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9월 마이크로 LED 기술을 적용한 초고화질 디스플레이 '더 월'(The Wall)의 국내 첫 체험공간으로 점찍은 곳은 최고급 오디오 매장이었다. 초고가 TV 판매를 위한 전진기지로 국내 최대 규모 오디오 유통사인 '오드'와 손잡은 것이다.
당시 3억원이 훌쩍 넘는 삼성전자의 더월 146형 B2B(기업간 거래) 제품은 덴마크 고품격 오디오 업체인 스타인웨이 링돌프의 사운드 시스템과 함께 패키지 상품으로 묶였다. 어지간한 집 한 채 값인데도 국내 굴지의 IT 업체가 구입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삼성전자는 최근 1억7000만원짜리 가정용 110형 마이크로 LED TV를 공개했다. LG전자 역시 지난 10월 1억원의 롤러블 TV(시그니처 올레드 R)를 내놓는 등 초고가 TV 시장이 본격 개화하고 있다.
LG 롤러블 TV(LG 시그니처 올레드 R) /사진=LG전자 뉴스룸
업계 관계자는 "VVIP 고객 방문조사를 해보면 별도의 방을 시네마룸으로 꾸미거나 지하에 홈시어터를 조성하는 경우가 많다"며 "거실은 통창 유리로 조망을 살리거나 유명 화가 작품으로 채우는 등 인테리어를 최우선시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이에 착안해 LG 롤러블 TV를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실 벽면 한가운데를 시커멓게 차지해 '블랙 몬스터'라는 오명을 쓴 기존 TV에서 탈피해, TV를 보지 않을 때는 이를 말아 공간 활용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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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LED TV를 비롯해 향후 초고가 TV 시장이 100인치에 육박하는 슈퍼 초대형 TV로 이뤄질 것이란 점에서, 초고가 TV 수요층은 고급 홈시어터·오디오 수요층과 맞물릴 것이란 분석이다. 오드 관계자는 "하이엔드 오디오의 수요는 집에서 홈시어터를 꾸미고 싶어하는 고객들의 니즈와 맞물려 있다"며 "국내 최고급 오디오 시장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고가 아파트는 단지 내에 영화관, 헬스장, 수영장 등이 완결형으로 꾸려지는 추세이며 이보다 재력이 있는 부호들은 집 자체를 복합 문화공간으로 꾸미려는 성향이 강하다"며 "거리두기 확산으로 집이 복합적인 경험의 공간으로 빠르게 변모하는 데다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부호들의 특성상 초고가 TV 수요는 더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지난 10월 롤러블 TV 출시를 앞두고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호텔에서 VVIP 고객들을 초대해 글로벌 명차 브랜드 벤틀리와 공동으로 마케팅을 했다. 지난달엔 롯데백화점 강남점의 프리미엄 편집매장 '더콘란샵'에서 별도로 TV 체험 공간도 운영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마이크로 LED TV는 아직 예약판매를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VVIP의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며 "앞으로 백화점 명품관 등을 통해 제품을 공개하면 반응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