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최태원·구광모, 미래전략 물음에 인사로 답했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안정준 기자, 우경희 기자, 최석환 기자, 박소연 기자 2020.12.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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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일 삼성전자 임원인사를 마지막으로 삼성·SK·LG그룹의 2021년도 인사의 큰 틀이 모두 공개됐다. 수시인사로 전환한 현대차그룹을 더해 4대 그룹의 2020년 인사가 일단락된 셈이다.

'반도체·QD·신가전' 미래에 방점…이재용이 사장단 인사에 던진 '메시지'
이재용·최태원·구광모, 미래전략 물음에 인사로 답했다


삼성그룹 전자계열사는 지난 2일 50대 사장단을 앞세운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반도체 사업의 핵심인 메모리·파운드리 사업부장과 삼성디스플레이·삼성SDS 대표를 교체하고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이 주요 골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QD(퀀텀닷디스플레이)·신가전'으로 대표되는 미래성장동력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올해 현장경영 행보에서 "우리가 먼저 미래에 도착하자", "멈추면 미래가 없다" 등 유독 미래 준비를 강조했다.

사장단 승진자는 총 5명이다. 삼성전자에서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장(60)이 생활가전사업부 출신으론 첫 사장이 됐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53)과 최시영 글로벌인프라총괄 메모리제조기술센터장(56)도 사장으로 승진하며 각각 메모리사업부장, 파운드리사업부장을 맡는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는 최주선 대형 디스플레이사업부장(57)과 김성철 중소형 디스플레이사업부장(59)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최 사장은 대표이사를 겸임한다.

이재승 사장을 빼고 사장 승진자 4명이 모두 50대다. 삼성전자의 핵심 실적 사업부인 메모리사업부를 이끄는 이정배 사장은 만 53세다. 최근 '60세 룰'(60세 이상 사장들의 교체)이 다소 완화된 분위기지만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빠른 의사결정에 초점을 맞춘 '젊은 피'를 수혈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인사로 삼성전자에서는 전체 사장단 13명 중 사업지원·법무 등 지원부문을 빼면 사업부문 사장 10명 중 8명이 50대로 채워졌다.


메모리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를 이끌던 진교영·정은승 사장은 각각 종합기술원장과 삼성전자 DS(반도체·디스플레이)부문 최초의 CTO(최고기술책임자)로 자리를 옮긴다. 생산·영업 현장은 젊은 실무진에게 맡기고 연륜과 노하우를 갖춘 고참급 전문가는 연구·개발 부문으로 돌려 안정과 쇄신을 동시에 꾀한 셈이다.

황성우 종합기술원장(58)을 '현직'(삼성SDS 대표이사)에 복귀시킨 역발상 인사도 신·구 조화와 전·후방 연계를 염두에 둔 깜짝 인사로 평가된다. 삼성전자 김기남 DS부문장(부회장)과 김현석 CE(소비자가전)부문장, 고동진 IM(IT·모바일)부문장 등 3인 트로이카 체제는 그대로 유지됐다.

이밖에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남편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스포츠마케팅 연구담당(사장)이 글로벌전략실장으로 이동했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첫 인사에서 '미래'를 키워드로 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해석한다. 사장 승진자가 나온 반도체(2명)·디스플레이(2명)·신가전(1명) 부문은 2030년 파운드리 세계 1위, QD디스플레이 시장 선점 등 삼성전자의 차세대 성장 비전과 맞물리는 분야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이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환경과 사법 리스크 등 대내외 변수 속에서 연말 인사를 통해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혁신과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쇄신의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안정 속 쇄신' 택한 이재용, 인사 키워드는 'C.S.R.'
이재용·최태원·구광모, 미래전략 물음에 인사로 답했다
삼성그룹 전자계열사가 2일 발표한 '2021년 정기 사장단 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미래 준비'로 압축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미국의 정권교체, 미중 무역갈등, 사법 리스크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하면서 시장 변화에 앞서 선도적인 입지를 강화하려는 고민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사장 승진자 5명이 모두 반도체, 디스플레이(QD·퀀텀닷), 신가전 등 차세대 성장동력 부문으로 쏠린 점이 대표적이다. 50대 '젊은 피'를 내세워 5년 뒤 또는 10년 뒤 시장을 준비하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밑그림이 엿보인다.

