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손으로 느끼는 시대가 왔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12.0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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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홍승범 교수 연구팀, VR 장갑 감도·유연성 높일 3차원 나노 압전 세라믹 소재 개발…기존 대비 탄성 변형률 3배↑

올초 한 지상파 방송사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에서 갑자기 세상을 떠난 딸을 VR(가상현실)로 재현해 만난 엄마의 애틋한 장면이 그려져 시청자들을 눈물짓게 했다. 엄마는 코 앞에 있는 딸을 보며 “안고 싶고, 잡고 싶다”고 애태우며 말했지만, 당시 제작진이 확보한 기술론 그럴 수 없었다.

최근 가상현실(VR) 기술이 단순한 가상 공간 체험을 넘어 감정을 나누고 위로받는 감성 도구로 진화하면서, 시각에 이어 촉각까지 VR로 구현할 수 기술개발이 활발하다. 햅틱 장갑을 손에 끼면 손을 잡거나 물체를 만지는 등의 촉각 구현이 가능해진 것. 하지만 실제 손과 같은 유연성, 촉각의 정밀도를 확보할 수 있는 소재가 개발돼야 한다. 이런 숙제를 카이스트(KAIST)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 연구팀이 해결했다.



2일 연구팀은 3차원(D) 나노 구조체를 활용해 촉감이나 촉각 증강기술에 활용할 수 있는 ‘3차원(D) 나노 압전 세라믹 소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인간은 2개 이상의 감각이 제공되면 전자기기와 더 자연스럽게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최근 시각·청각보다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촉감 구현 및 촉각 증강 기술이 주목을 끄는 이유다. 촉각 증강 기술은 주로 의료용 로봇 혹은 햅틱장갑·디스플레이등 정보 전달 기술에 활용할 수 있다.



촉각 증강 분야에선 전기와 기계적 결합이 있는 압전 재료 활용이 필수적이다. 압전 재료는 전기적 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변환하거나 기계적 에너지를 전기적 에너지로 변환할 수 있는 소재를 말한다. 촉각 증강 분야에서 사용자에게 촉각을 전달하거나 사용자의 움직임을 전기적 신호로 변형시키는데 적합하다.

촉각 증강 소재로 활용하기 위한 압전 재료의 중요한 특징은 ‘압전 계수’와 ‘탄성 변형률’이다. 압전 계수는 기계적 힘과 전기적 전하량 간의 변환 효율을 나타내는 수치다. 촉각 증강 장치의 감도에 영향을 준다. 탄성 변형률은 소재가 가질 수 있는 기계적 변형 한계를 나타내는 수치다. 소재 및 장치가 가지는 유연성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촉각 증강 기술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압전 계수와 탄성 변형률 모두가 높은 압전 소재를 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압전 세라믹 소재의 경우 압전 계수는 높으나 탄성 변형률이 낮고, 고분자 소재는 탄성 변형률은 높으나 압전 계수가 낮아 하나의 소재에서 높은 압전 계수와 탄성 변형률을 모두 얻기 힘들다.


특히, 세라믹 소재는 상대적으로 높은 압전 계수에도 불구하고 소재 내부의 결함으로 인해 탄성 변형률을 높이기가 어려워 아직 실용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접장나노패터닝기술, 원자층증착기술 등을 이용해 산화물 아연 세라믹을 제작했다. 이는 100nm(나노미터) 이하의 두께를 가지면서 내부가 비어있는 트러스 구조체다.

기존 세라믹이 보유하고 있는 내부 결함의 크기를 나노미터 단위로 제한해 재료의 기계적 강도를 증가시켰다는 설명이다. 트러스 구조체로 이뤄져 탄성 변형률은 10% 수준이다. 기존 아연 산화물 대비 3배 더 큰 것이다. 압전 계수 역시 9.2 pm/V로 박막 형태의 아연 산화물보다 2배 이상 더 큰 값을 가졌다. 연구팀은 “촉각 증강 기술에서 매우 중요한 유연한 센서나 액추에이터에 이번에 개발한 3D 나노 압전 세라믹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홍 교수는 “비대면 시대의 도래로 감성 소통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는데 시각, 청각에 이어 촉각 구현 기술의 발전을 통해 인류는 장소와 관계없이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나노 에너지’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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