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카라' 출신의 박규리가 큐레이터로 처음 기획한 '임하룡(왼쪽)과 한상윤(오른쪽)의 그림 파티’ 전시. 박규리는 "두 작가는 '해학'이라는 키워드로 뭉쳤다"며 "코로나19 시대를 견디는 이들에게 위로와 행복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그냥 봐도 서로 다른 두 화풍의 작가가 박규리라는 아이돌 그룹 출신의 예리한 큐레이터를 만나 접점을 찾았다.
임하룡, 고문(Torture, 2020), Acrylic on canvas, 53x46cm. /사진제공=피카프로젝트
지난 40년간 희극 배우로 활동해온 코미디언 임하룡은 2018년 작가로 데뷔했다. 그는 한상윤 작가와 함께 '그림파티'라는 제목의 전시를 내년 1월 23일까지 연다. /사진=뉴스1
작가들은 이번 전시를 편하게 봐달라고 주문했다. 임 작가는 “‘그림파티’라는 제목에서 파티라고 여기는 관객이 있을 텐데, 그냥 즐거운 마음을 가지라는 의미”라며 “내가 연예인으로서 시선을 받고 시선에 부담을 느끼며 시선을 피하고 싶었던 교감의 모든 순간을 눈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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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는 “임하룡 선배의 개그가 눈 속에 고스란히 녹여져 있듯 내 작품 속 돼지도 웃음과 행복을 주는 게 포인트”라며 “서로 같은 맥락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걸그룹에서 큐레이터로 변신한 박규리는 '임하룡과 한상윤의 그림파티' 전시를 기획했다. 이번 전시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피카프로젝트에서 내년 1월 23일까지 열린다. 박규리의 큐레이터 변신은 그의 연인인 피카프로젝트 송자호 공동대표의 제안과 설득에 영향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스1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박규리는 “두 작가가 비슷하거나 다르다고 느꼈다기보다 ‘해학’이라는 키워드에 서로 걸쳐있는 느낌이 들었다”며 “코로나19로 힘든 여정을 겪어야 하는 이들에게 한순간 미소 지을 수 있는, 그런 해학의 순간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했다.
작가 작품의 해학과 위로는 강렬하거나 의미심장한 선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보고 느끼는 본능의 직관이 뇌와 심장으로 바로 연결되는, 가장 단순한 기쁨으로 다가온다.
임 작가가 그린 작품 ‘말’에서 달리는 ‘말’ 속에 ‘말’이라는 글자를 새겨 넣는 해학의 방식은 유치하면서도 그럴듯하다. 한 작가가 대동한 수십 마리 돼지 표정을 보고 행복한 ‘빙그레’를 짓는 일은 이 전시의 목적 자체를 설명한다. 그런 작품이 모두 70여 점이다.
풍자화로 유명한 한상윤 작가는 그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그간 돼지를 인간 욕망의 비판으로 주로 사용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행복과 웃음, 위로의 대상으로 표현한다. 그는 "코로나19로 힘든 이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다"고 했다. /사진=뉴스1
“해학과 슬픔은 동전의 양면 같아요. 내 의도와 상관없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희극과 비극이 갈리거든요. 그래서 이것이 ‘해학’이라고 우기진 않을 거예요. 하하.”(임하룡)
“어쩌면 제 자신을 투영한 얘기일 수 있겠네요. 제가 (일본) 유학할 때 아버지 부도나서 힘들었고, 일본에서 아르바이트 7개 하면서 버텼던 그런 날들…. 하지만 전 우울하지 않아요. 제 그림 속에 행복이 그대로 있다고 생각해요.”(한상윤)
한상윤, '모던 타임즈(豚像)2020', Acrylic on Canvas, 72.7x60.6cm. /사진제공=피카프로젝트
박규리는 “덕분에 한 인간으로서 세상을 많이 배우게 됐고 미술을 통해 위로도 받았다”며 “1분 1초가 귀하다는 마음으로 전시를 준비했으니, ‘그림 파티’를 마음껏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