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엽 소풍 대표 / 사진=이민하
시대를 역행하는 것처럼 보일 법도 하다. 지난해말 기준 국내 150여개 창업투자회사의 90%가 수도권에 본사를 뒀다. 초기 창업팀에 투자하고 육성을 돕는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도 약 70%가 수도권에 있다. 집행된 벤처투자금 규모 역시 수도권이 74%로 압도적이다. 여느 수치와 마찬가지로 투자생태계 역시 수도권에 쏠린 모습이다. ‘고객이 있는 곳으로 가라’는 창업생태계의 격언대로다.
규모가 커짐으로써 긍정적인 효율만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범죄, 오염, 질병건수도 증가한다. 15%의 효율성은 질병확산에도 적용된다. 코로나19(COVID-19)란 전대미문의 전염병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빽빽이 모여 사는 우리의 삶과 사회가 얼마나 취약한 토대 위에 서 있는지를 깨닫게 해줬다.
강원도로 본사를 옮긴 첫 번째 투자사가 되기로 한 결심도 같은 맥락이다. 코로나19로 달라진 세상을 마주하면서다. 개별 국가단위의 지속가능성이 전제돼야 전세계도 지속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국내로 좁히면 지역 생태계가 지속가능성의 최소단위다. 심지어 기후변화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재생에너지산업이나 ‘생태적 삶’이 펼쳐질 장소 또한 지역단위다.
포스트 코로나의 답으로 소풍은 '지역 관점의 투자'(Local Lens Investing)를 찾았다. 각 지역의 고유성을 지키면서 더 큰 단위로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투자 방식이다. 지역 인재와 자본, 인프라 등을 결합해 지역 생태계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안경을 쓰면 사물이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것처럼 지역이라는 안경을 쓰고 다양성, 고유성 등 전에는 못 봤던 혁신 재료들을 뚜렷이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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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지역 활성화는 더 이상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당위의 문제가 아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라는 생존의 문제가 걸린 일이 됐다. 부분의 지속가능성이 없이는 전체의 지속가능성이 있을 수 없다. 다양성과 고유성에 기반한 로컬의 문화나 생활방식 등에 대한 투자가 지속가능한 생태계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지역 기반 투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사는 첫 번째 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