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규제해도 구멍은 있다…파고드는 투자자들

머니투데이 이소은 기자, 박미주 기자 2020.12.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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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규제지역, 이대론 안된다(下)

편집자주 18년 된 규제지역 제도가 올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전국 111곳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는 사태를 맞았다. 예외지역도 많아 규제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투기꾼 밖에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집값 다 오른뒤 뒤늦게 규제하기 때문에 약발도 떨어졌다. 정부와 전문가들 모두 문제점을 알면서도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규제지역의 한계와 실현 가능한 대안을 고민해봤다.

규제지역 김포·남양주에서 '구멍' 찾아낸 투자자들
아무리 규제해도 구멍은 있다…파고드는 투자자들


규제지역 내에 있으면서도 집값 상승률이 낮아 예외 적용을 받았던 읍면 지역에 거래가 몰리고 있다. 읍면 지역이지만 아파트가 밀집해있는 김포시 통진읍, 남양주시 화도읍 등이 대표적이다. 투자 수요는 물론 실수요까지 몰리면서 이들 지역에서는 잇따라 신고가 거래가 나오고 있다.

◆김포 조정지역 지정 후 통진읍 호가 3000만원↑



26일 국토교통부 아파트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김포시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지난달 19일 이후부터 이날까지 김포시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아파트는 통진읍 마송리 '마송 현대1차'다.

이 단지는 이 기간 12건 거래되면서 김포 대장주로 꼽히는 장기동 '한강센트럴자이1단지'의 거래량 10건을 웃돌았다. 전용 집값 상승세도 눈에 띈다. 전용 84㎡는 지난 8일 2억3000만원(4층)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썼다. 현재 단 하나 나와있는 매물은 호가가 2억7000만원(저층)까지 오른 상황이다.



통진읍 소재 또다른 단지인 도시리 '백석신일해피트리' 역시 이 기간 7건 계약되며 거래량이 급격히 늘었다. 지난 10월까지 1억원 후반대에 거래되다 지난 7일 2억2700만원(8층)에 팔리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현재 같은 면적 매물 호가는 2억5000만~2억7000만원이다.

인근 A중개업소는 "통진읍 일대는 김포에서 유일한 비조정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얻고 있다"며 "집주인들도 상승 분위기에 이달 들어 호가를 2000만~3000만원씩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통진읍은 김포 안에서도 서울과 가장 많이 떨어져있어 외면 받았던 지역이다. 앞서 6·17 대책에 따른 풍선효과로 김포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을 때도 통진읍 시세는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5개월 간 김포시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33%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통진읍 상승률은 0.5%에 그쳤다.


정부가 11·19 대책에서 김포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며 통진읍, 대곶면, 월곶면, 하성면 등을 제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아파트가 없는 대곶면, 월곶면, 하성면 등과 달리 통진읍은 이미 5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고 내년부터 2023년까지 3개 단지가 잇따라 입주할 예정이어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남양주 화도읍 아파트도 5개월 만에 50% 뛰어

이런 현상은 일찍이 남양주에서 먼저 발생했다. 정부는 6·17 대책에서 남양주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면서 화도읍, 수동면, 조안면을 제외했다. 수동면과 조안면에는 아파트가 없지만 화도읍은 마석역 일대 마석택지개발지구가 조성돼 신축 단지가 밀집한 지역이어서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실제로 남양주 화도읍 아파트가격은 대책 이후 상승폭을 확대했다.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간 약 3%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6월부터 11월까지 5개월 간에는 24% 가량 뛰었다.

이 기간 동안 총 174건 거래된 묵현리 '남양주두산위브트레지움'은 전용 59㎡는 지난달 26일 3억4000만원(25층)에 신고가 거래됐다. 6·17 대책 전보다 1억원 가량 오른 가격으로 상승률은 50%에 육박한다. 같은 단지 전용 84㎡는 지난 10월 말 4억8000만원(23층)에 팔리며 5억원 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한편, 정부는 최근 12·17 대책에서 전국 37곳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했다. 전국 조정대상지역은 111곳, 투기과열지구는 49곳으로 늘었다.

