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이 사실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얼마 전 실증분석으로 보여줬다. 통화량(광의통화)이 1% 증가하면 집값이 연간 0.9% 올랐다는 것이다. 공급을 갑자기 늘릴 수 없는 집의 비탄력성 때문이다. 공급확대를 제약하는 정책을 쓰면 안 된다고 했다. 다시 말해 2차례에 걸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코로나19(COVID-19) 대응을 위한 정부의 긴급 유동성 공급과 1~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통화량이 늘었지만 집 공급은 충분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앞으로다. 서울 아파트 기준 입주물량(부동산114 추산)은 올해 5만234가구에서 내년 2만6000여가구로 절반 가까이 준다. 2022년에는 1만7000여가구에 그친다. 국토교통부가 이보다 많은 물량이 공급된다고 하지만 나홀로 아파트나 일부 빌라 등 건축법상 5층 이상인 주택을 포함했다. 아파트 수요자의 눈높이에서 ‘집’이 아닌 것들이다. 게다가 분양가상한제로 신규공급은 축소될 것이다. ‘임대차3법’은 의도와 달리 전세공급을 막았다. 희소한 것들의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런 설명과 수치가 없어도 사람들은 체감한다. 그러니 11월 한국은행의 주택가격전망지수(130)가 역대 최고치였다.
집을 사려면 주택담보대출이, 전세를 살려면 전세대출이 필요했으니 가계부채가 더 늘었다. 한은이 11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가계부채 증가’를 언급했지만 완화기조는 바꾸지 못한다. 지난 10월 가계대출 증가율이 7%를 넘어가니 금융당국이 속도조절에 나섰다. 은행의 신용대출을 조이지만 그렇다고 신용공급 기조를 달리할 수 없다. 내년 예산안은 약 556조원으로 사상 최대다.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3차 재난지원금을 말한다.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도 풀리기 시작했다. 서울·부산의 보궐선거를 앞두고 가덕도신공항 같은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도 추가될 것이다. 그 다음 해엔 대통령선거가 대기 중이다. 두 선거를 염두에 둔다면 집값을 떨구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 리스크가 크다. 자칫 하우스푸어를 양산하고 은행이 부실해질 수 있다. 섣부른 부채축소로 경기가 망가지면 선거도 망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