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3가지 관전 포인트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11.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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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대규모 유상증자, 주식 가치 희석 불가피…합병 시너지와 저울질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3가지 관전 포인트


최근 시장의 관심사는 대한항공 (20,800원 ▲200 +0.97%)아시아나항공 (10,680원 0.00%) 인수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에 항공주들이 급등하더니 이번 빅딜 소식이 알려진 뒤 변동성은 더 커졌다.

국내 항공산업의 판도를 바꿀 초대형 M&A(인수·합병)지만 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양사의 합병으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는 반면 수십조원에 달하는 부채로 인해 두 회사 모두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적잖다.



투자자 입장에서 궁금한 것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른 주식 가치의 변화다. 유상증자로 인한 주가 희석 정도, M&A 장·단점을 저울질해야 한다.

포인트는 크게 3가지다. 대한항공의 유상증자로 주식 가치는 얼마나 하락하는지, 유상증자에 참여해야 하는지, 양사의 합병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주주 중 누구에게 더 유리할지 등이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어떻게?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다소 특이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우선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57,700원 ▲300 +0.52%)에 8000억원을 투자한다. 한진칼의 자회사 대한항공은 주주배정 방식으로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이중 7300억원은 한진칼이 산은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투자한다.

유상증자에 성공하면 대한항공은 이 돈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 구주 인수가 아닌 신주 인수를 통해서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1조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3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도 발행한다. 즉 대한항공이 1조8000억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신주와 채권을 인수하는 것이다.


관전 포인트1. 대한항공 주식 가치, 얼마나 희석될까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자료사진) / 사진=인천=이기범 기자 leekb@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자료사진) / 사진=인천=이기범 기자 leekb@
유상증자로 자본금 뿐 아니라 주식수도 증가한다. 주식가치 희석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특히 이번처럼 조 단위의 유상증자라면 주식가치 하락은 더 클 수 있다.

이번 대한항공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는 약 1억7000만주다. 현재 발행된 주식수 만큼 늘어난다. 유상증자 후 총 주식수는 지금의 2배가 된다.

새로 발행되는 주식은 발행예정가는 1만4400원. 대한항공의 지난 20일 종가인 2만3750원보다 현저하게 낮다. 단순 계산했을 때 유상증자 이후 대한항공 주가는 1만4400원과 2만3750원의 평균인 1만9100원이다. 20일 종가 대비 약 20% 하락한 수준이다.

주가 외에 실적이나 재무상태 같은 펀더멘털에 기반한 주식 가치로도 살펴볼 수 있다. 주식의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는데 대표적으로 주당순이익(EPS)과 주당순자산(BPS)이 있다.EPS는 기업의 순이익을 총 주식수로 나눈 것인데 쉽게 말해 한 주당 순이익이 얼마나 되느냐를 나타낸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순이익은 그대로인데 주식 수는 2배로 늘었으니 대한항공의 EPS는 절반으로 뚝 떨어진다. 주가는 기본적으로 EPS에 연동한다는 점에서 실제 주가도 그만큼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3가지 관전 포인트
BPS는 총 자본을 총 주식수로 나눈 값이다. 대한항공의 올해 3분기 기준 총 자본은 약 3조3000억원이다. 이를 주식수로 나누면 BPS는 1만8837원이 나온다. 여기서 유상증자로 2조5000억원을 더하면 총 자본은 5조8000억원, BPS는 약 1만6622원이 된다. 증자 전보다 12% 정도 희석된 가격이다.

정리하자면 유상증자 이후 대한항공의 주식 가치 희석률은 △주가(시장가) 20% △EPS 50% △BPS 12% 정도다.

BPS를 예로 유상증자 이후 대한항공의 적정 주가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대한항공은 오랜 기간 당기순손실을 기록해왔기 때문에 PER(주가순이익비율)보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을 많이 사용한다. PBR는 지금 주가가 BPS 대비 몇배냐를 나타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대한항공의 BPS는 최저 0.6배에서 최고 1.8배 사이에서 움직였다. 평균은 1배다. 유상증자 이후 BPS(1만6622원)를 기준으로 역대 PBR 범위에 대입하면 대한항공의 적정 주가 범위는 최저 1만원에서 최고 3만원까지다. 평균은 약 1만7000원이다.

