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시기 못 정한 韓…글로벌 경제격차 벌어질라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김유경 기자, 이민하 기자, 김근희 기자 2020.12.09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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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접종 英보다 4개월 늦은 韓…전문가 "백신 확보 서둘러야"
백신 접종시기 못 정한 韓…글로벌 경제격차 벌어질라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글로벌 제약사들로부터 최대 4400만명분의 코로나19(COVID-19) 백신을 선구매한다. 내년 2~3월부터 단계적으로 도입, 빠르면 2분기부터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백신 접종을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최소 4개월 이상 격차가 나는 셈이다. 백신 접종 이후 발생할 경제회복 격차를 벌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계약한 백신 공급분을 서둘러 확보하고, 개발 실패에 대비해 추가 물량 확보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8일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를 통해 다국가 백신연합체인 코박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코박스)와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글로벌 제약사와 구매협상을 통해 국민의 88%에 해당하는 4400만명분의 코로나19 백신을 선구매하기로 했다.

당초 계획한 3000만명분보다 1400만명분 늘어난 규모다. 아스트라제네카와는 이미 선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화이자, 얀센, 모더나와도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구매약관을 체결해 공급 물량 등을 확정했다. 회사별로는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모더나 각 1000만명분, 얀센 400만명분이다. 코박스를 통해서도 1000만명분을 확보한다.



구매 백신은 내년 2~3월부터 도입해 연말까지 들여온다. 접종시기는 확정하지 않았다. 국내 코로나19 유행 동향과 해외 백신 접종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 게 정부의 방침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백신 개발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고 안전성이나 효과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있다”며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예방접종시기는 코로나19 상황이나 외국 접종 동향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백신 도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2020.12.08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백신 도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2020.12.08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해외의 경우 백신 접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영국은 이날 세계 최초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이달 말까지 200만명분을 들여와 수개월 내에 2000만명에 대한 접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미국도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말쯤 긴급사용승인을 내고 이달 내 우선 2000만명분의 백신을 푼다는 계획이다. 내년도 2분기에는 모든 미국인의 백신 접종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미국 보건당국의 예상이다.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이들 국가에선 내년 경기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회장은 “만약 충분한 수가 백신을 맞는다면 오는 봄엔 경기가 다시 호황을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국내 백신 접종 시점은 빨리 잡아도 영국이나 미국에 비해 4개월 늦은 시기로 예상된다. 4개월은 코로나19를 진화하고 경제회복의 발판을 삼는데 커다란 격차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계속된 경제 위축으로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사이에도 백신 도입을 앞당겨 하루빨리 위기를 탈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접종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신속검사제를 통해 180일이 걸리는 품목허가 심사를 40일로 단축시켰지만 아직까지 아스트라제네카 이외에 사전심사를 신청한 기업은 없다. 10월부터 사전심사 중인 아스트라제네카도 임상 전단계인 비임상 자료에 대한 심사만 진행하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계약된 백신부터 제대로 빨리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효능과 안전성 검증에 역량을 집중해 접종 시기를 앞당기고 추가 물량확보에도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누적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94명으로 사흘만에 500면대로 떨어졌다. 신규 확진자 중 지역발생은 566명, 해외유입은 28명이다.



선구매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모더나·얀센 백신 차이점은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8일 서울의 한 병원을 찾은 시민이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 계획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화이나, 모더나, 얀센 등 해외에서 개발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4400만명 분을 확보하고 내년 1/4분기부터 순차적으로 국내에 들여오기로 했다. 한편 한국이 선구매 계약을 체결한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보급은 당초 일정보다 지연되고 있다. 2020.12.8/뉴스1(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8일 서울의 한 병원을 찾은 시민이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 계획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화이나, 모더나, 얀센 등 해외에서 개발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4400만명 분을 확보하고 내년 1/4분기부터 순차적으로 국내에 들여오기로 했다. 한편 한국이 선구매 계약을 체결한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보급은 당초 일정보다 지연되고 있다. 2020.12.8/뉴스1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얀센(존슨앤존슨) 등 4개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한 코로나19(COVID-19) 백신을 선구매하기로 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모더나로부터 각 1000만명분, 얀센 400만명분이다.

백신을 4개사에서 나눠 확보하는 것은 일종의 ‘위험 분산’ 차원의 결정이다. 제조·유통·보관 방법이 다른 백신들을 고르게 확보해 임상 실패나 안전성 우려 등 불확실성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mRNA 신기술 적용 화이자·모더나 백신━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의 최전방에 있는 곳은 화이자와 모더나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각각 4만3000명, 3만명을 대상으로 임상3상 시험을 진행했다. 두 회사는 백신 예방 효과가 각각 95%, 94.1%라고 밝혔다. 이는 일반적인 독감 백신 예방률 40~6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종류는 모두 신기술인 mRNA(메신저 RNA)다. 이 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 표면을 둘러싼 스파이크 단백질 정보를 가진 유전자를 몸속에 집어넣어 면역력을 갖게 하는 방식이다. 백신을 접종하면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한 항체가 만들어진다. 기존 백신들은 죽거나 약화된 바이러스나 단백질 조각을 항원으로 삼아 직접 몸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mRNA 백신은 빠르게 제조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따로 단백질이나 바이러스를 배양할 필요가 없어서다. 다만 보관조건이 까다롭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 모더나는 영하 20도에 보관해야 한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의 백신은 보관이 쉽다. 영상 2~8도에서 보관할 수 있다.