'안정 속 쇄신'도 인사 키워드 중 하나로 꼽힌다. 반도체 부문에서 기존 메모리·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장이던 진교영·정은승 사장을 연구·개발 분야인 종합기술원장과 신설된 DS(반도체·디스플레이)부문 CTO(최고기술책임자)로 돌리고 후배들을 조타수로 내세우면서 신·구 조화를 꾀했다.

신임 메모리사업부장을 맡은 이정배 사장과 신임 파운드리사업부장이 된 최시영 사장은 각각 전임자보다 5살, 4살 더 젊다. 진 사장과 정 사장도 고문으로 물러나지 않고 경영일선을 지키면서 기술 경쟁력 강화와 함께 후임들의 멘토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최태원·구광모, 미래전략 물음에 인사로 답했다
◇50대 사장단 전면배치…'안정 속 쇄신' 노림수

50대 젊은 사장들에게 핵심 사업부와 계열사를 맡겨 자연스러운 세대교체 효과를 노린 것은 올초 단행됐던 2020년 인사의 연장선이라는 평가다. 올초 인사에서도 김기남 DS부문장과 김현석 CE(소비자가전)부문장, 고동진 IM(IT·모바일)부문장의 사업부장 겸직을 떼면서 안정과 쇄신, 세대교체라는 3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올해 전례 없는 코로나19 위기국면에서도 하반기 들어 11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성과를 낸 데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인사 효과도 적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장단 인사에서 드러난 이런 기조는 오는 4일 발표 예정인 부사장 이하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S를 제외하면 주요 계열사의 CEO(최고경영자)와 부문장이 대부분 자리를 지킨 만큼 쇄신에 초점을 맞춘 부사장단 이하 참모급 임원 인사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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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정기인사 5년만에 두번째

삼성그룹이 12월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한 것은 최근 5년 동안 2018년을 제외하면 처음이다. 2016년 말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이 부회장을 포함해 고위임원 상당수가 검찰에 기소되면서 새해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사업부 현안을 챙길 수장과 참모를 추스르는 임원 인사 시점이 들쑥날쑥했다.

이 부회장의 재판이 4년 넘게 진행되면서 경영공백 우려가 커진 배경도 여기 있다. 국정농단 사태 이전까지 삼성그룹의 연말 인사는 글로벌 시장 트렌드를 토대로 재계 인사의 나침판 역할을 했다.

이번 인사도 지난달 중순까지는 이 부회장의 재판 일정 때문에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삼성그룹이 12월 정기 인사를 단행한 데는 이 부회장 사건의 파기환송심 재판장을 맡은 정준영 부장판사의 소신도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공판 당시 "이재용 피고인이 심리 중에도 당당히 기업 총수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하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면서 "미래를 대비한 새로운 혁신과 도전을 이끌 세대교체 인사를 실현했다"고 밝혔다.

심재현 기자

"67조" 성과에 "214명" 화답…삼성 임원인사도 '미래 포석'
이재용·최태원·구광모, 미래전략 물음에 인사로 답했다
삼성전자는 4일 부사장 31명, 전무 55명, 상무 111명 등 총 214명을 승진시키는 '2021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2018년도(221명) 정기 임원인사 이후 3년만의 최대 규모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14년도(226명)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지 않다.

'역대급 승진잔치'의 배경으로는 실적 선방이 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미중 무역갈등 등 경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3분기 매출이 67조원 수준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 속에 실적 개선을 감안해 승진 인사폭을 크게 확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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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CEO 후보군 두텁게…부사장 승진 31명