관전 포인트2. 유상증자 받아야 하나
그럼 유상증자를 받아야 할까.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유상증자로 주식 가치 하락이 뻔하니 지금이라도 팔아야 할지, 아니면 지금보다 훨씬 싼 가격에 신주를 받아 버티는 게 나을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다른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신주를 싸게 받을 수 있는 권리는 기존 주주들에게 있으니 향후 항공업황 개선과 주가 상승을 예상하는 투자자라면 지금이라도 대한항공 주식을 사서 신주를 싸게 받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기존 주주들은 대한항공 주식 1주당 신주 0.8주를 받을 권리가 있다. 지금 다소 비싼 가격에 사더라도 신주를 싸게 받으면 평단가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신주를 받기 위해 지금 꼭 대한항공 주식을 살 필요는 없다. 신주를 살 수 있는 권리인 신주인수권만 따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경우 신주 청약 전 신주인수권이 부여되고 일정 기간동안 이를 사고팔 수 있다.

기존 주주가 아니더라도 신주인수권을 샀다면 대한항공 신주를 싸게 받을 수 있다.

신주인수권의 이론 가격은 현재 주가와 신주 발행가와 차이 만큼이다. 하지만 실제 거래 가격은 수요 공급에 의한 시장가로 결정된다.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다면 신주인수권 가격은 이론가 밑으로 떨어지고 반대라면 오른다.

신주인수권 가격이 떨어지면 그만큼 대한항공 신주를 싸게 인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나 예기치 못한 악재 등으로 대한항공 주가 약세가 지속된다면 아무리 신주를 싸게 산다 해도 이득이라고 보긴 어렵다.
관전 포인트3.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비율
대한항공은 내년 상반기까지 유상증자와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을 완료하고 2022년에는 합병한다는 계획이다. 합병할 때 중요한 건 합병 비율이다.

A회사가 B회사를 흡수합병한다고 할 때 A 대 B의 합병 비율이 1 대 0.5라면 B주식 1주당 A주식 0.5주를 준다는 의미다. BPS를 기준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적정 합병 비율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자료사진) / 사진=인천=이기범 기자 leekb@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자료사진) / 사진=인천=이기범 기자 leekb@
아시아나는 3대1 균등 감자 이후 1조8000억원의 증자를 한다. 이를 반영한 BPS는 약 1만1438원이다. BPS 기준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 비율은 약 1 대 0.7정도다. 아시아나 1주당 대한항공 0.7주를 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상장사의 실제 합병 비율은 시장가로 정한다. 만약 합병 시점의 대한항공 주가가 2만원이고 아시아나항공이 1만원 이라면 합병 비율은 1 대 0.5가 된다.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많이 오르면 1 대 1이 되거나 그 이상도 될 수 있다.

대한항공 주주 입장에서 눈여겨 봐야 할 점은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대한항공 주주에게는 불리하다는 사실이다. 아시아나항공 주주들이 대한항공 주식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합병 시점인 2022년 두 회사의 주가가 각각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주가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합병 비율을 산정할 때는 ±30% 범위 내에서 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터무니 없는 비율로 합병 비율을 산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래도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갖고 있거나 투자할 계획이 있다면 이런 부분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관건은 코로나 종식과 항공업황 회복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3가지 관전 포인트
대규모 유상증자는 주가 측면에선 악재지만 부채비율 개선 등 재무적으로는 긍정적이다.

현재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700%, 아시아나의 부채비율은 2300%에 달한다. 유상증자가 성공하면 각각 400%, 500%대로 뚝 떨어진다. 두 대형 항공사 통합에 따른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두 항공사를 합치면 여객수송 기준 글로벌 10위, 화물수송 기준 글로벌 3위의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한다. 중복노선 정리와 출혈경쟁 완화로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항공업황 회복이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은 기대감을 높인다. 코로나19 사태 속 항공업계 옥석가리기가 끝난 만큼 살아남은 항공사들의 경쟁력은 무시할 수 없다.

우려 지점도 상당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부채를 합치면 35조원에 달한다. 올해 3분기까지 두 항공사가 부담한 이자비용만 5000억원 가량이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동성 위기를 피할 수 없다.

증권가의 전망도 엇갈린다. 양사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를 높게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당장의 리스크 요인에 주목해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낮추는 증권사도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른 희석효과를 감안해 대한항공에 대한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중립), 목표주가를 2만3000원으로 하향한다”며 “통합에 따른 초대형 항공사 출범 등을 기대한 프리미엄은 대규모 유증과 인수계약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부여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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