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접종 英보다 4개월 늦은 韓…경제회복도 뒤처질라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김근희 기자, 김유경 기자 2020.12.0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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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접종 英보다 4개월 늦은 韓…경제회복도 뒤처질라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글로벌 제약사들로부터 최대 4400만명분의 코로나19(COVID-19) 백신을 선구매한다. 이르면 내년 2~3월부터 단계적으로 도입, 빠르면 2분기부터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백신 접종을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최소 4개월 이상 격차가 나는 셈이다. 백신 접종 이후 발생할 경제회복 격차를 벌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계약한 백신 공급분을 서둘러 확보하고, 추가 물량 확보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8일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를 통해 다국가 백신연합체인 코박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코박스)와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글로벌 제약사와 구매협상을 통해 국민의 88%에 해당하는 4400만명분의 코로나19 백신을 선구매하기로 했다.

당초 계획한 3000만명분보다 1400만명분 늘어난 규모다. 아스트라제네카와는 이미 선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화이자, 얀센, 모더나와도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구매약관을 체결해 공급 물량 등을 확정했다. 회사별로는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모더나 각 1000만명분, 얀센 400만명분이다. 코박스를 통해서도 1000만명분을 확보한다.



구매 백신은 내년 2~3월부터 도입해 연말까지 들여온다. 접종시기는 확정하지 않았다. 국내 코로나19 유행 동향과 해외 백신 접종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 게 정부의 방침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백신 개발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고 안전성이나 효과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있다”며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예방접종시기는 코로나19 상황이나 외국 접종 동향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백신 도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2020.12.08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백신 도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2020.12.08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해외의 경우 백신 접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영국은 이날 세계 최초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이달 말까지 200만명분을 들여와 수개월 내에 2000만명에 대한 접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미국도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말쯤 긴급사용승인을 내고 이달 내 우선 2000만명분의 백신을 푼다는 계획이다. 내년도 2분기에는 모든 미국인의 백신 접종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미국 보건당국의 예상이다.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이들 국가에선 내년 경기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회장은 “만약 충분한 수가 백신을 맞는다면 오는 봄엔 경기가 다시 호황을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국내 백신 접종 시점은 빨리 잡아도 영국이나 미국에 비해 4개월 늦은 시기로 예상된다. 4개월은 코로나19를 진화하고 경제회복의 발판을 삼는데 커다란 격차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계속된 경제 위축으로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사이에도 백신 도입을 앞당겨 하루빨리 위기를 탈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접종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신속검사제를 통해 180일이 걸리는 품목허가 심사를 40일로 단축시켰지만 아직까지 아스트라제네카 이외에 사전심사를 신청한 기업은 없다. 10월부터 사전심사 중인 아스트라제네카도 임상 전단계인 비임상 자료에 대한 심사만 진행하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계약된 백신부터 제대로 빨리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효능과 안전성 검증에 역량을 집중해 접종 시기를 앞당기고 추가 물량확보에도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누적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94명으로 사흘만에 500면대로 떨어졌다. 신규 확진자 중 지역발생은 566명, 해외유입은 2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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