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160만인의 선언 : 낙태죄폐지전국대학생공동행동 회원들이 7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에서 정부의 ‘14주’와 ‘24주’로 쪼개어 개정안을 만든 "주수제한 입법예고안의 완전 철회와 낙태죄의 완전 폐지를 요구하며 "낙태죄 마침표" 집회를 하고 있다. 일부 언텍트 집회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곰인형이 참여자들의 이름표를 달고 함께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2020.11.07. [email protected]
낙태죄 관련 법 개정 논의는 지난해 4월 헌재의 현행 형법상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에서 출발했다. 당시 헌재는 현행 법 조항이 "임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면서도 제도 공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 가능성을 고려해 법 개정 시한을 올해 12월31일까지로 제시했다. 이때까지 입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2021년 1월1일부터 낙태죄 조항은 효력을 상실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2개 법안을 내놨다. 권인숙 의원, 박주민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했다. 두 법안의 내용은 일맥상통하다.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 270조를 삭제하고 정부안에서 규정한 허용 주수나 사유 제한 규정을 두지 않아 낙태를 전면 허용하는 내용이다. 박 의원의 경우 당초 임신 24주 이내 낙태를 전면 허용하는 일종의 '절충안'을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여성계 반대에 입장을 선회했다. 정의당에서도 이은주 의원이 낙태죄 처벌규정을 삭제해 제한 없이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을 내놨다.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정의당 이은주 의원 등 참석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낙태죄 완전 폐지를 위한 형법, 모자보건법, 근로기준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1.5/뉴스1
입법 시한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각 법안들이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형법)와 보건복지위원회(모자보건법)에 회부된 만큼 상임위에서 병합심사되는 과정에서 입법 방향이 결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법사위, 복지위 모두 법안 심사를 본격화하지 않아 이달 내 하나의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법사위는 이달 중 낙태죄 개정안 관련 공청회를 열고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의원들의 무관심도 문제로 꼽힌다. 낙태죄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정당은 정의당이 유일하다. 실질적인 법 개정의 '키'를 쥔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입법 방향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았다. 낙태죄 존폐여부와 낙태 허용 임신 주수 등을 두고 여성계와 종교계, 의료계 의견이 극명히 엇갈리는 만큼 의원들 사이에선 법 개정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길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낙태죄 완전 폐지 법안 발의에 참여한 한 여성 의원은 "낙태죄 관련 법안 개정에 대해 여야 모두 찬반을 떠나 관심 자체가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