무엇보다 차세대 CEO(최고경영자) 후보군으로 꼽히는 부사장 승진자가 31명 달하는 점이 눈에 띈다.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처음 단행하는 정기 인사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핵심 사업부인 반도체 부문에서는 시스템LSI사업부 LSI개발실장에 이석준 전무, 반도체연구소 파운드리 공정개발팀장에 황기현 전무가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VD사업부 구매팀장 고승환, 무선사업부 NC개발팀장 김학상, SEA법인(미국) 모바일 비즈니스장 최방섭 부사장, 삼성리서치 기술전략팀장 최승범, 글로벌인프라총괄 평택사업장 윤태양, 종합기술원 재료연구센터장 한인택 전무도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올해 비스포크 시리즈로 돌풍을 일으킨 생활가전부문에서도 승진 인사가 이어졌다. 지난 2일 사장단 인사에서 이재승 사업부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전략마케팅팀장과 개발팀장에 각각 이강협, 이기수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이기수 신임 부사장은 전무 승진 2년만에 부사장으로 '발탁 승진'했다.

이재용·최태원·구광모, 미래전략 물음에 인사로 답했다


◇발탁 승진도 역대급…女신규임원 8명

이기수 부사장 외에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승진 연한이나 연령, 연차에 상관 없이 발탁 승진한 임원은 25명으로 전체 승진자의 11.7%에 달한다. 발탁 승진 임원은 2017년 5월 8명→2017년 말 13명→2018년 말 18명→올 1월 24명에 이어 역대 최대 규모다.

네트워크사업부 선행개발그룹장을 맡은 이준희 신임 부사장은 5G(5세대 이동통신) 기지국 가상화 기술(vRAN) 상용화를 주도해 올 9월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업자 버라이즌으로부터 66억4000만달러(약 7조9000억원) 상당의 5G 장비 공급 계약을 따내는 데 기여한 성과로 발탁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여성 신임 임원은 총 8명이다. 올초 단행된 임원 인사 당시 5명보다는 3명 늘었지만 2014년 말 8명, 2018년 말 8명과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숫자라는 평가다. 여성 신임 임원 가운데 삼성리서치 데이터분석연구실의 이윤경 신임 상무는 1979년생 만 41세로 이번 인사에서 최연소 신임 임원이다.

신임 여성 임원 외에 한상숙 VD사업부 서비스 비즈니스팀 부팀장과 유미영 생활가전사업부 S/W(소프트웨어)개발그룹장 등이 전무로 승진했다.

소프트웨어(SW) 분야 승진자가 올초 인사 당시 10명에서 이번에 21명으로 2배로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기술 부문의 인재 기용을 대폭 강화했다는 평가다. 연구개발 부문 최고 전문가인 펠로우와 마스터도 각각 1명, 16명이 선임됐다.

이재용·최태원·구광모, 미래전략 물음에 인사로 답했다


◇DS 승진임원 43%…부사장 승진 1년만에 2배 늘어

임원인사 최대 수혜처는 올해도 DS(디바이스솔루션, 반도체·디스플레이)부문이다. DS부문 임원 승진자가 94명으로 전체 임원 승진자(214명)의 43%를 차지했다. DS부문 역대 최대 승진자가 나왔던 2017년 말 임원인사(99명)에 육박한다.

DS부문에서 부사장 승진자만 14명으로 직전 인사(6명) 때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전무 승진자는 22명으로 7명 늘었다.

메모리사업부뿐 아니라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도 승진자가 고루 나왔다. 이석준 시스템LSI사업부 LSI개발실장, 황기현 반도체연구소 파운드리공정개발팀장 등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전자가 2018년 8월 발표한 2030년 파운드리 세계시장 1위 비전에 따라 비메모리 시스템반도체 부문에 힘이 실리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이날 부사장 3명을 포함해 임원 22명을 승진시키는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전기는 부사장 1명을 포함해 16명에 대한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삼성전자 등은 이날 임원 인사로 경영진 인사를 마무리하면서 조만간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를 발표할 계획이다.

심재현 기자, 박소연 기자

조대식 연임에 박정호 전진배치..최태원 ESG 승부수 던진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오른쪽),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24일 오후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고 최종현 선대회장의 20주기 추모식에서 대화하고 있다.2018.8.24/뉴스1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오른쪽),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24일 오후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고 최종현 선대회장의 20주기 추모식에서 대화하고 있다.2018.8.24/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3연임을 결정했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은 SK하이닉스 부회장을 겸직해 승진시켰다. 유정준 SK E&S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SK그룹은 지난 3일 오전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임원 인사를 최종 확정했다. 이번 인사는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기반으로 시장에 미래 비전과 성장전략을 제시한다는 최 회장의 큰 그림이 반영됐다는 진단이다.

