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형사법 박사인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조두순 출소 대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지난 12년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이제와서 주먹구구식으로 법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지난 16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보호관찰자 준수사항 위반 벌칙에 징역형을 추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자장치부착법 개정안을 추진해 조두순의 재범을 막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접근금지 명령 위반이나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하지 않는 경우에만 징역형 선고가 가능한데 이것을 외출제한이나 출입금지, 특별준수사항 위반의 경우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재범 위험성이 높은 사람을 치료 목적 시설에 수용하는 것과 재범 위험성이 높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회로 내보낸 뒤 준수사항을 위반했다며 다시 교도소에 가두는 것 중 어떤 게 더 인권침해적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준수사항 위반했다고 다시 교도소에 수감될 거라고 생각하겠냐"며 "개정안은 형법의 예측가능성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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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감시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재범 막는데 큰 도움 안될 것"승 위원은 법무부의 1:1 전자감독을 통해 위반사항 발생 즉시 대처하겠다는 방안도 헛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전자감독이기 때문에 바로 옆에서 뭘 하는지 감시하는 것도 아니고 근무시간이 끝난 뒤에는 감시가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심지어 그는 현재 성범죄자들의 재범을 막기 위해 운영 중인 전자발찌나 보호관찰이 재범률 완화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승 위원은 "전자발찌 부착시키고 보호관찰을 강화해도 지난 4년간 성폭력 범죄 재범률은 계속 높아졌다"면서 "효과도 별로 없는데 강화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두순, 교도소에서 문제 해결 안돼…보호수용제 도입해 격리해야승 위원은 조두순을 교도소에 재수감한다고만 해서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처벌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재범 위험성을 없애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교화 목적으로 조두순을 다시 교도소에 보내는 것이라면 지난 12년간 안하고 뭐했나"라면서 "재범 방지를 위해 법무부가 한 것이라고는 조두순을 포항교도소로 보내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수강하게 한 것이 전부"라고 비판했다.
승 위원은 조두순처럼 교화가 어려운 범죄자들은 교정시설이 아니라 별도 시설에서 전문가들의 관리 하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보호수용제도다.
그는 "재범 위험성이 높은 범죄자들을 형기가 만료됐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에 내보내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며 "재범 위험성이 높은 이들을 선별해 재범 위험성이 사라질 때까지 별도 시설에 수용해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청교육대 떠오르게 하는 보호수용제도…무엇이 다른가?
보호수용제도는 이미 2015년 한차례 논의된 바 있다. 그러다 최근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또다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윤화섭 안산시장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보호수용법을 제정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승 위원은 2015년 당시 법무부 보호수용제도 도입 태스크포스(TF)로 활동했다. 그는 지금 논의되는 보호수용제도는 군사정권 시절 악명높던 보호수감과는 전혀 다른 제도라고 강조했다.
승 위원은 "보호수용제도는 처벌이 아닌 치료 목적"이라면서 "아무나 수용시키자는게 아니라 아동성범죄자나 연쇄살인범 같은 흉악범들 중 출소 시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어지는 이들만 선별해 수용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보호수용제도는 이중처벌 논란과 소급입법 문제로 도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도 최근 국회에서 "보호수용제도는 이중처벌 논란이 있어 도입이 어렵다"고 밝혔다.
승 위원은 "보호수용은 징역형과 목적과 장소, 처우가 달라 이중처벌 논란은 없을 것"이라면서 "소급입법 문제도 과거 헌법재판소가 재범 방지를 위해 전자장치 부착명령 소급적용에 합헌 결정을 내린 걸 보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