이소은 기자

강원도 10채는 되고 서울 10채는 안된다? 정부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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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 집값이 올라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조심스럽습니다."(정부 관계자)

전국적으로 '풍선효과'가 튀면서 지방 집값까지 들썩이고 있지만 정부는 수도권과 달리 지방 규제를 어려워한다. 수도권 대비 주택경기가 침체돼 있던 데다 자칫 지방 경기 전체가 침체될 수 있어서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뒤늦은 지방 지역의 규제지역 지정, 지방의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주택의 경우 다주택자에 징벌적 취득세 적용 예외 등이다. 그러나 지방 규제를 망설이는 사이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까지 집값이 더 오르며 '뒷북 규제'가 됐다는 지적이 많다.

◆울산, 창원 등 지방 규제 망설이는 정부…"시장 위치, 지역 경제 등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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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17일 36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하며 강원도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총 111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이렇게 대거 지정하기까지 정부는 뜸을 들였다. 앞서 지난달 20일 경기도 김포, 부산 해운대·수영‧동래‧연제‧남구, 대구 수성구 등 7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집값이 급등했던 울산과 창원은 조정대상지역에서 제외했다.

당시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울산이나 다른 지역도 가격 상승률이 높지만 전반적인 시장의 위치와 급등 가능성을 놓고 봐서 포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선업 경기 등 지역경기 침체, 수도권 대비 길었던 지방 주택가격 하락 기간 등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이후 날뛰는 집값은 잡히지 않았고 결국 한 달여 뒤인 지난 17일 울산 중·남구, 창원 성산구, 포항 남구 등 지방 곳곳을 규제지역으로 묶었다.

◆여전히 규제 구멍 투성이인 지방…원주 등 공시가 1억 미만 아파트값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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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해도 여전히 지방 곳곳은 규제 빈틈으로 남아 있다. 강원도, 포항 북구 등이다. 지난 7·10 부동산 대책에서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에 재개발 구역에서 제외되면 주택수에 포함하지 않아 공시가 1억원 이하 주택이 '원정 투자자'들의 공략 대상이 됐다. 다주택자의 취득세율이 2주택자는 8%, 3주택자는 12%로 종전 대비 4배로 올랐지만 1억원 이하 주택은 1%에 불과하다.

현재도 강원도 원주시, 춘천시 등지의 공시가 1억원 이하 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원주 단계동 '단계주공' 전용 47㎡은 지난 21일 신고가인 1억3600만원에 팔렸다. 지난 7월 매매 실거래가가 1억원이었던 것 대비 35%, 1년여 전인 지난해 12월 8500만원이었던 것 대비 60% 각각 오른 수준이다. 춘천 후평동 '주공6단지' 전용 51㎡는 지난 19일 1억2000만원에 팔리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8월 8300만·8500만원에 팔린 것보다 44%가량 높다.

실제 지난 21일 기준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간아파트가격동향조사에서 조정대상지역에서 빠진 강원도의 아파트값이 0.19% 오르며 전주 상승률 0.08%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

여전히 정부가 지방 주택시장 규제를 강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방 경기가 자칫 죽을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수도권으로 집중된 유동성이 지방으로 분산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이 들어간 때문으로 해석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방 정부가 무너질 수 있고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섣불리 지방 주택시장을 규제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집값이 오르게 놔둘 수도 없는 노릇이라 정부가 정책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규제지역 제도 수정 필요"…지자체에 권한·전국의 규제지역화 등 거론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전경/사진= 김창현 기자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전경/사진= 김창현 기자
전문가들은 끊임없는 풍선효과를 야기하는 현재의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본다.

권대중 교수는 "비규제지역은 핀셋규제했다가 집값이 안정화되면 바로 규제를 풀어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지방 정부에도 규제지역 지정·해제 권한을 줘 규제 탄력성·신속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혼란을 막기 위해 지방정부가 지정한 규제지역은 지방정부가 풀 수 있고, 중앙정부가 규제지역 지정한 것은 중앙정부가 풀도록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전국의 규제지역화가 필요하단 견해도 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유동성이 풍부해 전국이 들썩일 수밖에 없다"며 "차라리 전국을 모두 규제지역으로 지정해 부동산으로 흘러드는 자금을 최대한 차단하고 신혼부부·생애최초 등 특별 대상과 지역 등의 규제는 완화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제안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대부분의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어 규제지역 정책의 실효성도 떨어졌다"며 "단순히 소유 주택수 등으로 나누는 등의 방식인 현재의 양적 지표를 총 주택가액 등을 함께 보는 입체적 질적 지표로 바꾸는 작업을 먼저 한 뒤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주택 정책을 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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