그룹 콘트롤타워이자 2인자 격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조대식 의장은 그룹에서 처음으로 3연임 했다. 조 의장은 지난 2017년 의장으로 선출된 후 2019년 연임에 이어 내년 초 3번째 임기(2년)를 맞는다. 사회적 가치에서 ESG로 경영철학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최 회장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이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명실상부 최 회장의 경영철학을 구현하는 그룹 최고협의체다. 각 계열사를 모아 집단지성을 통해 경영전략을 도출하고 최 회장과 소통해 그룹의 진로를 결정한다. 조 의장의 3연임은 최 회장이 경영 로드맵의 구체화에 나섰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은 SK하이닉스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박 부회장은 SK하이닉스 인수와 도시바 메모리사업부,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지휘하며 그룹 외연 확장에 절대적 역할을 했다. 이번 인사로 그룹 내 영향력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부회장 승진으로 SK텔레콤을 IT계열 중간사업지주사로 하는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미 그룹에서 SK이노베이션이 에너지 계열 사업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다. 그룹 차세대 성장동력인 2차전지(리튬이온배터리) 사업이 이런 구조 속에서 더 꽃을 피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정준 사장의 부회장 승진은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솔루션 부문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다. 유 부회장은 해당 분야에서 글로벌 성장동력을 모색하라는 특명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추형욱 SK(주) 투자1센터장이 SK E&S 사장으로 선임돼 유 부회장과 SK E&S의 공동 대표를 맡는다. 1974년생으로 연공서열을 깬 파격 발탁이다. 염용섭 SK경영경제연구소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밖의 주요 계열사 사장 진용은 대체로 현상을 유지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안정 경영 포석이다. 다만 그룹 CEO들로 구성된 수펙스협 구성에는 변화를 줬다.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했다. 환경 관련 아젠다에 집중할 '환경사업위원회'도 새로 만들었다.

환경사업위원장에는 최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김준SK이노베이션 사장이 선임됐다. 코로나19에 따른 SK이노베이션 경영정상화와 함께 ESG 경영의 핵심축을 맡는다.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에는 윤진원 현 수펙스협 자율·책임경영지원단장 겸 법무지원팀장(사장)이 임명됐다. ICT위원장은 박 부회장이 맡는다.

우경희 기자, 최석환 기자

최태원, 코로나 위기 속 임원인사 의미는…"외연 넓히고 ESG 가속화"
이재용·최태원·구광모, 미래전략 물음에 인사로 답했다
SK그룹의 2021년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둘러싼 핵심 키워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였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최태원 회장의 신경영 패러다임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더 구체화할 조직 진용을 갖추고, 이에 맞춘 인적 자원을 재배치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ESG 경영'에 맞춰 그룹 최고협의체도 변했다

먼저 최 회장의 경영철학을 구현하는 그룹 최고협의체 SK수펙스추구협의회(이하 협의회)의 변화가 주목된다. 협의회는 이번 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거버넌스위원회△환경사업위원회△ICT위원회△전략위원회△커뮤니케이션위원회△인재육성위원회△소셜밸류(SV)위원회로 재편됐다.

거버넌스위원회가 신설됐고, 기존 에너지·화학위원회 대신 환경사업위원회가 들어섰다. 이와 함께 글로벌성장위원회는 빠졌다. 따라서 전체 7개 위원회 숫자에는 변함이 없다.

신설 거버넌스위원회는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관계사의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가속화 하는 역할을 맡는다. ESG 경영의 한 축인 '지배구조' 부문을 그룹 전반에서 조망하는 사령탑을 추가한 셈이다.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에는 수펙스추구협의회 자율·책임경영지원단장과 법무지원팀장을 맡고 있는 윤진원 사장이 선임됐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 윤 위원장은 SK주식회사 비서실장과 SK주식회사 윤리경영부문장 등을 거친 인물이다.

