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정책 국감. 21대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첫 국정감사는 국민 삶과 맞닿아 있는 '생활 밀착형' 문제에 집중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여야 갈등도 환노위에서 만큼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여야 의원들은 올 여름 환경부 및 산하기관의 홍수 대응, 특수고용노동자(특고)의 산업재해보험 적용제외 신청 문제, 열악한 노동조건 등 노동 사각지대를 두루 살폈다. 그러나 산재 관련 택배 회사 대표들을 증인으로 세우지 못해 '팥 없는 찐빵'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등 소관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위원들의 노트북에 '택배기사님들!! #늦어도_괜찮아요'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있다/사진=뉴스1
양 의원은 등원 전 환경 운동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부 감사에서 전문성 있는 질의를 이어갔다. 그는 환경부 첫 감사에서 강원도 동해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공사로 발생하고 있는 맹방해변 해안침식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이에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규정에 어긋나면 원상복구 시키거나 필요하면 공사 중단시켜서 제대로 된 이행하도록 하겠다"고 답을 이끌어냈다. 이후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던 화력발전소 건설 공사는 중지 결정을 받았다.
야당 의원들은 주로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의 비정규직 직고용 문제들 둘러싸고 청와대 개입설에 집중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대여 공세에만 치중하지 않고 사실에 근거한 질문으로 피감기관을 옥죘다.
김 의원은 지난달 26일 환노위 고용노동부 종합감사에서 "2006년 인국공 보안검색 노조 관련 연구 용역 결과에는 경영상의 이유로 자회사로 고용하는 게 맞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로펌에 법률자문을 했을 때도 직고용이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다 갑자기 청와대에서 회의가 끝난 다음에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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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목소리에도 직접 귀 기울였다. 김 의원은 본인의 질의 시간을 할애해 인국공 해고자의 호소를 들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에게는 '노사나 당사자의 입장이 합의에서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물어 이 장관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자칫 정쟁 국감으로 빠질 수 있었지만 해고자의 입장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집단 암 발병 사태가 일어난 '익산 장점마을 사건'의 원인으로 꼽히는 연초박(담배 찌꺼기) 처리 기준이 미비하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장 의원은 국립환경과학원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환경부가 지금껏 고온에서 유해물질이 생성되는 연초박을 소각해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당시 연구를 시행했던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장에게 이같은 점을 질의해 피감기관을 당황케 만들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기상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여야는 댐 방류 조절 실패를 집중 저격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환경부 장관이 사전 방류 명령권을 발동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등 잘 관리하지 못한 것 아니냐"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당 임종성 의원은 TS(강수적중률)을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2017년 감사원은 우리나라는 비가 자주 오지 않아 적중률로 봐야한다는 감사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이에 기상청이 2년 전 강수적중률과 임계성공지수(CSI) 등을 공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지키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야당 의원들은 댐 조사위원회의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하는데 힘을 쏟았다. 이날 환경부는 지난달 18일 출범한 댐관리 조사위원회를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댐하류 수해원인 조사협의회로 확대 개편한다고 밝혔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홍수 피해를 조사하는 댐관리 조사위원회는 홍수 원인을 은닉하고자 하는 위원회로 보인다"며 "사적 접촉금지 조항으로 주민 소통을 막고 있고, 조사 진행 상황이나 결과를 원칙적으로 비공개하는데 이게 말이 된다고 보느냐"고 비판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등 소관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한 택배사의 계약서를 바라보고 있다/사진=뉴스1
여야는 택배기사 사망사고가 발생한 CJ대한통운, 한진택배의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하는 것을 논의했지만 결국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대신 증인으로 택배기사와는 상관이 없는 물류센터 업체인 쿠팡 풀필먼트 임원이 채택됐다. 택배기사들이 개인 사업자로 노동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과 반면 주 5일제 근무와 주 52시간 근무 등 기준을 충족하는 업체이기 때문에 현안을 질의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택배회사의 최대 문제점으로 꼽혀왔던 분류작업 공짜노동 문제도 차이가 컸다. 택배사의 분류작업을 택배기사들이 했다면 쿠팡은 전담인력을 채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최근 근로자 605명을 정리해고한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무소속 의원도 함께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채택되지 못했다. 여당은 개인의 비리는 수사 중이므로 증인으로 이 의원을 국감장에 소환하는 게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300어록…기상청 체육대회 안 하는 이유는?"기상청 체육대회 매년 합니까?"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 합니다. 예전에 한 번 하고 난 뒤에 지적을 받고 나서…"(김종석 기상청장)
지난달 12일 기상청 국정감사에서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돌연 기상청이 체육대회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1994년 기상청 체육대회 날 비가 왔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기상청의 예보 정확도가 낮은 것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국정감사 당시 기상청장이었던 김종석 전 청장은 "기상청이 비올 때 운동하면 다른 사람이 좋은 날 운동하지 않겠냐"며 웃었다.
그러자 노 의원은 "이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올해 여름에도 기상청은 폭염을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폭우가 쏟아졌다"고 질타했다.