백신 접종시기 못 정한 韓…글로벌 경제격차 벌어질라
━아스트라제네카·얀센 백신, 보관·유통 쉽고 가격 저렴 ━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의 보관·유통이 쉬운 이유는 제조 방법이 달라서다. 두 백신은 모두 코로나바이러스 무해한 바이러스 운반체(바이러스 벡터)에 담아 몸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백신별 접종횟수는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모두 2번이다. 얀센은 1회 접종이다. 가격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1회당 4달러(4500원)로 가장 저렴하다. 게다가 SK케미칼 자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이미 국내에서 위탁생산을 하고 있다.

화이자는 1회 접종당 가격이 20달러(2만2000원), 모더나는 25~37달러(2만8000~4만1000원) 정도다. 얀센은 10달러(1만1000원)다.

━백신 확보 변수는 아스트라제네카 ━
백신 확보의 최대 변수는 아스트라제네카다. 정부는 내년 2~3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해당 백신은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과 달리 아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게다가 지난달 백신 임상3상 중간결과 발표에서 투약군에 따라 면역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나자 효능과 안전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아스트라제네카는 효능 차이가 발생한 이유 등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개발 지연이나 실패 여부에 따라 정부의 백신 확보 계획도 차질이 빚을 수 있다. 이에 남재환 카톨릭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아스트라네제네카 백신은 심각한 부작용이 없었고 결론적으로 위험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를 비롯해 모더나와 화이자도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중 발생한) 부작용을 모두 공개한 상태”라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다른 백신에 비해 특별한 부작용이 더 심각하게 있다고 얘기할 수 없다”고 했다.



노인·의료진, 이르면 내년 2Q 백신 접종…일반인은?

미 국립보건원은 코로나19 백신 후보약품을 45명에게 시험 투여했다고 밝혔다. 약 6주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일반인 접종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것이라고 전망했다. / 사진=ap뉴시스미 국립보건원은 코로나19 백신 후보약품을 45명에게 시험 투여했다고 밝혔다. 약 6주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일반인 접종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것이라고 전망했다. / 사진=ap뉴시스
정부가 4400만명분의 해외 코로나19(COVID-19) 백신을 확보하면서 실제 백신 접종시기와 대상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콜드체인 구축, 식약처 품목허가 등의 절차를 이유로 정확한 접종시기는 밝히지 않았지만 내년 1분기 도입, 2분기 접종이 유력하다. 해외와 마찬가지로 고위험군, 의료진 등이 우선접종대상이 될 전망이다.

━해외 백신 1분기 도입, 2분기 접종 유력━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가 선구매한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얀센의 백신은 내년 2·3월부터 순차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접종시기는 빨라야 2분기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19일 권준욱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도 국제보건의료재단 포럼에서 “내년 2분기에 백신 접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양동교 질병관리청 의료안전예방국장은 “백신을 도입해도 안전한 접종을 위해선 준비를 철저히 갖춰야 한다”며 “접종시기는 준비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정해질 텐데, 당시 외국상황까지 고려해서 세부적인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테면 화이자 백신의 경우 영하 70~80도의 초저온에서 유통 및 보관돼야 하고 2회 접종 등의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통합관리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접종 인력 확보, 접종 교육 실시 등의 준비를 철저히 해야 안전하게 접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백신에 대한 안전성·효과성 등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코로나19 국내 상황 △외국 접종 동향 및 부작용 여부 △국민 수요 등을 고려해 접종시기를 탄력적으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취약계층과 사회필수서비스 인력 우선 접종━
백신이 도입되면 실제 접종은 노인, 집단시설 거주, 만성질환 등 코로나19 취약계층과 보건의료인, 경찰·소방공무원 등 사회필수서비스 인력부터 우선 실시된다. 우선접종대상자는 약 3600만명 정도다.

양 국장은 “백신 도입 계약을 체결했거나 추진하는 회사들이 대부분 임상 대상에 고령층을 포함했기 때문에 코로나19 취약계층인 고령층이 백신을 접종하는 데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안전성·유효성 등의 임상 자료가 없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우선접종대상에서 제외된다. 추후 임상자료가 나오면 접종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일반인은 우선 접종 대상자들이 맞은 이후 접종 가능하다.

접종 비용은 독감 백신과 마찬가지로 우선접종대상자는 무료다.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국가 필수접종 대상자는 원칙적으로 무료 접종할 것”이라며 “이외의 일반인의 경우 접종비용은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 부작용 정부가 보상...개발사 면책특권 부여━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통상적인 백신과 달리 임상시험 기간도 짧고, 임상 참여자에 대한 추적 관찰 기간도 부족하다. 유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임상 결과는 없다. 이 때문에 백신 접종 시 예상치 못한 부작용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도 이 같은 점을 우려해 지난 6월말 백신도입 특별전담팀(TF)를 구성하고, 시간을 들여 선구매 백신을 선정했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보상을 할 예정이다. 양동교 질병청 의료안전예방국장은 “현재 감염병 예방법에 따르면 백신 부작용에 대한 피해보상 제도가 있다”며 “코로나 백신 관련해서도 관련 법에 따라 세부적으로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사들은 부작용 발생 시 따로 보상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의 공급 계약 조항 중에 면책특권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사들은 우리 정부뿐 아니라 공급 계약을 맺는 국가에 면책특권 조항을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식품의약국(FDA)에서 사용승인한 코로나 백신에 대해서는 제조사에 완전 면책을 하기로 했다. 영국과 일본 정부도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발생 시 제조사 대신 손해배상 등 책임을 지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임 국장은 “백신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기업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면 국내에 공급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완성된 백신을 구매하는 것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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