는 백신 유통 과정 전반을 관리한다.



지난주에 이미 2~8℃ 정온 상태부터 영하 70~20℃ 초저온까지 백신 유통을 위한 모의시험을 72시간, 120시간씩 진행했다. 해외에서 온 코로나19 백신을 특수차량으로 물류센터에 옮기고, 다시 전국 백신 접종센터로 옮기는 작업을 점검했다.

삼성에스디에스·현대글로비스 코로나19 백신 유통사업 검토
대기업들 잇단 '콜드체인' 눈독…동남아 진출도 기대


삼성에스디에스에 이어 현대글로비스 (184,000원 ▲4,000 +2.22%)도 백신 유통을 신사업으로 검토하고 있다. 기존 완성차·중공업·철강 등 산업군 물류뿐만 아니라 유통·식음료 등 소비재 산업군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이유다. 국내 의약품 전문유통·보관업체들과 의약품 수송, 보관, 유통 등 관련 사업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중국 콜드체인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설립한 중국 칭다오 한국농수산식품 물류센터 운영 사업을 맡게됐다. 이 물류센터는 연면적 1만3669㎡(약 4100평)규모로 냉동·냉장·상온 시스템을 갖췄다. 2018년에는 의약품·의료기기 등 고부가가치 헬스케어 물류·유통 시장 진출을 밝히기도 했다.

국내 기업의 콜드체인 투자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SK (163,400원 ▲2,100 +1.30%)그룹은 지난해 1월 콜드체인 물류 업체인 ‘벨스타 수퍼프리즈’에 250억원을 투자했다. 이 회사는 한국초저온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LG계열 종합물류기업 판토스는 2019년 스위스에 본사를 둔 디케이에스에이치(DKSH)코리아의 헬스케어 물류사업 부문을 인수, 냉장 물류센터를 확보했다.

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도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콜드체인에 대한 필요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의약품은 일반 화물과 달리 상온에서 변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저온 운송, 냉장 보관이 필수적이서다. 한 콜드체인 관련업체 대표는 "콜드체인은 물류·유통 사업에서도 고부가가치 분야로 꼽힌다"며 "특히 의약품 콜드체인은 생산, 포장, 유통 전과정에 시설·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도 높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체 백신 생산량 중 50%가 보관과 운송 과정에서 변질돼 폐기 처분된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독감백신이 유통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되면서 ‘백신대란으로 이어졌다. 특히 화이자(-70℃)와 모더나(-20℃) 백신은 초저온 상태를 벗어나면 효능이 사라질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 가능성도 점쳐진다. 고온다습한 환경의 동남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해외 의약품 물류·유통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 중견 물류·유통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지역에서도 초저온 유통환경이 필요한 코로나19 백신들이 보급되면 콜드체인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며 "해외 물류거점을 확보한 기업한테는 글로벌 콜드체인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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