환경사업위원회는 지배구조와 함께 ESG경영의 핵심인 환경 관련 아젠다를 다룬다. 기존 에너지·화학위원회를 맡았던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환경사업위원회를 이끈다. 과거 에너지·화학위원회가 탄소 중심의 그룹 석유·화학 사업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면, 이 신설 위원회는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 육성과 기존 석유·화학사업의 친환경성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는다.

이번에 승진한 박정호 부회장은 기존 박성욱 위원장(SK하이닉스 부회장) 대신 ICT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SK하이닉스 (177,900원 ▲7,300 +4.28%) 인수와 도시바 메모리사업부,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진두지휘하고 5G(5세대) 통신시대에 SK텔레콤 (51,300원 ▲300 +0.59%)을 ICT기업으로 전환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다.

SK그룹 관계자는 "이 밖에 바이오소위원회, AI(인공지능)소위원회, DT(디지털전환)소위원회 등을 관련 위원회 산하에 운영하게 된다"며 "이 같은 변화를 통해 환경, 지배구조 등 ESG 문제를 선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함과 동시에 바이오, AI, DT 등 미래 먹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장 3연임 조대식, 최태원식 ESG 협의회에 녹인다

ESG 경영 패러다임에 맞춰 변화된 협의회는 이전과 다름없이 조대식 협의회 의장이 이끈다. 조 의장은 이로써 그룹 2인자 격인 협의회 의장에 최초로 3연임 하게 됐다.

조 의장은 사회적 가치에서 ESG로 경영철학의 지평을 넓힌 최 회장의 의중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로 꼽힌다. 개편된 협의회 조직에 새 경영철학을 온전히 녹여낼 수 있는 '복심'에 힘을 실어준 인사라는 게 그룹 안팎의 평이다.

협의회 밖 인사에선 염용섭 SK경영경제연구소 소장의 사장 승진이 눈에 띈다. 염 사장은 2017년부터 경영경제연구소를 이끌어 오며 행복경영, 딥 체인지 등 SK의 최근 변화에 밑거름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도 ESG 등 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과제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ESG에 발맞춘 변화 속 '안정' 기조도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주요 계열사 사장 진용은 대체로 현상을 유지한 것. 이번 인사를 통해 신규 선임 103명에 부회장 및 사장 승진 4명을 더해 총 107명의 승진 인사가 단행됐는데, 코로나19 등 경영환경을 감안해 예년에 비해 신규 선임 규모는 소폭 감소했다.

여성 인재의 발탁 기조도 유지됐다. 예년과 같은 7명이 신규 선임될 예정인데 그룹 전체 여성임원 규모는 34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룹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느 때 보다 경영 불확실성이 큰 한해였지만 성장을 위한 내실을 다질 좋은 기회가 됐다"며 "이번 인사가 그간 준비해 온 파이낸셜 스토리를 본격 추진하면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최석환 기자

구본준 독립·젊은 인재 발탁…'뉴LG' 독자체제 굳힌 구광모
이재용·최태원·구광모, 미래전략 물음에 인사로 답했다
LG그룹은 지난달 26일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숙부인 구본준 고문을 중심으로 LG상사와 LG하우시스 등 5개 계열사를 계열분리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전날부터 이틀째 이어진 계열사별 임원인사와 맞물려 취임 3년차를 맞은 40대 총수 구광모 회장의 독자체제가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LG그룹 지주사인 ㈜LG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LG의 13개 자회사 출자 부문 가운데 LG상사·LG하우시스·실리콘웍스·LG MMA 등 4개 자회사 출자 부문을 인적분할해 신규 지주회사인 ㈜LG신설지주(가칭)를 설립하는 분할계획을 결의했다.

㈜LG신설지주(가칭)가 이들 4개 회사를 자회사로, LG상사 산하의 판토스 등을 손회사로 편입하게 된다.

㈜LG신설지주는 구본준 고문(대표이사) 등 새로운 이사진을 중심으로 독립경영 체제로 운영된다. 구 고문 외에 송치호 LG상사 고문(대표이사)·박장수 ㈜LG 재경팀 전무가 사내이사로 내정됐다.

