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명상을 할 때는 보통 그렇게 합니다. 찬찬히 밥 먹는 과정을 살피면서 밥만 먹습니다. 밥맛을 음미하면서 밥만 먹습니다. 실제로 해보니 매우 어렵더군요. 거의 자동이 된 일을 갑자기 수동으로 하려니까 헷갈려서 밥맛이 나지 않더군요. 몇 번 해보다가 도로 물렸습니다.
그 대신 다른 수를 쓰기로 했습니다. 밥을 아주 느긋하게 먹는 겁니다. 이것도 얼마나 느긋해야 하는지 가늠하기 어려워서 한 가지 방편을 더 썼습니다.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먹든 제일 늦게 숟가락을 내려놓는 겁니다. 일일이 밥 먹는 과정을 살피지 않아도 됩니다. 밥맛을 음미하느라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느긋하게만 먹으면 됩니다. 지금 이 밥상에서 맨 마지막이 될 때까지 마냥 느긋하게! 이것이 결국 먹기 명상과 비슷하게 될 거라고 본 거지요.
그런데 어쩌다가 다시 샛길로 빠졌습니다. 너무 느긋해져서 라디오를 들으면서 먹고, TV를 보면서 먹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서 먹고,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먹고……. 밥 먹는 시간이 엿가락처럼 늘어지면서 세월 가는 줄 모르게 된 겁니다.
하루 두 끼를 한지 10년이 됐습니다. 하루에 두 번씩 마음의 덫을 확인할 수 있는 거지요. 그 덫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얼른 먹고 딴 일 해야지’ 하는 덫. 전에는 주로 이 덫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밥 먹을 때는 치울 것을, 치울 때는 쉴 것을 생각하며 달렸습니다. 쉴 때는 또 일할 것을 생각하며 달렸지요. 결국 단 한 번도 ‘지금 하는 일’에 머물지 못했습니다. 마음은 언제나 ‘다음 할 일’에 있었습니다.
또 한 가지는 ‘딴 짓 하면서 먹어야지’하는 덫. 이른바 멀티 태스킹입니다. 음악도 듣고, 뉴스도 보고, 메일도 살피고, sns도 하면서 밥을 먹으니 아주 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다 대충 대충이지요. 음악도, 뉴스도, 메일도, sns도 모두 밥 먹는 일의 배경 소음처럼 어수선합니다. 밥맛도 결국 어수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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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을 때는 밥만 먹으며 밥을 즐기는 것! 밥 먹을 때의 도는 이렇게 간단합니다. 누구나 하루 두세 번 이 도를 닦을 수 있습니다. 내 마음이 얼마나 바쁘게 앞으로만 내달리는지, 아니면 얼마나 어수선하게 여러 가지 일을 뒤섞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뉴스나 오락거리나 노래 가락을 배경 소음으로 깔아놓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서 먹거나, 헐레벌떡 허겁지겁 먹어치우거나, 지지고 볶고 왁자지껄 떠들면서 게걸스럽게 먹고 마시거나, 살찔까봐 먹는 둥 마는 둥 깨작거리며 먹는다면 아! 우리는 얼마나 먹는 도에서 멀어진 것인가요? 어느 세월에 제대로 한 번 먹어 볼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