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편만 든 노조법…경영계 "노동계 입장만 반영 편향"

(종합) 더불어민주당,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한 노조법 강행 처리 국회 본회의 통과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박화진 차관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0.11.12/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해고자·실업자의 노동조합 활동 보장을 골자로 한 노조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밀어붙였다. 사업장 내 점거 제한 조항은 노동계 반대를 받아들여 삭제됐다. 경영계는 노조법 개정안이 노동계 입장만 반영한 편향된 법안이라면서 즉각 반발했다.

국회는 9일 본회의를 열고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규정 삭제 △단체협약 유효기간 2년→최대 3년 연장 등을 담은 노조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청와대가 지난 4일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관계법도 대통령께서 정기국회 처리를 당부한 법안"이라고 메시지를 낸 뒤 5일 만이다. 전날부터 이어진 법안심사 및 상임위원회·본회의 의결은 고위공직자수사처법안 처리처럼 국민의힘이 빠진 채 진행된 반쪽짜리였다.

여당, 공수처법처럼 노조법도 강행 처리

여당은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과 연계해 노조법 개정을 추진한다. 현행 노조법은 ILO 핵심협약 중 국내 비준을 받지 못한 결사의 자유 협약 등과 충돌한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도 발의된 노조법 개정안은 경영계, 노동계 양쪽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여당이 이날 강행 처리한 노조법 개정안에 경영계 입장은 담기지 않았다.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이 대표적이다. 앞으로 개별 기업 노조는 산별 노조 등 초기업노조처럼 해고자·실업자를 조합원으로 둘 수 있다.

경영계는 해고자, 실업자가 임금협상에 관여하는 등 노사관계를 뒤흔들 변화라고 지적한다. 강성 노동운동이 현장을 지배할 것이란 우려도 한다.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규정 삭제는 기업에 월급을 받는 노조 전임자가 급증해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한다.

노동계 입장만 반영한 노조법 개정안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민주노총 관계자가 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전태일 3법 통과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민주노총의 산발적인 집회에 대비해 국회 주변에 차벽을 세웠다. 2020.12.4/뉴스1

이에 비해 노동계 의견은 노조법 개정 과정에서 대폭 담겼다. 당초 정부가 노조법 개정안에 포함했던 '사업장 점거 제한 조항'을 여당은 삭제했다. 정부는 주요 생산시설 등을 점거하는 형태의 쟁의행위를 제한하는 노조법 42조에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형태'라는 문구를 추가하려고 했다.

노동계는 정부안이 사업장 내 파업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총파업을 벌이면서 거세게 반대했고 결국 이 조항은 현행을 유지했다. 경영계는 사업장 정문을 막는 등 사실상 주요 생산시설 점거 효과를 내는 노조 쟁의행위를 차단하기 어렵게 됐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2년에서 3년까지 늘리는 정부안도 최대 3년으로 완화됐다. 임기 2년인 노조 임원이 많은데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연장하면 노사 협상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는 노동계 의견을 반영했다.

"노사 간 힘의 대등성 보장하는지 의문"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경총 노사관계발전자문위원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노사관계발전자문위원회를 통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11.24/뉴스1

경영계는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 환노위를 통과하자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내놓은 입장문에서 "노조법 개정안에 경영계 요청사항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국회 통과 절차가 강행되고 있어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개정안은 노조 측에 기울어진 힘의 균형을 더욱 쏠리게 해 노조의 과도하고 무리한 요구와 과격한 강경 투쟁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외부인인 해고자·실업자가 생산시설에 들어오면 회사 운영상 리스크로 작용하고 사업장 점거 제한 조항 삭제도 주요 시설에 대한 병존 점거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노조법 개정안에 힘의 대등성을 보장하는 노사관계를 만들겠다는 정신이 보이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