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공석 와토스코리아 대표는 양변기 부품으로만 47년 외길 인생을 걸었다. 22세에 단돈 5만원으로 회사를 창업해 코스닥 상장사로 키워냈다. 그의 인생을 바쳐 키운 자식같은 회사지만, 최근 들어서는 심각하게 매각을 고민하고 있다. 증여세가 만만치 않아서다.
송 대표는 "경영이 2대로만 내려가도 (세금을 내느라) 지분이 별로 안 남는다"며 "차라리 (매각해) 다 써버리는 게 나을 정도다"고 토로했다.
현재 우리나라 상속·증여세율은 최고 50%로 OECD 국가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여기에 상속세법상 최대주주 할증 대상에 포함되면 최고세율은 60%로 치솟는다. 세금이 지나치다는 비난을 의식해 정부는 올해부터 중소·중견기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완화했지만, 여전히 공제를 받으려면 업종, 자산, 고용을 7년간 유지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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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최고세율을 자랑하는 일본도 가업 승계를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해석해 예외조항을 두는 것과 대조된다.
2008년 '중소기업 경영승계 원활화'법을 제정해 각종 감면 혜택을 만든데 이어, 2018년부터는 10년 한시 '특례사업승계제도'를 만들어 증여·상속세를 전액 유예 또는 면제하는 조치를 시행 중이다. 일본에 명문 장수기업이 많고, 중소기업에도 청년들의 취업이 줄을 잇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에서는 상속 대신, 기업을 팔아서 현금 물려준다는 기업이 점차 늘고 있다.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의 M&A팀들은 물론, PEF(경영참여형 사모펀드)도 CEO가 고령화된 기업들을 주된 영업 대상으로 삼는다. 그나마 국내 토종 PEF라면 사정이 낫지만 해외 PEF에 넘어가면 기술력, 노하우까지 해외유출될 수 있다.
지난 2018년 7월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한국은 기업 오너가 상속을 하는 것보다 사모펀드에 회사를 내놓는 것이 더 이득인 나라"라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 PEF 시장 급성장 배경에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은 상속세율이 작용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1970~1980년대 설립한 회사 창업주들이 은퇴할 나이가 되면서 최근 5~6년간 가업승계 이슈가 있는 기업들은 PEF의 주요 딜 소싱처가 되고 있다"며 "PEF에게 기업이 넘어가면 일단 현금이 생기는 데다 경영권은 바뀌어도 2세들이 전문경영인으로 참여할 기회가 있어 선호하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