신설지주 설립 안건이 내년 3월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승인되면 LG그룹은 5월1일자로 존속회사 ㈜LG와 신설회사 ㈜LG신설지주(가칭)의 2개 지주회사로 재편돼 출범하게 된다. 분할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 ㈜LG가 약 0.912, ㈜LG신설지주(가칭)가 약 0.088이다.

분할 이후 존속회사 ㈜LG는 전자·화학·통신서비스 영역에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고 신설 지주사는 산하의 자원개발 및 인프라(LG상사), 물류(판토스), 반도체 설계(실리콘웍스), 건축자재(LG하우시스), 기초소재(LG MMA) 부문에 초점을 맞춰 각각 기업가치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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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 홀로서기 시작…LG 6번째 계열분리 총성

중장기적으로 이번 결정은 고 구본무 회장 별세 이후 논의돼온 계열분리 계획의 사전작업이다. 내년 5월부터 구광모 회장이 이끄는 ㈜LG 지주사와 구 고문의 ㈜LG신설지주 양대 체제로 운영하다 관련 절차 등이 마무리되면 신설 지주사가 LG그룹에서 떨어져나가는 방식이다. 2005년 GS그룹 분리 당시처럼 지주회사를 인적분할한 뒤 대주주들이 보유주식을 사고파는 방법이다.

구 고문이 상사를 중심으로 한 계열분리에 나서는 것은 현재 LG그룹의 주력사업인 전자와 화학 등을 온전히 보존하면서 지배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구광모 회장의 숙부인 구 고문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그룹에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은 절충점을 찾았다는 평가다.

계열분리가 마무리되면 LG전자와 화학 등 주요계열사와 판토스간 내부거래 비율이 60%에 달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적이 돼온 일감몰아주기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 핵심 인사는 "이번 조치로 향후 계열분리를 추진할 때 그룹 지배구조를 보다 단순하게 하면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내부 일감 몰아주기 등 정부의 대기업 경제력 집중 완화 방침에도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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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인재 발탁…구광모 실용주의 색채 뚜렷

전날부터 이틀째 이어진 계열사별 임원인사에서는 젊은 임원 발탁을 중심으로 '안정 속 혁신' 기조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 확대 등 시장 변화에 대응해 '장수'는 그대로 두고 '참모'를 대거 발탁하는 구 회장의 실용주의 용병술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부회장단에서는 전날 용퇴한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을 제외하고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이 모두 자리를 지켰다. 사장단에서도 주요 계열사 CEO가 대부분 유임됐다. 새로 선임된 CEO와 사업본부장이 4명에 그친다.

그룹 내에서는 주요 계열사 CEO가 50대로 채워진 데도 주목한다. 하 부회장의 CEO 자리를 황현식 LG유플러스 컨슈머사업총괄 사장(58)이 물려받으면서 지난해 취임한 권봉석 LG전자 사장(57),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59)과 함께 전자·디스플레이·통신 주요 계열사 CEO가 모두 50대로 바뀌었다. 이날 LG화학 이사회에서 분사되는 배터리사업부문(LG에너지솔루션) 신임 CEO에는 김종현 전지사업본부장(61)이 선임됐다.

참모진에서는 변화가 많았다. LG전자 생활가전사업부를 이끌어온 송대현 H&A사업본부장(사장)이 용퇴를 결정했다. 후임은 류재철 리빙어플라이언스사업부장(부사장)이 맡는다.

지난해보다 18명 늘어난 임원 승진자 124명 가운데 45세 이하 신규 임원이 24명(19.4%)에 달하는 점에서는 젊은 참모 전진배치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만 34세로 최연소 상무에 올랐던 심미진 LG생활건강 헤어&바디케어 마케팅부문장에 이어 올해는 만 37세의 지혜경 LG생활건강 중국디지털사업부문장이 상무로 승진했다. 지 상무 외에 1980년대생 신임 임원이 총 3명이다.

사장 승진자는 5명 나왔다. 이상규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 손보익 실리콘웍스 대표,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 이명관 LG인화원장, 이방수 ㈜LG CSR팀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심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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