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 수퍼카.수천만원짜리 술…그녀들 ‘인증샷’의 비밀[관심집中]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0.12.06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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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바이두/ 사진 = 바이두


수억원 수퍼카.수천만원짜리 술…그녀들 ‘인증샷’의 비밀[관심집中]
"100위안(한화 약 1만 6000원)을 내면 페라리 앞에서 '사진만' 찍을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 중국의 인터넷에는 '규수 클럽'(名媛群群)의 이용 후기가 누리꾼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한 유명 블로거는 이 규수 클럽에 직접 잠입해 후기를 작성했으며, 이 후기는 18억 건 이상 조회됐다.

이 글에는 중국의 젊은 여성(규수)들이 돈을 모은 뒤, 그 돈으로 명품을 대여해 '인증샷'을 남긴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 내에서는 '젊은층의 과시욕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삼삼오오 돈 모아 '명품' 대여하는 중국 여성들… 신종 '계모임'
규수클럽(名媛群群)의 단체메시지방. 외제차나 명품 가방 등의 사진을 공유한 뒤 내야 하는 금액 등을 안내한다. / 사진 = 웨이보규수클럽(名媛群群)의 단체메시지방. 외제차나 명품 가방 등의 사진을 공유한 뒤 내야 하는 금액 등을 안내한다. / 사진 = 웨이보
이 '규수 클럽'에 직접 잠입한 사람은 중국의 유명 블로거인 리중얼(李中二)이다. 리중얼은 남성이지만 자신을 10만 위안(약 1700만원)의 통장 잔고를 보유한 여성으로 속인 뒤, 가입비 500위안(약 8만 5000원)을 납부하고 '규수 클럽'에 가입했다.

그러나 이 규수 클럽은 당초 '상류층 여성들의 사교 모임'이라는 소개와는 다르게 돈을 모은 뒤 '인증샷'을 찍는 계 모임에 불과했다. 이들은 단체 메시지방을 통해 수십명이 모여 일정 금액을 지불한 뒤, 명품 앞에서 사진을 찍고 헤어진다.



예를 들면 상하이의 고급 호텔에서 숙박할 경우, 5000위안(약 85만원)의 하루 숙박비를 40명이 125위안(약 2만원)씩 나눠 낸 다음, 이 객실에서 각자 '가짜 인증샷'을 찍는다. 이 '가짜 인증샷'은 SNS에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목적으로 업로드된다.

이 '명품 대여 계모임'에는 고급 호텔 숙박 외에도 샤넬·구찌 등 명품 핸드백을 대여하거나, 수억 원대의 외제 승용차를 빌리는 등 다양한 '패키지 상품'이 있다. 이 역시 핸드백이나 차를 실제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찍는 것이 주 목적이다.

중국 매체 '명보'와 '상해열선' 등 보도에 따르면, 규수 클럽의 결성 목적에는 과시 이외에도 실제로 상류층 남성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고 한다. '가짜 인증샷'으로 자신을 상류층 여성으로 꾸민 뒤 상류층에 속한 남성과 교제하려는 심리라는 분석이다.


페라리에서 수천만원 술 쏟고 '찰칵'…중 2030의 신종 돈자랑
부를 과시하는 쉬안푸탸오잔(炫富挑戰) 놀이. / 사진 = 웨이보부를 과시하는 쉬안푸탸오잔(炫富挑戰) 놀이. / 사진 = 웨이보
최근 중국 내에서는 '규수 클럽' 같은 과시 풍조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중국의 평균적인 경제 수준이 올라가고 그 과정에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신이 가진 돈이나 명예를 자랑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중국 온라인에 등장한 '쉬엔안푸탸오잔'(炫富挑戰)은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도전'이라는 뜻을 가진 쉬엔푸탸오잔은 고급 승용차나 백화점 명품관에서 일부러 넘어지는 모습을 연출한 뒤, 명품과 함께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놀이다.

자신의 주변에 쏟아진 명품이 많을수록, 찍은 배경이 고급일수록 많은 '좋아요'와 댓글이 달린다. 젊은 여성이 한 병에 수천만 원이 넘는 마오타이주(중국산 증류주) 수십 병을 쏟아 놓고 찍은 사진에는 '내 롤모델' '부호의 상징' 같은 미사여구가 즐비하다.

그러나 중국 저소득층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불평등 수치인 지니계수가 0.468(2018년 기준)로 3년 연속 상승해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 되는 등 중국 내 사회 격차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자들의 '돈 자랑'이 상대적 박탈감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중국 정부는 저소득층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돈 자랑'에 수백 위안(약 5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단속에 나섰지만, '돈 자랑'을 즐기는 계층이 상류층인데다 단속 의지가 약해 큰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관영 매체인 인민일보는 "돈 자랑은 젊은 세대가 자신들의 일에 대해 보이는 열정과 책임을 잘 드러낸다"고 긍정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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