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환율하락, 위기가 아닌 기회다

머니투데이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0.11.2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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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사진=자본시장연구원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사진=자본시장연구원


코로나 사태로 올해 3월경 1300원 가까이 치솟던 원/달러환율이 하반기 이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기조와 풍부한 외환보유고, 국제신인도 개선 등 양호한 경제 펀더멘털이 원화강세의 근본 요인이다. 대외적으로도 미국의 저금리 기조에 따른 미 달러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화는 물론 위안화 등 신흥국 통화의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 백신 개발이 임박했다는 소식과 미국 대선 이후 미·중 무역갈등의 완화로 세계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에서는 원화환율의 하락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최근 원화환율 하락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그간 미·중간 무역분쟁, 코로나 사태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 등 대외불확실성으로 인해 경제상황과 달리 상승압력을 받아 오던 원화환율이 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는 과정으로 생각된다.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환율이 경제 펀더멘털이나 외환수급 상황에 따라 적절히 변동하는 것은 환율의 가격조절기능을 통한 경제안정화에 도움을 준다. 당국이 인위적으로 이러한 추세를 바꾸기는 쉽지 않으며 바람직하지 않다.



원화환율 하락에 대해 일부 경제주체들은 늘 그래왔듯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환율하락으로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원화환율 수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까지의 평균수준인 1100원대 초반으로 아직까지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력에 큰 영향을 주는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 더욱이 우리나라 수출은 환율보다 글로벌 경기상황 등 해외수요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며 우리 기업의 기술 및 품질 경쟁력이 유지되는 한 수출에 큰 장애요인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현 시점에서 정작 우리경제가 고민해 나가야 할 과제는 수출의 과실이 국민경제 전체로 파급되는 낙수효과가 과거와 같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기업을 필두로 한 수출이 산업연관효과를 통해 국내 생산과 실질소득 증가로 나타나면서 내수가 활력을 보이는 선순환 구조가 약화되고 있다. 대기업들은 해외공장과 자동화 설비에 의존한 생산 비중을 늘리고 있어 수출증가로 성장률이 개선되더라도 국내 일자리 증가나 고용사정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환율하락에 의한 채산성 악화를 하청업체에 전가함으로써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의 약화는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키면서 우리경제의 수출의존도를 크게 하고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키고 있다.



이런 점에서 환율하락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소비와 투자 등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기회다. 환율하락은 수입 소비재 가격을 싸게 할 뿐만 아니라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을 낮춰 기업의 생산원가를 떨어뜨린다. 그 결과 기업들이 값싼 제품을 공급케 해 물가안정과 경제주체들의 실질구매력을 높여주므로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기업들도 잉여금을 쌓아두는 대신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려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데 보다 유리하다.

환율하락에 대해 우려를 갖기 보다는 내수 진작을 통해 우리경제의 체질과 구조를 강화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수출과 내수간 불균형 문제의 완화는 우리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는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정책당국도 우리 경제주체들이 환경변화에 적응하고 체질 강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할 수 있도록 지나친 환율하락 속도나 단기변동성의 억제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환율하락은 위기가 아니라 우리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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