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자율주행차 시대 오면 자동차 80%는 없어진다?

머니투데이 원종태 산업1부장 2020.12.1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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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주 도시 앤아버는 겨울 추위로 악명 높다. 체감 온도가 영하 20~30도까지 내려가 한 겨울에는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확 줄어든다. 미시간대 앤아버캠퍼스도 오후 5시만 되면 사람들 발길이 뜸해진다.

이런 추위 탓에 앤아버의 겨울 교통은 최악이다. 도로 전체가 얼어 빙판길로 변하는 데다 눈도 많이 내린다. 버스의 경우 정거장마다 도착하는 시간이 멋대로이고, 어떤 날은 아예 운행하지 않는다.



1991년부터 1995년까지 미시간대 앤아버캠퍼스에서 공부한 래리 페이지(구글 창업자)도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온몸을 떨며 버스를 기다린 적이 많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겨울마다 반복되는 이 형편 없는 교통 시스템에 치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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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는 이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었다. 페이지가 고안한 방법은 '개인용 고속 운송 시스템'. 고객이 신호를 보내면 모노레일을 따라 2인용 캡슐 자동차가 번개처럼 나타난다. 고객은 캡슐차를 잡아타고, 원하는 곳에 빠르게 갈 수 있다.



페이지는 이 시스템을 계속 벼렸다. 끝내 한층 업그레이드 된 새 버전을 내놓는다. 그게 바로 '자율주행차'다.

페이지는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다르파 DAPRA- Defenc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이 개최한 자율주행차 경주대회 '다르파 챌린지'에 주목했다. 다르파 챌린지는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구글 공동창업자)이 자율주행차 기업인 '웨이모'를 설립해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결정적 계기였다. 

그렇게 웨이모가 만든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 '구글 쇼퍼'는 사람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빨리 무인 자동차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믿음을 줬다. 자동차가 발명된 후 130년동안 구글 자율주행차는 자동차 업계를 뒤흔든 가장 강력한 사건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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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 세워두는 시간이 더 많은 자동차를 사람들은 왜 굳이 소유해야 할까?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불편해 할 이 화두는 자율주행차가 던지는 화두다. 이전까지 수 백 만명에게 수 백만대 자동차를 팔아온 방식이 아니라 전 세계 도시마다 택시처럼 자율주행차가 운행한다면? 지금과는 180도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하게 된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5%다. 5만 달러 짜리 1대를 팔면 2500달러를 영업이익으로 남긴다는 의미다.

반대로 자율주행차 영업이익률은? '오토노미 제2의 이동혁명' 저자 로렌스 번스는 "자율주행차 1대가 폐차될 때까지 30만 마일을 달린다고 하면 1마일당 수익을 0.1달러로 잡아도 자동차 1대당 3만 달러를 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니 비즈니스 모델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2500달러 대 3만 달러. 정말 이게 가능하단 말인가? 다시 미시간주 앤아버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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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28만5000명인 엔아버에는 대략 20만대의 자가용이 있다. 이중 8만대는 하루 종일 주차장에 그냥 서 있다. 나머지 12만대는 하루 평균 9.28Km를 운행한다. 그러니까 앤아버 전체 자가용이 하루 평균 주행하는 총 거리는 12만대 x 9.28Km=111만3600Km다.

이를 자율주행차가 대신 한다면 몇 대가 필요할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1만3000대면 충분하다. 러시아워 시간을 감안해도 1만8000대면 20만대 자가용이 하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1만8000대가 하루 61.6Km꼴로 운행하면 앤아버의 자가용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이 주행거리는 서울 택시 1일 평균 주행거리(225Km)의 3분 1이 채 안된다.

하루 20만대 자가용의 역할을 자율주행차와 공유경제가 더해지면 1만8000대로 할 수 있다니. 구글이 왜 그렇게 자율주행차 사업에 매달리는지 이해가 된다. 길이 막힐 일도 없고, 교통사고는 혁신적으로 급감한다.

로렌스 번스가 일갈한 것처럼 이제 운송 산업은 자율주행차가 기존의 판을 완전히 재편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자동차가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가 되는 시대다. 당장 자동차의 '콘텐츠'부터 확 바뀔 것이다.

[광화문]자율주행차 시대 오면 자동차 80%는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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