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차 집합금지를 받기 전 잠시 가게 문을 열었던 서울 마포구 소재 박수진씨의 코인 노래방.
서울 마포구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박수진씨(38·여·가명)는 둘째 임신을 단념했다. 원래 그는 2017년에 아들을 낳은뒤 지난해 둘째 임신을 계획했다. 하지만 코인노래방에 적용된 집합금지가 반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불거진 생계 불안으로 임신은 언감생심인 처지라고 한다.
집합금지에 집값만 올라…'둘째 포기' 현실로
사진=김현정디자인기자
/자료=행정안전부
박씨의 임신 포기도 이런 사례로 볼 수 있다. 박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전셋값이 2년새 2억원이 뛴 것도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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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부천에서 박씨 부부가 대출을 받아 전세로 4억원 초반에 입주한 아파트는 5억원 중반에서 6억원 초반 호가를 형성하고 있다. 전세계약은 같은 조건으로 갱신됐지만 박씨가 꿈꾸던 내집마련은 더 멀어졌다.
이미 한국 산모의 연령대는 올라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임신 포기를 생각할 공산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출산 통계'에 따르면 우리 나라 산모의 평균 출산 연령은 33.0세로 전년 대비 0.2세 상승했다. 첫째아 출산연령은 32.2세, 둘째아 33.8세, 셋째아 35.2세로 0.1~0.3세 올라가 있다. 박씨는 평균보다 네다섯살은 많은 상태다.
"제가 주변사람들에게도 ‘(임신) 계획한다‘고 말했고 (첫째와 터울을 생각하면) 더 늦어지기 전에 (임신을) 하려고 계획을 했던 것인데 아이(하나)를 키우기도 버거워 졌어요."
62만명 규모 회원을 보유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의 한 회원도 “이제 나이가 30대 중반이 넘어서고 병원에서도 자연임신은 힘들 것 같다고 시험관 시술 같은 것을 해야 한다고 한다"며 "아기는 너무 좋아하지만 현실적으로 빠듯해질까 걱정도 된다"고 썼다.
출산 장벽 더 키운 집합금지, 얼마나 힘들길래
코인노래방 사장 김모씨(37)가 지난해 상가 임대인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캡쳐를 기자에게 전달했다.
그러면서 "현재 지급되는 재난지원금은 장기간 이어진 강제 집합금지로 인한 피해규모의 10분의 1도 안되는 금액"이라고 했다. 상가 임대료 문제 및 주택 자금 상환 등 주요 지출로 부담감을 피력하는 것이다.
코인노래연습장 업주들은 △ 강제 집합금지의 즉각 중단 △ 피해규모에 상응하는 실질적 손실보상 등을 요구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연장이 종료되는) 1월18일 이후 집합금지 조치는 불복할 것을 선언한다"고 했다.
집합금지 행정명령의 위반시엔 관할 자치단체의 고발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질 수 있다.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구상권도 청구될 수 있다. 다만 서울시 관계자는 "단순히 가게 문을 여는 것은 점검 차원에서도 진행될 수 있으니 실제 영업이 이뤄질 경우 처벌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거리두기 2.5단계 종료 이후 방역수칙의 형평성 논란을 불식시킬 방안을 새로 내놓을 전망이다. 박유미 서울시 방역통제관은 업종별 형평성 논란 관련,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 자영업자·소상공인 여러분께 일단 송구스럽다"며 "단체나 협회 대표자를 만나 긴밀하게 협의해서 현장 목소리를 경청해 모아진 의견을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전문가들과 논의해 업종·시설별 특성을 고려해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